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협업 저해, 경쟁만 부추겨
    '성과연봉제 문제점 국제 토론회'
        2016년 05월 17일 07: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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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보다 먼저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 가운데 성과연봉제가 그 자체로 제대로 작동한 곳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성과를 정량화하기 어려운 공공부문의 경우는 성과연봉제라는 임금체계가 맞지 않아 오히려 업무의 비효율성만 초래한다는 비판이다.

    매리 로버트슨 국제공공노련 연구소 객원연구원은 17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의 문제점과 노동조합의 대응 방향 국제토론회’에서 “성과연봉제가 그 자체로 제대로 작동한 곳이 거의 없다”며 “민간부문에서조차 성과연봉제와 성과평가 제도의 이용을 재고(再考)하고 있으며, 공공부문에서도 성과연봉제를 폐기하는 사례도 몇 있다”고 말했다.

    성과연봉제는 1980년대에 민간부문에서 시작해 공공부문으로 확대돼 OECD 국가들의 공공부문 중 2/3에서 여러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채택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금전적 보상을 통해 더 열심히 일하도록 유도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공공기관 효율성 강화 등을 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압박, 이를 민간기업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매리 로버트슨은 “금전적 보상으로 더 열심히 일하도록 유도할 수 있고 또한 보상 받아야 한다는 아이디어는 직감적으로 그럴 듯해 보이고 공정해 보이지만 성과연봉제 시스템의 운영을 위해서 필요한 성과 등급의 분류를 사람들에게 적용하여 등급을 매기면 성과와 동기부여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과연봉제가 노력을 독려하지만 그 노력이 성과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원인은 팀워크와 협업을 저해하고 노동자 간 경쟁을 부추기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성과연봉제에 대한 OECD 작성 보고서 또한 “OECD국가들이 성과연봉제와 관련한 경험으로부터 얻은 한 가지 결론은 공공서비스에서 이 방식이 잘 작동하는 나라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성과연봉제는 처리하기 어려운 부가적인 영향까지도 만들어냈다”며 “이 제도는 실제로 성과를 낸 적이 없고, 아무리 잘 봐줘도 제한적으로 성공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성과연봉제

    성과연봉제 문제점 관련 국제심포지움(사진=유하라)

    금전적 보상을 통해 더 열심히 일하도록 유도하고 그에 맞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성과연봉제의 이론이지만 막상 실제 현장에선 이 이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장기적으론 금전적 보상과 같은 외적 보상보다 직업에 대한 만족이나 삶의 질 등 내적 보상을 더 크게 느낀다는 점, 특히 공공기관의 업무는 협업이 중시되는 반면 성과연봉제는 개인의 성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개인주의적 태도를 부추기고 동료에 대한 질투심 유발 등으로 인해 업무의 효율성을 오히려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자료에서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영국의 4개 행정기관에서의 성과연봉제에 대한 연구자(매킨슨)의 연구를 보면 ‘각 기관 노동자 대다수는 성과급이 동료를 도울 의사를 빼앗고, 그로 인해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직원 간에 질투를 유발시켰다’고 했다. 또 ILO에서 수행한 교육 분야에서의 성과연봉제 연구는 ‘학생의 학습 성과에 기반한 성과급이 교사의 의욕과 협동 및 팀워크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쳤으며 개인주의적 성향과 태도를 부추겼다’고 했다.

    또한 성과연봉제가 도입 초기에는 일정 정도의 성과가 나올 수 있지만 점차적으로 노동자들이 평가 기준이 되는 것에만 노력을 기울이고 중요한 업무여도 눈에 덜 띄는 업무는 소홀하게 여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가 일종의 ‘게임 점수 따기 행위’와 같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매리 로버트슨은 “성과연봉제는 팀워크를 저해하는 측면이나 점수 따기(전시적 실적 쌓기) 행위로의 변질 같은 해로운 측면들을 감안할 때, 성과 증진에 노력을 기울이도록 만드는 것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성과연봉제의 원칙에 찬동한다고 해도, 이 제도가 현실에서 공정하게 구현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 노조가 배제될 경우 그 부작용은 더욱 심각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매리 로버트슨은 “우리는 스웨덴처럼 성과연봉제가 노동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사례도 발견했는데, 제도 설계, 도입, 실행 등에 대한 노조의 참여가 핵심이었다. 노조가 참여함으로써 노동자들에게 좋은 쪽으로 제도를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는 데 있어 노조가 배제됨으로써 노조가 (스웨덴에서처럼) 그러한 영향을 주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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