• 반복되는 중대재해,
    죽어가는 하청노동자들
    [기고] 남양주 폭발사고와 고령 질식사망사고
        2016년 06월 02일 10: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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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6월 1일 하루에 2건의 참사가 이어졌다.

    오전 7시 27분쯤 남양주시 진접선 복선전철 제4공구 공사현장에서 가스폭발사고로 노동자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3시간 뒤인 오전 10시 17분쯤 경북 고령군 제지공장에서 탱크청소를 하던 노동자 3명이 황화수소에 질식사하는 참사가 이어졌다.

    참사의 원인은 마땅히 해야 할 사업주의 의무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양주 가스폭발사고의 경우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날 사용하고 남은 잔류가스에 의한 폭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5m 지하작업장에 작업 전 이루어졌어야 할 절차가 무시된 것이 직접적 원인으로 보인다.

    전날 사용한 산소 또는 LPG가스가 지하작업장에 잔류가스로 남아있었으나 매일 작업을 시작하기 전 해당가스 농도측정으로 폭발과 화재를 방지해야하는 사업주 의무(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96조 지하사업장 등)를 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다. 사업주는 가스의 농도를 측정하는 사람을 지명하고 그로 하여금 해당 가스의 농도를 측정하도록 해야 하지만 안전조치를 외면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96조 (지하작업장 등)

    사업주는 인화성 가스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하작업장에서 작업하는 경우 또는 가스도관에서 가스가 발산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굴착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폭발이나 화재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가스의 농도를 측정하는 사람을 지명하고 다음 각 목의 경우에 그로 하여금 해당 가스의 농도를 측정하도록 할 것

    가. 매일 작업을 시작하기 전
    나. 가스의 누출이 의심되는 경우
    다. 가스가 발생하거나 정체할 위험이 있는 장소가 있는 경우
    라. 장시간 작업을 계속하는 경우(이 경우 4시간마다 가스 농도를 측정하도록 하여야 한다)

    2. 가스의 농도가 인화하한계 값의 25퍼센트 이상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즉시 근로자를 안전한 장소에 대피시키고 화기나 그 밖에 점화원이 될 우려가 있는 기계·기구 등의 사용을 중지하며 통풍·환기 등을 할 것

    경북 질식사고의 경우 원인은 탱크와 같은 밀폐 공간 작업 시 지켜야 할 사업주 의무사항이 마찬가지로 지켜지지 않은 채 청소작업이 진행된 것이 참사의 원인으로 파악된다. 이 탱크는 물과 약품을 넣어 종이를 분해하는 용도로 찌꺼기 청소를 하러 들어간 3명의 노동자가 황화수소가스에 차례로 질식되었다.

    사업주는 작업 시작 전 공기 상태가 적정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측정, 평가(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19조 밀폐 공간 보건작업 프로그램 수립·시행 등) 후 실시해야 하지만 어떤 절차도 없었다. 마스크도 없이 들어간 노동자는 가스에 질식되었고 먼저 쓰러진 동료를 구하기 위해 연거푸 들어간 2명도 질식되었다.

    이후 발생한 2명의 질식사는 제625조(대피용 기구의 비치)를 지켰다면 막을 수 있었다. 사업주는 밀폐공간에서 비상시 필요기구를 갖추어 두어야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노동자를 살릴 수 있었던 생명줄은 없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19조 (밀폐공간 보건작업 프로그램 수립·시행 등)

    사업주는 근로자가 별표 18의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다음 각 호의 내용이 포함된 밀폐공간 보건작업 프로그램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1. 작업 시작 전 공기 상태가 적정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측정·평가

    2. 응급조치 등 안전보건 교육 및 훈련
    3.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 등(이하 이 장에서 “송기마스크등”이라 한다)의 착용과 관리
    4. 그 밖에 밀폐공간 작업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에 관한 사항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25조 (대피용 기구의 비치)

    사업주는 근로자가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송기마스크등, 사다리 및 섬유로프 등 비상시에 근로자를 피난시키거나 구출하기 위하여 필요한 기구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

    반복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시작은 중대재해 기업처벌 강화법 제정이어야 한다.

