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업무의 외주화'
    또 지하철 스크린도어 참사 발생
    19살 노동자의 죽음...몇년째 이어지는 동일한 사고
        2016년 05월 30일 01: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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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를 비용으로만 바라보는 서울메트로의 외주화 정책이 19살 청년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지난 28일 오후 5시 57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안전문)를 수리하던 외주업체 은성PSD 노동자 김모 씨가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2013년 성수역, 지난해 강남역에서 발생한 사고와 같은 사고다. 정비 업무 중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가 외주업체를 통해 고용하는 1~4호선에서만 일어났다는 점에서 안전업무와 관련한 외주화 정책의 폐해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실제로 한 번도 이러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는 5~8호선 스크린도어 정비 노동자들은 모두 정규직이다.

    30일 서울지하철 비정규지부와 은성PSD노조가 속한 민주노총 여성연맹에 따르면 전동차 기관사가 스크린도어 고장을 서울메트로 관제실에 알렸고 관제실은 이를 역무실에 전달해 김 씨는 출동지시를 받았다.

    통상 사무실 상주 2명과 정비 9명까지 총 11명(야간반 8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지만 이날은 주말이라 휴무를 낸 노동자가 많아 작업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노동자는 4명뿐이었다. 하루 평균 50건 정도의 출동 지시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노조 등은 최소 30~40명 정도의 인력을 추가 고용해야만 감당할 수 있는 업무라고 설명했다.

    결국 김 씨는 인력 부족, 시간 부족으로 인해 ‘2인 1조(1명은 열차 감시)’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못했다. 안전 수칙을 점검해야 하는 역무원은 출장 온 김 씨에게 ‘두 명이 왔느냐’고 묻기만 했을 뿐, 현지 점검 등 필요한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의역

    구의역 사고 방송화면 캡처

    성수역, 강남역 사고 이전부터 인력 확대, 정비 외주업체의 직영화라는 정비 노동자들의 요구가 있었으나 서울메트로와 서울시는 예산을 핑계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외주업체 최저가 낙찰제로 업체의 인건비 졸라매기를 부추겼다. 노동자를 비용으로만 보는 서울메트로와 서울시의 외주화 정책이 19살, 갓 사회에 발을 들인 청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셈이다.

    서울메트로와 외주업체 사이의 갑을 관계도 이번 참사의 원인 중 하나다. 서울메트로에 의해 선정되기 때문에 외주업체 노동자들은 위험 업무도 불평 없이 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유성권 서울지하철 비정규지부 지부장은 <레디앙>과 통화에서 “안전업무 작업은 위험하기 때문에 협업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외주업체 시스템으론 절대로 협업이 안 된다”이라며 “서울메트로와 외주업체가 갑을 관계이기 때문에 혼자하면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거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참사가 처음이 아님에도 서울메트로와 서울시가 근본적 해결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회피한다는 점이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강남역 사고 때와 똑같은 스크린도어 안전대책을 내놨다. 외주업체 대신 ‘자회사’가 해당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강남역 사고 이후에도 서울메트로는 ▲직영·자회사로 운영 ▲2인1조가 가능한 인력 충원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해당 업무를 외주업체에 맡기고 인력 충원도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하면 직영화해야 하는 핵심 업무로 분류했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비핵심 업무로 넣어버린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서울메트로가 내놓은 ‘자회사 전환’ 정책이 외주업체 고용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자회사 소속 노동자도 외주업체와 마찬가지로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

    오선근 서울메트로노조 안전위원 겸 공공교통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자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대책은 용역회사에서 자회사로 이름만 바꾼 형태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전문성이라든지 기술력 등이 보장되려면 정규직 직원들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과 노동조건 그리고 적절한 인력이 보장이 된 그런 시스템을 갖춘 전문 자회사가 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서울메트로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은 그냥 (외주업체에서) 자회사로의 전환”이라고 우려헸다.

    이어 “정규직 직원들이 유지보수 관리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행정자치부에서 공기업 인력을 증원하지 말아라, 인건비를 증액을 하지 말라, 그런 지침이 있다. 또 자회사, 외주용역 등에 제한 두고 있지 않다”며 안전업무에 대한 외주화 정책을 방관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서울지하철 비정규지부는 이날 성명에서 “자회사는 또 다른 외주화이며, 이러한 형태의 지하철 운행이 지하철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중간착취를 허용하고, 천만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또 다른 외주화인 자회사는 서울메트로와 서울시가 관리감독의 책임을 회피하고 책임 떠넘기는 것이며, 천만 서울시민의 안전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유성권 지부장은 “서울메트로가 상시지속·안전 관련 업무를 외주업체에 주고 이런 사고가 나면 ‘우리 직원 아니라 책임이 없다’ 늘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라 소모품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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