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문회로 행정부 마비?
    "도둑이 제 발 저린 격"
    우상호 "대통령이 왜 국회 상임위 운영까지 간섭"
        2016년 05월 23일 11: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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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상시 청문회법) 거부권(재의 요구) 행사 여부가 다시 한 번 20대 국회의 ‘협치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기념곡 지정을 약속했다가 사실상 파기하며 협치의 가능성을 스스로 무너뜨렸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개정안에 강력 반대하는 입장이면서도 신중론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물론 여소야대인 20대에서 재의 요구를 거부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새누리당은 이러한 입장을 고려한 듯 “국정 운영을 마비시킬 수 있다”며 청와대에 힘을 보태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반박했고, 정의당은 거부권 행사 여부가 “박 대통령의 협치 약속의 진정성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23일자 보도에서 여권의 핵심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 없이 상임위 표결만으로도 청문회가 열릴 경우 행정부 기능의 마비가 우려된다”며 “박 대통령이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이번에도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점에 대해 해외 순방 직후인 내달 7일 국무회의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정진적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상시 청문회법은 정부의 국정 운영을 마비시키는 제2의 국회선진화법으로 반드시 무효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 날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 원내대표는 “두 야당도 이런식으로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며 협치의 틀을 깬다면 20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 방침을 재고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너무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도 했다.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의 눈치를 보는 청와대를 대신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여당이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어떠한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이날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거부권 행사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오늘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다고 하는 만큼 검토한 뒤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의 보도에 대한 질문에도 정 대변인은 “아는 바 없다”고 일축했다.

    야권은 청문회를 활성화하는 내용의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운영에 관한 법이라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영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 인터뷰에서 “국회 상임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국회 운영에 관한 법”이라며 “대통령이 행정부나 잘 운영하시지 왜 국회를 운영하는 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상식적으로 봐도 국회 운영에 관한 법을 가지고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없다. 그거야말로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국회 상임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하나하나 다 본인이 결정해주겠다는 소린데 그걸 어떻게 의회에서 이해할 수 있겠나”라며, 박 대통령의 재의를 요구할 경우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 여부가 20대 국회의 협치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또한 이날 오전 상무위에서 “365일 청문회가 열리면 행정부가 마비된다는 말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며 “행정부가 마비될 만큼 큰 잘못을 많이 저질렀다는 고백”이라고 지적했다.

    심 상임대표는 “지난 총선이 끝나고 청와대와 여당은 협치와 또 일하는 국회를 약속했다. 상시 청문회법은 그 진정성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총선 이전처럼 계속해서 국회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미국은 하루에 10건 이상의 대, 소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그렇게 해서 자료 조사도 제대로 하고, 다음 법안도 만드는 단계까지 충실한 내용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 경우는 아주 소소한 조사를 하기 위한 청문회조차 늘 여야 정쟁 속에서 못해왔다. (상시 청문회법으로 인해) 생산적인 국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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