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
    오바마에 사과·배상 촉구
    강제징용과 원폭 피해, 이중의 고통
        2016년 05월 26일 03: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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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지 71년 만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27일 히로시마를 찾는다. 오바마 대통령 일정에 맞춰 히로시마 평화공원 방문을 앞두고 있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조의를 표하고 한국과 일본의 원폭 피해자들을 비롯한 전 세계 모든 원폭 희생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등 시민사회단체는 26일 오전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진상조사, 법적 배상, 반핵을 위한 노력 등을 약속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들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에 대한 공식 인정과 진상조사, 배상을 하는 것은 원폭 투하의 원죄적 책임을 지고 있는 미국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방문과 사죄는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폭

    원폭피해자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수는 7~10만 명으로, 일본인 피폭자의 10분의 1이 넘고 사망자는 4만여 명으로 일본인 사망자의 6분의 1에 달한다. 한국인 희생자들은 일제강점기 때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피해를 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온 4만 3천여 명 피폭자들은 원폭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71년 동안 일본 정부는 물론 한국 정부에도 제대로 된 보상은커녕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폭 피해자들은 “일제 침략과 식민 지배로 인한 강제 징용과 이주 등으로 일본에 머물다 피폭을 당했고 피폭 후에도 한미일 당국의 외면과 무시 속에서 2,3중의 고통을 당하며 살아온 역사의 최대 피해자들”이라며 “원폭의 유전적 피해도 인정받지 못한 채 지금도 무서운 병마와 싸우면서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원폭 피해자들은 위령비 방문, 진상조사, 보상 외에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적절한 제도 마련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심진태 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은 “핵이 있는 한 평화는 없다. 미국 대통령은 자기 나라부터 핵을 폐기하고 핵보유국이라는 자체를 이름을 삭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핵무기를 사용한 나라에 대해선 반드시 ‘핵무기 사용 보상법’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에도 원폭 피해자 기리는 평화공원 조성해야
    핵 위험 알리는 교육기관 설립도 필요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합천 지역에 원폭 피해자들을 기리는 평화공원 조성, 핵무기 위험성 교육기관 설립 등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원폭 피해자들의 평균 나이가 80세 이상인 만큼 시간이 흐르면 이러한 역사적 ‘아픔’이 잊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심 지부장은 “원폭 피해자들은 10, 20년 후에 다 돌아가신다. 급선무는 원폭의 실상을 밝히는 것”이라며 “일본, 미국 정부가 사죄 마음으로 한국에 일본과 같은 세계 평화공원과 학생들이 핵의 위험성을 배울 수 있는 교육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 정부와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은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가능성이 점쳐질 때부터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추모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미국 정부 측은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었다. 최근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면담도 거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목적이 원폭 피해자에 대한 사죄나 ‘반핵’ 의지가 아닌 임기 말 자신의 정치적 ‘공적 세우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원폭 피해자들은 이러한 지적과 함께 “나아가 가해자로서의 일본의 멍에를 벗겨주고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적 행보를 정당화하려는 데 그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한편 원폭 피해자와 시민단체 관계자 9명으로 구성된 일본 방문단은 이날 오후 2박3일 일정으로 출국한다. 일본 방문단은 27일 일본 시민단체, 일본 거주 한국인 원폭 피해자 10여명과 함께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국 원폭 피해자 서한을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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