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로시마의 오바마,
    한국인 위령비 방문 안해
        2016년 05월 28일 12:35 오후

    Print Friendly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미국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방문한 가운데, 한국인 원폭 피해자 단체 등의 거듭된 요청에도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하지 않았다. 과거사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일본에 면죄부를 주고 오히려 피폭 피해자로만 부각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25분경 평화공원에 도착해 위령비에 헌화하고 애도를 표한 후 원폭 사몰자 위령비 앞에서 20분에 가까운 연설에서 “71년 전 하늘로부터 떨어진 죽음이 세상을 바꿔 놨다”며 “히로시마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책임감을 공유해야 한다”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자고 말했다.

    이어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전쟁에서 숨진 무고한 모든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원폭 투하로 수십만명의 일본인과 여성 아이들, 그리고 수천명의 한국인, 수십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며 한국인 희생자를 특정해 언급했다.

    연설을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 대표위원 등 일본인 피폭자 2명과 손을 잡고 짧은 대화를 나눴지만 불과 2~3분 거리에 있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는 찾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만 특정해 거론한 것은 한국인 피폭자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연설 장소와 멀지 않은 한국인 위령비를 방문하지 않은 것에 대한 국내 피폭자 단체 등의 비판 여론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page

    오바마와 아베 일본 총리(왼쪽)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이재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국인 피해자 위령비 헌화가 그렇게 멀고도 어려운 일인지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국 원폭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촉구해온 평통사(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는 한국인 피폭자 언급에 대해선 환영한다면서도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사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무런 죄도 없이 일제의 식민지배와 강제동원, 미국의 원폭 투하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끝끝내 외면한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또한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이 원폭 희생자 중 수 천 명의 한국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했지만 공원 내에 있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찾지 않은 것이나 한국인 피폭자들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것도 유감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등 한국 원폭피해자들은 히로시마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일제 침략과 식민 지배로 인한 강제 징용과 이주 등으로 일본에 머물다 피폭을 당했고 피폭 후에도 한미일 당국의 외면과 무시 속에서 2,3중의 고통을 당하며 살아온 역사의 최대 피해자들”이라며 “원폭의 유전적 피해도 인정받지 못한 채 지금도 무서운 병마와 싸우면서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참배 등을 강하게 요청했었다.

    한국이 지속적으로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방문을 요청했음에도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두고 일각에선 미국의 외교적 무게가 일본에 쏠려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평통사 또한 오바마의 이번 히로시마행에 대해 “대중 포위와 대북 선제공격을 노린 미일동맹의 강화”라고 평가하며 “한반도와 동북아에 군비경쟁과 핵전쟁 위기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우리가 또다시 핵전쟁의 피해자가 될 수 도 있다는 우려를 갖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참여연대도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일본의 전쟁범죄를 희석시키거나, 미일동맹을 과시하여 동아시아의 불안정을 부추기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표하며 “자위대의 군사적 활동을 촉진시키고 평화헌법을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전쟁이 남긴 참화의 교훈을 외면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