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장 벗어던진 멍게의 변신
    [내 맛대로 먹기] 밥상에 올리는 향긋한 멍게깍두기-멍게무침
        2012년 07월 31일 05: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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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초등학교를 다닌 시골 마을에는 중학교가 없었다. 중학생이 되려면 별 도리 없이 군청 소재지인 작은 도시로 가서, 열세살 어린 나이에 친척집에 맡겨지거나 혼자 자취를 해야만 했다. 나의 도시 생활도 그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대궐처럼 보였던 2층집들, 출퇴근 시간마다 줄을 잇던 자전거 행렬, 난생 처음 맛본 자장면, 식료품점에 매달린 진주햄 쏘세지, 촌뜨기의 눈에 비친 도시의 풍경이었다.

    그 중에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풍경이 있다면, 어두운 거리에서 카바이트 불을 밝히고 해삼과 멍게를 팔던 좌판이다. 어느 겨울날 그 곳에서 혼자 멍게를 먹고 있던 같은 반 친구를 우연히 만나고 나는 몹시 놀랐다. 어린 나에게 멍게는 어른들의 술안주였지 아이들의 군것질거리는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해삼이나 멍게는 모두 귀한 존재였고, 그 후로도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내가 멍게를 먹을 일은 없었다.

    멍게는 수온이 높은 여름철인 5-7월에 깊이 15-20미터 정도의 바다 밑에서 3년쯤 성장한 것이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멍게 특유의 맛은 불포화알코올인 신티올(cynthiol) 때문이며, 근육 속에는 글리코겐의 함량(약 11.6%)이 다른 동물에 비해 많다. 멍게에는 또 인체에 필수불가결한 미량 금속성분인 바나듐이 들어 있어서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멍게의 표준어는 원래 우렁쉥이인데 흔히들 멍게라고 부르다 보니 복수표준어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중학교 다닐 적에는 멍게를 겨울철에 만날 수 있었다. 유통이나 저장의 어려움으로 말미암아 날씨가 추워지고 나서야 내륙까지 운반이 가능했기 때문이리라. 그나마 멍게가 전국적으로 퍼지게 된 것은 6.25 전쟁 이후라고 한다. 아마도 전쟁의 와중에 남쪽 지방으로 몰려든 피난민들에 의해서 널리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내가 멍게를 다시 찾게 된 것은 직장 생활을 하고 나서부터였다. 70년대에 주로 공급되던 자연산 멍게는 무분별한 채취로 거의 사라지고 양식을 통해 대량 생산된 멍게가 동네마다 공급되던 때였다. 멍게는 해산물 중에 비교적 저렴해서 술안주로 안성맞춤이었다. 처음에는 횟집에서 썰어주는 것만 집어 먹다가, 손질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제철을 맞은 싱싱한 멍게를 사다가 집에서 먹기 시작했다.

    멍게는 향이 일품이다. 한 입 베어물면 바다 내음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그렇지만 나에게 멍게는 언제나 술안주였다. 반찬으로 식탁에 올릴 생각은 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어느 해던가 장모께서 깍두기를 보내 주셨는데 멍게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후각을 자극했다. 바로 멍게깍두기였다. 그런 우연한 계기로 멍게를 밥상 위에 올리는 법을 알게 되었다. 멍게를 아예 먹을 줄 모르던 우리 딸도 멍게깍두기에는 쉽사리 손이 가곤 했다.

    멍게깍두기가 익숙해지고 나서는 숙성시키지 않고 곧바로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멍게무침을 만들게 되었다. 멍게무침은 반찬으로도 손색이 없지만, 따끈한 밥에 구운 김과 참기름이랑 얹어 비비면 맛있는 멍게비빔밥으로 먹을 수도 있다.

    <멍게 손질하기>
    -멍게는 2개의 큰 돌기 부분을 먼저 잘라내고 속살을 빼낸다.
    -내장을 깨끗이 훑어서 제거하고 3-4등분으로 칼질한다.

    ※ 멍게를 손질할 때는 멍게 자체의 물(체액)이 워낙 많이 나오므로 이것을 모아서 멍게속살을 씻으면 향도 손실되지 않고 맛이 훨씬 낫다.
    ※ 멍게는 손질하여 껍질을 제거하면 원래 무게의 1/3쯤으로 줄어든다.

    <멍게깍두기>
    재료: 무 1.2kg, 멍게 600g, 쪽파 50g, 미나리 50g
    양념: 고춧가루 6T, 멸치액젓(까나리액젓) 6T, 마늘 1T, 생강 1/2T, 설탕 1T, 소금 약간

    (1) 깍둑썰기를 한 무에 설탕 1큰술과 소금 약간을 뿌려 놓고, 무에서 물기가 생기면 고춧가루 1큰술을 넣어 버무려서 가볍게 고춧물을 들인다.
    (2) 남은 고춧가루에 액젓, 마늘, 생강을 넣어 갠 다음 고춧물 들인 무에 넣어서 버무린다.
    (3) 여기에 멍게 손질한 것과 3센티미터 길이로 자른 쪽파와 미나리를 넣어 가볍게 버무린 다음 실온에서 하루쯤 익힌 뒤 냉장고에 두고 먹는다.

    멍게

    멍게 손질하기

    손질한 멍게

    쪽파와 미나리

    멍게깍두기 완성

    멍게깍두기 완성

    <멍게무침>
    재료: 멍게 1kg, 무 100g, 쪽파 30g, 미나리 30g, 홍고추 1개
    양념: 액젓 1T, 간장 1T, 고춧가루 1T, 설탕 1t, 마늘 1t, 파 1t, 깨소금 1T

    – 양념을 모두 섞어 멍게와 버무리고, 얇게 저며 썬 무와 손질한 쪽파와 미나리, 홍고추를 넣어서 한번 더 버무린 다음에 바로 먹는다.

    멍게무침

    멍게무침 완성

     

    필자소개
    이성우
    전 공공연맹 사무처장이었고 현재는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이다. 노동운동뿐 아니라 요리를 통해서도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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