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에겐 너무 먼
    사회보험과 사회안전망
    최저임금 산정기준 등 개혁해야
        2016년 05월 25일 06: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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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보험 가입률에 있어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절반도 못 미친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시간제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15% 내외에 그치고 있고 비전형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도 30% 내외다. 특히 고용 불안정과 저임금의 노동환경에 놓여있는 많은 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도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저임금 계층이 25.6%로 가장 높지만 이들을 위한 의미 있는 사회안전망은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제도뿐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노동자 중에도 비정규직의 경우 현재의 문제와 직결된 건강보험 등의 가입률은 다른 사회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나 노후와 관련된 국민연금 가입률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총, 더불어민주당 김경협·이용득·한정애 의원이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주최한 ‘저임금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과제’ 토론회에서 임운택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OECD 최저임금(중위임금) 기준으로 보아도 최저임금 이하의 소득을 가진 노동자들은 사회보험 가입률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어 소득뿐만 아니라 사회안전망이 대단히 취약함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식을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물가상승률, 생산성 등의 요인 외에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보장하는 방안이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계층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지속적 인상이 필요하며 내수진작을 통해 경제성장, 빈부격차 해소에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과 저임금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설계가 동반돼야 한다는 뜻이다.

    임 교수가 발제문에서 인용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체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2015년 국민연금(직장가입자)이 67.7%, 건강보험(직장가입자) 71.8%, 고용보험 69.0%다. 사회보험 중 건강보험 가입률이 가장 높은 반면 국민연금 가입률은 가장 낮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임 교수는 국민연금은 현재의 삶과 직결된 건강보험과 달리 노후 생활 보장을 위한 사회보험이라는 점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4대보험

    문제는 기본적 노후대책인 국민연금도 가입하지 못하는 이러한 상황이 비정규·저임금 노동자 사이에서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상용직) 가운데 사회보험 3종을 모두 가입했다는 응답은 전체 노동자 대비 62.5%다. 반면 임시직의 경우 건강보험만 가입했다는 비율이 52.0%로 가장 높았다. 사회보험 3종에 모두 가입했다는 응답은 21.9%에 그쳤다. 일용직은 건강보험만 가입했다는 응답이 67.6%로 임시직보다도 높은 비율을 보였다.

    임 교수는 “한국의 경우 최저임금 구성비에서 차지하는 사회보험 비용은 매우 적다”며 “저임금, 저소득 계층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최저임금을 설계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용의 불안정성과 사회안전망의 무방비 상태로 내몰린 일용직 노동자(건설, 서비스업 등) 등의 대상으로 한 사회보험 기금의 설립은 필요하다”고 했다.

    선진국 노조에선 이미 최저임금과 사회안전망 연계하고 있다. 독일 건설노조의 사회복지기금(SOKA-BAU)구조를 보면, 1차적 사회보험율은 최저임금에 반영하되 기타 노후 생활의 불안정성을 드러내는 연금은 사측의 기금 형성을 통해 사회연금의 이층구조를 형성하여 건설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했다.

    한편 그간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던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조 개선에 대한 지적이 이날 토론회에서도 나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목표 설정을 국회가 권고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현행 최저임금법에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고려하도록 돼 있으나 실제로 협상과정에서 이런 요건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위원회가 고용노동부 산하에 있어 사실상 최저임금 결정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하며 “매년 최저임금 협상은 상당한 진통을 겪고 파행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행 최저임금제도 개선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매년 2월내로 노동부장관에게 최저임금 심의에 대한 정책 목표, 즉 최저임금 목표액을 권고하고, 노동부장관이 국회의 권고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최저임금 산정은 노동부장관은 매해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에 관한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아울러 사실상 최저임금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는 공익위원 선정 방식도 정부 추천이 아닌 노사단체로부터 추천 2배수 추천받아 국민의 대표성을 가지는 국회가 위촉해야 한다고 했다.

    경영계와 노동계 간 혼재된 최저임금 산정 기준 또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가구생계비를 반영해야 하고 경영계는 단신 노동자 생계비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 정책본부장은 최근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의 구성원 규모와 경제적 실태를 고려하면 ▲최저임금 노동자가 가구의 주 소득원 ▲최저임금 수준 가구 평균 가구원수는 2인~3인으로 ▲최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소득은 ‘평균 가구원 2~3인의 생계비’를 고려한 소득 이어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역사가 비교적 긴 미국 또한 최저임금 산정 시 미혼 단신이 아닌, 복수 구성원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삼는다.

    ‘경제위기 해법으로서의 최저임금 인상’ 심포지엄 참가를 위해 지난 18일 방한한 최저임금전문가 데이빗 쿠퍼 미국 경제정책연구소 선임경제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기준은 아이를 키우는 노동자의 생계비가 큰 기준”이라며 “이런 기준을 선택하게 된 근거는 최저임금이 너무 낮다보면 불평등이 심화될 뿐 아니라 새로 취직한 노동자 입장에선 너무 낮은 최임으론 중산층 진입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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