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현실화와 함께
고액 상한제 '최고임금제' 도입해야
20대 국회의 과제 '임금격차, 노동시간, 비정규직'
    2016년 05월 12일 09: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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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노동시장 개혁과제 무엇이 되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126차 노동포럼에선 19대 국회를 삼킨 ‘노동개악 저지’ 구호 대신 ‘노동 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 과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임금격차 해소 ▲실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대책이 20대 국회에서 야3당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포럼에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원보 이사장과 김유선 선임연구위원, 김영훈 전국철도노조 위원장,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이정미 정의당 부대표가 발제자 및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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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초래 원인…임금격차 해소
최저임금위 개편·최고임금제 도입해야

양극화가 최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이를 극복할 방안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는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아졌다. 원내 4당 모두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총선 정책 공약을 발표했지만 결국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최저임금위원회다. 더 정확히 하면 정부가 결정한다고 보는 편이 맞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겉으론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한 테이블에 모여 논의해 결정하는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실제론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 구조다. 이날 포럼에서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강성태 교수는 최저임금을 국회 등 정치권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익위원 뒤에 숨어 정부가 최저임금 조정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를 깨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이 결정권을 가지고 정치적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최저임금액을 올리는 것도 급선무지만 최저임금의 결정 방식을 바꾸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형식만 독립적이고 자시의 결정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보단 정치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대통령, 국회가 직접 결정하는 방식이 최저임금의 성격과 더 부합한다”고 말했다.

정부 추천 몫인 공익위원에 대해선 “교수가 무슨 대표성이 있나. 전문성과 독립성은 또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모든 독립성은 책임으로부터 나온다. 차라리 정치권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그 결과에 대해선 정치적으로 책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정치권이 최저임금 결정권을 갖게 될 경우 정치성향에 따라 최저임금이 수년간 동결될 우려를 지적했다. 현재 구조인 3자 기구가 가장 적당하지만 그 방법론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위원회가 국회로 가는 것이 꼭 좋은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 결정권이 국회에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보수정당이 여당일 때 여러 핑계를 대며 최저임금을 하나도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자 기구가 가장 많이 쓰는데 방법론이 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공익을 앞세워서 정부가 그 책임에서 빠져나가는데 베트남은 정부 쪽 대표가 들어오고, 독일은 노사 쌍방이 모든 결정을 하게 돼있다”며 “지금의 3자 기구 내에서 방향을 바꾸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만큼 중요한 것이 최고임금제 도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임원이나 고소득자의 임금 상한선을 정해 그 이상은 받지 못하도록 법 제도로 강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0대 재벌 상장사 78곳 최고경영자의 평균 보수는 23.5억이다. 일반 직원 평균 보수(6천7백만원)의 35배, 최저임금의 180배다. 경영실패로 인한 대대적 구조조정 속에서도 경영진의 보수는 막대하다.

KT 황창규 회장의 경우 1조 이상의 적자를 내고 8천3백 명의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았지만 연봉은 5억이 넘었다. 부실경영으로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린 현대중공업도 이재성 전 회장은 2조에 가까운 적자를 내고 1천5백 명의 노동자를 명예퇴직 시켰지만 퇴직금으로 24억 원을 챙겼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과 최고임금을 연동해서 법정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상한액을 설정하는 방식의 최고임금제 대안을 내놓았다. 초과분은 세율 50~100%의 부가세로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총선에서 야권은 최고임금제 적용 대상을 일부 대기업 임원에 한정했는데, 국세청이 파악한 것을 바탕으로 전체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간편하다. 최고임금 수준은 낮출수록 좋고 최저임금과 비교해서 정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부대표 또한 “공기업과 대기업의 CEO, 고위 임원 연봉을 최저임금과 연동해 2016년 기준 공기업은 10배(약 1억5천만 원), 대기업은 30배(약 4억5천만 원)으로 최고임금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러한 내용의 공기업 대기업 임원 임금 상한제 도입을 공약으로 발표했었다.

