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 행정,
    돈보다 생명・인권 존중?
    [기자생각] 왜 그동안은 외면했나
        2016년 05월 31일 08: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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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선 모두 13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전동차에 치여 사망했다.

    노조 등은 서울시에 지속적으로 2인1조 근무제와 외주화 정책 중단을 요구해왔으나 서울시는 비용을 이유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내놨었다. 19살 청년 수리 노동자의 죽음을 계기로 외주화 정책을 중단한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입장 발표가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 노동자들의 절규에 가까운 호소에는 귀를 닫아버렸던 그가 왜, 유난히 언론이 주목하는 이 사건에 대해서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가.

    박 시장은 31일 구의역 참사 현장을 찾아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으로서 서울 시민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이번 사고는 청년들이 내몰리는 현실에 대한 고발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책임을 통감한다”고 시인했다.

    또한 “경영 효율을 이유로 얼마나 많은 청년노동자들이 저임금 비정규직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지, 우리가 그 실태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두려움이 앞선다. 이번 사고는 단지 한 사람의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 청년들이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고발”이라며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을 묻고, 지하철 공사 안전관련 업무의 외주를 근본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평소 자신이 강조해오던 “돈보다 사람의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고 우선하는 행정을 계속하겠다”고도 했다.

    박 시장이 이러한 다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남역에서 일어난 스크린도어 사고 당시에도 비슷한 약속을 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들이 박 시장의 이번 입장에 대해 “강남역 사고 때와 똑같은 말을 한다”면서, 박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은 반박하기 어렵다.

    서울시

    구의원 추모 모습(위)과 기관사 자살 관련 기자회견 모습

    서울도시철도 기관사 처우 문제에 있어서도 서울시와 박 시장은 약속을 번복하는 등의 태도를 보여 왔다. 지하 근무와 ‘1인 승무제’, ‘직급제도’ 등과 같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수직적 직장문화로 인한 우울증, 수면장애,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의 질병으로 인해 자신이 몰던 기관차에 몸을 던지는 등 무려 9명이 사망했을 당시, 서울시는 ‘기관사 근무환경 종합대책안’을 만들었다. 2인 승무제 도입 등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금까지도 비용을 이유로 해당 제도 도입을 미루며 사실상 대책안을 자체 폐기해버렸다. 이와 관련해 연구용역 보고서도 만들었지만 서울시의 의지 없음으로 해당 보고서는 한낱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신세로 전락했다.

    3건의 서울메트로 하청업체 노동자 참사 모두 위험 업무에 대한 외주화 정책, 하청업체 최저가 낙찰제, 2인1조 안전규정을 준수할 수 없는 적은 인력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독 스크린도어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모두 젊은 나이인데, 이 또한 인건비 감축을 위한 미숙련의,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로만 채용하려다 보니 그렇다. 유성권 서울지하철비정규지부 지부장은 “외주업체는 인건비 싸움이라 저임금의 갓 졸업한 친구들 받아서 쓰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서울시에 “돈 보다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을 존중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언론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 기사화 않을 때에도 박원순 시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교섭을 제안했다. 서울시는 언제나 “노조와 대화할 수 있다”고 떠들어댔지만 막상 면담이나 교섭에 들어가면 2인 1조 근무제나 외주화 정책 중단 등의 핵심 요구사항은 걷어찼다.

    지난 4월 19일 공공운수노조, 서울도시철도노조, 서울지하철노조 등이 서울시청 앞에서 주최한 9번째 기관사 사망사고와 관련한 기자회견에 갔을 때에 서울시 노동 담당 관계자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2인 1조 근무제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그 관계자는 “돈이 얼마가 더 드는데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라고 답했다.

    도시철도 기관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서울시와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던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시는 노조가 요구안을 가지고 문을 두드리면 면담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4년째 같은 얘기를 해왔고 시장 면담도 이미 했다. 박원순 시장은 사람 목숨 살리는 데 얼마의 비용이면 아깝지 않은 것인가”라고 했다.

    또한 “서울시청 청사 유리벽에 붙어있는 세월호 리본을 보니 박원순 시장, 참으로 가식적이다. 참, 이율배반적인 사람”이라며 “안전문 같은 시설 투자는 투자라고 생각하면서 인건비는 없어지는 돈으로 생각하는 박원순 시장을 보면 다르지 않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질타했다.

    현실 불가능하다던 외주화 정책 중단, 2인 1조 근무제가 갑자기 현실 가능해졌다. 9명의 기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젊은 노동자 3명이 처참하게 죽었을 때에도 굳게 입을 닫고 있던 서울시는 19살 청년 노동자의 안타까운 사고가 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자, 소위 이슈가 되자 이제야 노동자들의 오랜 요구에 답했다.

    행정자치부의 공공기관 인건비 감축 정책 등도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들의 절규에 귀를 닫은 박원순 시장의 책임이 덜어지진 않는다. 청년수당 정책 도입에 법적조치까지 거론하던 정부에 맞선 만큼의 정치적 결단과 의지만 있었다면 19살 청년 노동자의 사망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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