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핵 보유국 인정하면
    핵 비확산 체제(NPT) 복귀할 수 있어"
    남, 통일 동반자로 강조..."차기 정부 염두에 둔 것"
        2016년 05월 09일 01:0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지난 6일부터 4일째 진행되고 있는 7차 노동당 당대회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에 대해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 대응책이 아니라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적 노선이며 가장 정당하고 혁명적인 노선”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라는 주장이다.

    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조건 하에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 전파 방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러한 조건을 수용한다면 2003년 탈퇴한 핵확산방지조약(NPT)에 복귀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아닌 ‘전 세계의 비핵화’로 그 의미를 확장하여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핵 문제의 위상을 키우면서 대미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듯 북한은 국제사회의 핵 포기 요구를 거부하면서도 남북군사회담을 제안하는 등 한국을 “통일의 동반자”로 강조하며 남북관계 근본적 해결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은 없고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요구만 있어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제안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많다.

    통일부는 8일 대변인 논평에서 북한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북한을 결코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와 국제사회의 일치된 입장이며 국제사회는 유례없이 강력한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를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우리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이러한 엄중한 상황에서 북한이 여전히 경제·핵 병진노선을 내세우며 ‘핵 보유국의 책임’, ‘세계의 비핵화’ 등을 운운하는 것은 스스로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국제사회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평화와 통일, 남북관계와 관련한 주장에 대해서도 “북한이 지금까지 주장해 왔던 입장을 다시 한 번 반복한 데에 지나지 않는다”며 “북한이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 개발과 우리를 직접 겨냥한 도발 위협을 지속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거론한 것은 전혀 진정성이 없는 선전공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핵과 관련돼서 입장이 조금도 변화가 없고 4차 핵실험 끝나고 난 뒤에 자세가 뻣뻣해졌다”며 “핵 보유국이라는 걸 인정하면 핵 비확산에 협조하겠다라는 얘기이기 때문에 자기들이 비핵화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미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조건 하에 ‘전 세계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역으로 핵보유국 불인정 시 핵개발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정 전 장관은 “‘핵 경제 병진노선은 항구적인 전략 노선’이라고 못을 박은 것은 핵은 계속 개발하겠다는 얘기를 한 것이고 만약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자주권을 침해하면 핵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얘기로 해석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제1비서는 통일을 위해 남북이 노력해야 한다며 그 구체적 사례로 “대북 심리전 방송과 대북 전단 등 비방 중산을 중단해야 한다”며 “군사적 긴장 상태를 온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우선 북남 군사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촉구해온 핵포기는 거부하면서 남한에는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하는 등 대화의 손을 내민 것이다. 그러나 대북 확성기 방송,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등을 조건으로 단 것을 감안하면 남북문제의 ‘거시적 해결’을 위한 제안이라기보다 우리 정부의 북한에 대한 ‘뼈아픈 제재’를 방어할 목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 전 장관은 “남한과 대화하겠다는 것은 소위 삐라 살포, 확성기 방송 이런 것을 중단을 시키기 위한 군사회담을 하자는 제안을 하는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남북한의 무력을 감축하거나 또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원칙적인 문제를 협의하자는 게 아니라 삐라랑 확성기 방송 얘기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걸 보면 그것을 중지하기 위한 회담만 하고 끝내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별로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서는 (북한의 제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으론 남북군사회담이 ‘제재’를 강조해온 박근혜 정부가 아닌 ‘대화’를 중시하는 차기 정부를 염두에 둔 제안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의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당대회에서 천명하는 노선이나 정책은 대략 향후 5~10년을 염두에 두고 발표되는 것인 만큼 이 같은 입장은 박근혜 정부보다는 한국의 차기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입장 표명으로 판단된다”며 “북한 노동당 제7차 대회 직전에 한국에서 있었던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야당이 압승을 거둔 것이 김정은이 당대회에서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대남 입장을 표명하게 한 배경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