    2012년 10월 목포 대불공단 원당중공업 가스폭발사고부터 이번 경북 질식사고까지 일과건강이 성명서를 발표한 9건의 사고의 유형은 모두가 지하 및 밀폐 공간 내 질식, 폭발사고이다.

    그런데 이 9건의 사고원인은 판박이처럼 똑같다. 사업주 의무인 작업 시작 전 농도측정과 측정결과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모두 막을 수 있는 재해이다.

    이를 지키지 않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사업주가 기업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조금이라도 우선해서 생각하게 할 수 있다면 이러한 전근대적인 사고는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의 책임을 방기한 사업주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한 처벌강화로 노동자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내 사업장에서 이 정도 안전절차를 준수하게 만들지 못하면 구속이 되고 회사가 망할 수 도 있겠구나’라는 인식이 사업주에게 각인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영국, 호주, 미국 등 선진국들이 산업재해를 기업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하고 기업살인법을 제정하여 강력히 처벌하는 이유이기도 한다.

    표

    반복된 사고원인에 의해 죽어가는 노동자의 대부분은 하청노동자들이다.

    남양주 폭발사고는 철도시설관리공단이 발주하고 포스코건설이 시공하고 매일ENC가 하청을 받아 진행한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때문에 피해자는 당연히 하청노동자이다.

    4년 동안 같은 유형과 원인으로 발생한 사고의 사망자는 총 34명, 부상자는 39명에 이른다. 모두 지하, 밀폐 공간 내에서 일어난 사고로 가스누출에 의한 용접폭발이 4건, 질식이 5건이었다. 9건의 폭발, 질식사고 중 하청업체 노동자가 아닌 경우는 이번 경북 질식사고 뿐이었다.

    최근 사회적 공분을 모으고 있는 서울메트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의 피해자도 하청업체 노동자로서 비극을 맞았다. 위험의 외주화와 다단계 하도급, 최저가 낙찰제로 인해 하청노동자들은 그야말로 목숨 걸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계속되는 참사를 계기로 하청노동자들이 죽음의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되길 바란다.

    < 최근 발생한 주요 밀폐∙지하작업장 사망사고 일지 >

    □ 2015년 7월 3일 오전 9시 16분, 울산시 남구 여천동 소재 한화케미칼 2공장 폐수 저장조 밀폐공간에서 발생한 메탄가스 폭발사고로 협력업체인 현대환경산업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경비원 1명이 부상당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 2015년 4월 30일 12시 30분경,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SK하이닉스 내 신축된 공장(M14라인)의 하청업체 노동자 3명이 8층 배기탁트(넓이 5㎡, 깊이 3m) 밀폐 공간 설비내부를 점검하러 들어갔다가 질소로 가스에 질식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 2015년 1월 12일 오후 12시경 경기 파주시 LG디스플레이 8세대 공장 9층 밀폐 작업장에서 질소가스가 누출되어 협력업체 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태에 빠지고 원청인 LG디스플레이 노동자 1명이 호흡곤란으로 병원진료를 받는 질식사고가 발생했다.

    □ 2014년 12월 26일 오후 5시 18분께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원전 3호기 밀폐 공간 건설 현장에서 질소로 추정되는 가스가 누출로 노동자 3명이 질식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2013년 5월 1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용광로 3기 작업 중 내부에서 아르곤 가스 누출에 의한 5명의 노동자가 질식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2013년 3월 14일 오후 8시 50분, 여수시 화치동 소재 대림산업공장 폴리에틸렌 저장조 보강판 보수용접 작업 중 탱크 내 잔류가스에 의한 폭발사고로 협력업체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11명 부상당하는 석유화학공단 초유의 대형참사가 일어났다.

    □ 2012년 10월 30일 목포 대불 산단 내 원당중공업 사내하도급 업체인 민주ENG 사업장에서 선박블럭 밀폐 공간 내 잔류가스가 폭발해 노동자 3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필자소개
    일과건강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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