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지정 '거부'
    야당들, "3일만의 약속 파기" 비판
        2016년 05월 16일 12: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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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원내지도부의 요구로 5·18 민주화운동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기념곡 지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3일 만에 약속을 파기하면서 청와대와 국회의 협치의 가능성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청와대는 국가보훈처의 ‘자율적 의사 결정’이라고 했으나 야당들은 사실상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의 이러한 결정을 가장 처음 접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소통과 협치를 깨버리는 그러한 처사”라며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에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해임결의안을 공동발의할 것을 제안하겠다”고 밝혔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에 동의하며 “정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국정 운영에 큰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13일) 회동이 끝난 뒤로도 청와대 관계 수석들과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날 밤도, 어제도 청와대 측과 전화 접촉을 통해서 상당히 긍정적 방안을 나누었다”며 “그런데 오늘 아침 7시 48분 현기환 정무수석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현 수석은 굉장히 아쉬워하면서 국가보훈처에서 어제 밤까지 심도 있게 논의했지만 국론분열 우려가 있어서 기념곡 지정 및 제창을 하지 못하고 과거처럼 합창을 하고 따라 부르고 싶은 사람은 따라 부르도록 한다, 현행 고수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제가 ‘이게 대통령 뜻이냐’고 물었더니 국가보훈처에서 그러한 것을 청와대에 보고한다는 거다. 이것은 지난 13일 그러니까 3일 전에 협치와 소통을 강조한 청와대 회동이 무효화되는 것”이라며 “3일 만에 대통령께서 협치와 소통을 강조한 그 합의문을 찢어버리는 결과”라고 질타했다.

    야당들은 국가보훈처의 이러한 결정이 사실상 박 대통령의 의중이 포함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자기 손을 떠났다고 한 것은 바로 윗선이 박근혜 대통령이었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며 “좋은 방안 강구하라고 한 말씀도 물밑 접촉을 통해서 나누었던 이야기가 결과적으로 광주 시민과 국민들에게 이러한 것으로 나타나게 된 것을 심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청와대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의사에 반해 보훈처가 이런 결정을 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이미 윗선은 누구로 밝혀졌다고 한 것으로 답변을 갈음하겠다”며 박 대통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는 뜻을 시사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보훈처장이 거부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 맞나. 보훈처장이 거부한 것인가. 아니면 지시한다고 야당 원내대표에게 말해놓고 사실은 지시하지 않은 것인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들은 청와대와 국가보훈처의 이 같은 결정에 강하게 항의, 박 보훈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공동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새누리당, 더민주에 공동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지정곡이 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하고 또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국무위원 아니기 때문에 해임 촉구결의안을 공동발의하자고 제안을 하고 원내수석에게 이러한 내용을 각 당에 전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도 “이 정권이 5월 18일 당일 어떻게 태도를 취하느냐 따라 앞으로 국정운영의 큰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우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이러한 사실을 박지원 원내대표에만 통보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국민의당하고만 파트너쉽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왜 이 문제를 국민의당에만 통보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또한 상무위원회에서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않기로 한 것은 5.18민주항쟁에 대한 부정이며 민주주의를 짓밟는 행위”라며 “3당 원내대표 회동 결과를 거스르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총선 민심을 정면으로 농락한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심 상임대표는 “결국 3당 원내대표 회동은 박대통령이 민의를 피해가기 위해 벌인 가면극에 불과했다”고 거듭 비판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지정 및 제창 여부는 정부가 총선민심을 받들지 말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라고 제창 방식으로 입장을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새누리당도 합창 방식으로 부르는 기존 방식으로 유지하기로 한 데에 대해 청와대에 재고를 요청하기로 했으나, 이승춘 보훈처장의 해임결의안에 동의 여부에 대해선 입장을 유보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 상견례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창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아직 (행사까지) 이틀 남았으니 재고해 주길 바란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에 내정된 김영우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3당 원내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국론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좋은 방법을 찾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보훈처가) 그대로 (합창) 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보훈처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정부 기념식이 국민 통합을 위해 한마음으로 진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님을 위한 행진곡’의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자에게 의무적으로 부르게 하는 제창 방식을 강요해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보훈·안보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정부에서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본 행사인 기념공연에서 합창단이 합창하고, 부르고 싶은 사람은 따라 부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부르지 않을 수 있도록 ‘참석자 자율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논란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제창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보훈처는 “5대 국경일, 46개 정부기념일, 30개 개별 법률에 규정된 기념일에 정부에서 기념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고 애국가도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할 경우 ‘국가 기념곡 제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2016년 현재까지도 ‘님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제창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정부 입장을 정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 없이 보훈처의 보도자료를 참고하라고만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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