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당 15900원
    급식 노동자의 ‘웃픈’ 현실
    [기고] 인천시교육청과 급식노동자
        2016년 05월 13일 09: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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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대청소 날이었어요. 후드를 닦기 위해 국통을 밟고 올라갔죠. 당연히 불안한 자세일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살살 청소할 수 있나요? 바닥, 천장 청소에 튀김기 닦고, 소독도 해야 하고 정신없이 닦고 있는데, 발을 바꾸다가 아차 하는 순간 미끄러졌어요. 하필이면 떨어지면서 아래에 있는 수도꼭지에 퍽하고 부딪히고 말았죠. 근데 마칠 시간이 되지 않아서 바로 쉬지도 못했어요. 숨도 못 쉴 만큼 아픈데 빠질 수가 없었어요. 안 그래도 극한으로 일하고 있는데, 제가 빠지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러니 아픈 델 움켜쥐고 꾸역꾸역 일했죠.”

    그렇게 참고 일하던 김일순 조리원은 기절할 듯한 고통에 견디지 못하고 병원으로 향해야 했다. 갈비뼈 4대가 부러지고, 1대에 금이 갔다.

    얼마 전, 인천광역시 학교급식 노동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초·중·고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직접 급식실의 열악한 노동 환경, 인천시교육청의 배식원 감축 방안에 대한 논란까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행사 시작 전 상영된 영상엔 조리실의 노동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잘 보여줬다. 그 모습에 뜨악하면서도 조리원들이 자신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며 웃고 떠들어 증언대회는 시종일관 뜨겁고도 쾌활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급식

    급식노동자 모습(사진=교육희망)

    전쟁 같은 나날

    “오늘도 전쟁이었어요.” 인천에 있는 한 고등학교 조리실에서 일하는 김일순 조리원은 아이들에게 ‘밥해주는 사람’이 이런 거친 표현을 써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며 말을 꺼냈다.

    그녀의 증언은 과장이 아니었다. 급식 노동자들은 온 종일 불, 뜨거운 물, 무거운 솥과 씨름하며 빈번하게 사고 위험을 겪는다. 하지만 최소한의 인원으로 돌아가는 조리실의 사정을 알기에 그녀처럼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하고, 회복 기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한 채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학교에서도 이른바 “최소한의 인건비로, 최대한의 서비스”라는 기업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조리원 1명을 기준으로 담당하는 식수인원은 평균 150명이다. 이는 다른 공공기관보다 2~3배 이상 높은 수치다. 2~3배 높은 노동 강도인 셈이다.

    사람들은 흔히 밥 짓는 일이 뭐 그렇게 힘든 일이지 의아해 한다. 그러나 급식 노동자들은 다른 어떤 직군보다도 근골격계질환 증상자 비율이 월등히 높다. 2014년 인천대학교 노동과학연구소의 조사 결과, 인천지역의 학교 조리원 중 증상호소자 93.1퍼센트, 관리대상자가 77퍼센트에 달했다. 산업 평균 증상호소자 77.9퍼센트, 관리대상자 51.4퍼센트과 비교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또, 이렇게 많은 급식 노동자들이 모여 교육청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일 빨리 끝내고 쉬라면서 500명 감축한다는 교육청

    사정이 이럴진대, 인천시교육청의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 발표한 급식조리원의 배치기준을 보면, 식수인원이 평균 144.5명이라지만, 배치기준 내 업무성격이 다소 다른 조리직 공무원도 포함돼 있고, 배치기준 역시 준수하고 있지 않은 학교가 태반이다. 게다가 열악한 배치기준을 악용해 조리 종사원의 수는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주 15시간미만 단시간노동자인 배식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극단적인 사례다.

    표1

    “우리 학교는 내년까지 기다릴 것 없이, 일찌감치 배식원들이 사라졌어요. 그 자리는 당연히 우리 조리원들이 채우고 있죠. 정말 허둥지둥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조리하랴, 배식하랴, 청소하랴, 정리하랴. 정말 누가 다치지 않을까 조마조마 마음 졸이며, 하루를 보내요.”

    ㄴ중학교 이영숙 조리원은 배식원이 감원되지 않았을 때도 문제가 컸지만, 배식원이 줄면 정말 어떤 끔찍한 사고가 벌어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100명, 내년엔 500명이나 되는 배식원을 자르겠다고 발표했다.

    일당 15,900원

    “우리는 작년까지 2시간 50분 일 하다가, 올해 아무 이유도 없이 2시간 30분으로 줄인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어요. 게다가 같이 일하던 동료들까지 해고 통보를 받아 쫓겨났구요. 시간은 줄이고, 임금은 제가 입사했던 4년 전으로 되돌아간 거예요. 그럼 하루 일당은 1만5900원, 한 달이면 30만원을 겨우 넘겨요. 매년 재계약 하면서 시달리는 불안도 있구요. 말 그대로 파리 목숨이죠.” (ㄷ초등학교 배식원, 공선화)

    전국적으로 학교 급식실에 6만 6천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영양사, 조리장 역할을 하는 조리사, 조리업무를 담당하는 조리원, 배식업무를 지원하는 배식원 등 4개 직종이다.

    현재 학교급식 배식원은 전국적으로 4,800여 명이다. 10년 전만 해도, 학교에서 배식원을 고용하기 보다는 엄마들을 반강제로 차출해 배식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관행이 남아있어서인지, 최저임금 갓 넘는 일당 15,900원을 받으면서 불합리한 차별까지 받고 있다. 초단시간 근로자라는 명목으로 퇴직금은 물론, 여타의 수당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예산 삭감 문제에 있어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업무는 그대로인데, 노동시간과 인원이 감축되면, 남은 인원들과 조리원들에게 업무가 과중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모두가 행복한 인천교육’ 되려면

    초등학교 시절, 점심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쌀 한 톨에 들어간 농부의 정성에 대해 감사해 하며, 단체로 “잘 먹겠습니다~!” 외쳤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학생들의 밥에는 농민뿐만 아니라,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도 배어있다.

    앞으로는 우리 앞에 놓인 밥 한 끼를 위해, 급식실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급식 노동자들에 대한 존중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인천시교육청의 슬로건은 “모두가 행복한 인천교육”이다. 교육청이 이렇게 급식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인원도 감축한다면, 우리 학생들에게 떳떳하게 이런 말을 가르칠 수 있을까?

    ‘모두’의 의미를 확장하기 위해,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외치고 있다. 급식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 말도 안 되는 배치기준 개선하고 배식원 노동자들의 인원 감축계획을 철회하는 것이 교육청이 말하는 “행복교육”에 부합할 것이다.

    필자소개
    사회진보연대 인천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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