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트리아 대선,
    극우파 패배 무소속 승리
    녹색당 출신 판데어벨렌 후보 신승
        2016년 05월 24일 10:34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유럽 오스트리아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녹색당 출신으로 좌파 성향이며 무소속으로 출마한 알렌산더 판데어벨렌(72) 후보가 반난민 반EU 극우파 정당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45)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꺾고 23일(현지시간) 승리했다.

    호퍼 후보는 EU(유럽연합)에서 사상 최초의 극우파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마지막 부재자 투표에서 역전을 허용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실망하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자며 패배를 수용했다.

    호퍼 후보의 당선 여부가 큰 관심을 모은 것은 반난민 정서를 강하게 대변했을 뿐 아니라 정부가 이를 강력하게 통제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적 권한을 행사해 의회를 해산하겠다 말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오스트리아는 의원내각제이며 정부는 사민당과 국민당이 연정을 하고 있다. 대통령은 헌법적 권한이 적지 않지만 그동안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 전례에 비해 호퍼 후보는 강력한 반난민 권한 행사를 피력했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친난민 성향의 판데어벨렌 후보는 유권자 620만명의 12% 가량이 참여한 74만명의 부재자 투표를 개표하기 전까지는 51.9%와 48.9%로 호퍼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가 지고 있었지만 최종 개표에서 50.5% 대 49.7%로 승리했다. 표 차이는 225만4천484표 대 222만3천458표로 불과 3만1천26표였다.

    벨렌과 호퍼

    판데어벨렌(왼쪽) 후보와 호퍼 후보

    유럽의 난민 위기를 틈타 반난민, 반이슬람 정서를 배경으로 급성장하는 극우파, 우파포퓰리즘은 오스트리아만이 아니라 유럽 전역의 현상이다. 그래서 이번 오스트리아 대선은 난민 문제를 둘러싸고 극명하게 분열된 유럽의 여론 지형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결선투표 기간 오스트리아의 커피숍에서는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양 후보의 지지자들이 좌석을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영국 독립당, 독일을 위한 대안, 프랑스 국민전선, 네덜란드 자유당 등이 오스트리아 자유당과 마찬가지로 반난민 반EU 정서를 배경으로 급성장하면서 기존의 좌우파 정당들을 위협하는 극우파 세력들이다,

    판데어벨렌은 당선 연설에서 대선에서 드러난 오스트리아의 여론 균열과 갈등에 대해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했지만, 이 균열은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라며 “중요한 양 측의 의견을 수용하고 아름다운 오스트리아를 만들어야 하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시민들이 대선에서 치열하게 논쟁을 한 것은 정치를 떠나지 않고 여전히 다시 정치를 만들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판데어벨렌 당선자는 1997년~2008년 녹색당 대변인을 지낸 녹색당의 대표적인 정치인이며 라트비아에 이어 EU 국가에서 두 번째로 녹색당 출신 대통령이 됐다. 그는 대통령 임기 동안에는 녹색당 당적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오스트리아 대선에서는 4월의 1차 투표에서 2차 대전 이후 정치권을 주도해왔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과 중도우파 국민당의 후보들이 다 떨어지고 판데어벨렌과 호퍼 후보가 결선을 치렀다. 기존의 양대 기성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다.

    이번 선거는 최종 승패를 떠나 반난민 반이슬람 반EU 정서에 힘입어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부상한 극우파 자유당과 호퍼 후보가 잃은 것이 없는 사실상의 승리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