강성태 교수는 “최고임금법 외에도 한 기업 내에 최고임금을 받는 사람과 최저임금 받는 사람의 임금 격차가 12배가 넘으면 안 된다는 내용의 임금격차법도 고민해 봐야한다”며 “같이 일하는 사람 간 임금 격차 그 이상 나는 것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임금 전체를 공시하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실노동시간 단축 이슈 전망
노사정위 내 ‘1800위원회’ 구성, 대안 될까

정부의 노동4법에는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주 60시간으로 연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 매달 최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도 거론된 실노동시간 단축은 여야의 노동4법 협상과 맞물려 20대 국회 노동 이슈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연간 노동시간 1800시간을 목표로 하는 종합계획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주5일제 100% 실시, 휴일휴가 확대, 초과근로시간 한도 주12시간에서 8시간으로 축소, 교대제 개편 등이 주내용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2020년까지 근로시간을 OECD 수준으로 낮추겠다며 근로시간 단축을 공약했다”며 “야권과 노동계에서만 하는 얘기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5일제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 효과가 있긴 했지만 작년부턴 오히려 노동시간이 늘었다. 법제도를 바꾸는 노력이 없으면 노동시간 단축은 어렵다”며 “주5일제 66% 시행하고 있는데 상당 부분 안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다. 있는 법이라도 잘 지키게 해야 하고 초과근로시간 한도도 주12시간 넘는 것은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성태 교수는 “연간 근로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업종에 정책 관심과 수당을 집중하는 한편 작년 노사정위가 근로시간 개혁 과제로 합의했던 2020년까지 1,800시간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실무기구부터 구성해야 할 것”이라며 “20대 국회의 첫 번째 과제로 (노사정위 산하) 1800위원회 설립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선 노동계도 큰 결심을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저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휴식을 금전으로 보상하는 대신 시간으로 보상하는 형태를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선임연구위원 또한 금전보상제도에 대해 “연차휴가를 쓰지 않으면 수당으로 받는 것으로 돼있는데 ILO 조약만 봐도 시간은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며 “금전보상 없앤다고 하면 노동계도 반발하겠지만 그래도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했다.

비정규직 고용하면 기업에 경제적 부담 부과해…자발적 축소 유도해야

작년 3월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 공시제 현황’에 따르면 10대 대기업 비정규직 고용률은 37.7%이고 이중 사내하청은 무려 30.7%에 달한다. 사내하청은 대부분 상시·지속적 일자리이라 불법파견으로 여겨진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발제에서 공공부문 간접고용(파견용역)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민간 대기업의 경우 고용형태를 공시제 등을 통한 유도 방식이 아닌 법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강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IMF는 경기 위축기에 고용보호 완화 정책은 단기적으로 부정적이고 중기적으로 매우 부정적 영향 미친다고 판단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고용보호 완화를 중심으로 한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업에 비정규직을 고용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부과해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축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성태 교수는 “2007년 이후 비정규직 사용하는데 부담이 지극히 적어졌다. 정규직 전환을 권고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었다”며 “기본적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개별기업은 이익을 보는데 사회전체로는 부담이다. 그 부담만큼 기업에 세금으로 내게 해야 한다. 비정규 사용하는 것이 편리한 만큼 경제적 부담이 가중돼야만 기업가가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조직 노동자 보호위해 단체협약 적용 범위 확장 필요
노조 사회·경제적 대표기구로 인정하는 문화 형성돼야

낮은 노조조직률에 대한 노동계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한편에선 미조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단체협약 효력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성태 교수는 낮은 노조조직률에 대한 지적에 “노조를 조직률로만 바라보는 시작은 적절하지 않다”며 “프랑스에선 노조를 정당으로 취급하고, 노조는 근로자들의 대표기구가 아니라 전체 근로자, 전체 국민의 복지를 향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대표기구가 정당이라면 사회적 경제적 대표기구는 노조라고 보는 문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0년간 노조 조직률은 20% 넘어선 적이 없다. 상당 기간 이 수치를 넘기 힘들다”며 “80~90%의 미조직 노동자를 위해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단협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노조 가입률이 적어도 단협 적용률은 9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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