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원폭피해자단체 방일,
    미국과 일본에 사과와 보상 요구키로
    백악관 "오바마 히로시마행, 모든 원폭 피해자 추모"
        2016년 05월 13일 02: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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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6, 27일 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방문 일정에 맞춰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도 히로시마를 직접 찾아 미국과 일본 정부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기로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마일스 캐긴스 대변인은 12일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방문 때 한국인 원폭 피해자 약 2만 명에 대해서도 추모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히로시마(원폭 피해자)를 비롯해 2차 세계대전 기간에 희생된 모든 무고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과거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로 해석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해,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 표명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히로시마 방문이 미군의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한국인을 포함한 무고한 원폭 피해자들을 기리고 세계 비핵화에 그 목적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위령비

    히로시마에 있는 한국인 원폭피해자 위령비(사진=에너지정의행동)

    우리 정부 입장에선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달갑지만은 않다. 침략 전쟁에 대한 반성과 그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지속적으로 이 같은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해왔고, 미국 측은 히로시마 방문이 사죄나 면죄부로 비칠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측은 미국이 히로시마 방문을 가장 꺼리는 이유인 사과 표명에 대해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세계 비핵화를 위한 행보라는 점을 강조했고, 이에 더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가 히로시마 방문을 권유하면서 그동안 히로시마 방문에 신중론을 견지하던 오바마 대통령을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11일 “‘핵무기 없는 세계’를 통해 평화와 안보를 추구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신념에 입각해 (이번 방문이) 이뤄진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반대하지도 않지만 지지하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결정되자, 우리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 원폭사망자 위령비도 함께 방문해야 한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원폭 사망자 위령비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계기에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도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으나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건은 저희에게도 상당한 관심사고 저희 희생자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저희의 관심에 대해 미측에 충분히 협의를 통해 전달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조 대변인은 “아직 오바마 대통령의 구체적인 동선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저희로서는 그 사안(한국인 위령비 방문)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추후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 원폭 피해자들도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에 방문하는 27일에 맞춰 히로시마를 방문하고 미국과 일본 정부에 사과와 보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은 일본이 마치 자신들이 핵 피해국임을 강조하는 데 대해,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은 원폭 피해만이 아니라 일본의 강제징용 등으로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본으로 끌려가 원폭 피해를 입은 이중의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원폭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추진연대회의(원폭피해자 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방문해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경남 합천에 있는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12일 이사회를 열어 오는 27일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시기에 맞춰 현지에 대표단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대표단에는 전국 5개 지부(서울·대구·합천·경남·부산)에서 1명 이상씩 참여한다.

    원폭피해자협회는 오마바 대통령에게 한국인 위령비에 헌화와 한국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사과와 보상 요구, 반핵 메시지 등을 전달할 계획이다.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은 1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무고한 한국인들이 당한 원폭 피해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설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 지부장은 또한 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전쟁 후 보상 문제를 국제적으로 다뤘을 때의 문서를 원폭피해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어느 쪽에 가서 보상을 받을지를 명확히 할 수 있다”며 “2차 대전 때 일본과 같은 패전국인데도 독일은 다 보상을 했는데 일본은 지금은 사죄조차 하지 않고 지금까지 무방비 상태로 그냥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심 지부장은 “(오마바 대통령에) 면담도 요구할 것이고 한국인 위령비에도 사죄를 해라, 그리고 참배를 하라, 이렇게 얘기 할 것”이라며 “핵도 없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히로시마는 지난 1945년 8월 6일, 전쟁을 끝내겠다는 목적 하에 미국이 일본에 투하한 원자폭탄 투하지로서 원폭 당시 강제징용, 이주 등으로 일본에 머물다 피폭된 한국인 피해자는 전체 원폭 피해자 68만 명 중 7만 명에 이른다. 당시 일본인 피폭자의 생존율이 30%(25만 명)인 반면, 한국인 피폭자는 제대로 된 치료와 보상, 생계지원을 받지 못해 생존율이 3.5%(2584명,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등록 기준)에 그치고 있으며 이들의 연령은 평균 82세의 고령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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