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지방선거,
    녹색당과 영국독립당의 약진
    [기고]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결과
        2016년 05월 08일 12: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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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지방선거에서 사디크 칸(Sadiq Khan) 노동당 후보가 런던시장에 당선됐다. 칸 후보는 1차 개표에서 44%를 득표, 35%를 획득한 보수당의 골드스미스(Zac Goldsmith)후보를 여유 있게 앞질렀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를 제외하고 나머지 후보들의 2순위 표를 합산하는 선호투표제에 따라 칸 후보는 57%를 얻으며 당선됐다.

    켄 리빙스턴 이후 8년 만에 런던시장을 되찾은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당 대표는 2020년 차기 총선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당 내 입지를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가디언

    녹색당(England Wales Green)의 시안 베리(Sian Berry)는 5.8%를 득표하며 선전했으며,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은 3.6%의 득표를 올리며 런던에서도 지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번 런던시장 선거는 “쟁점이 없는 것이 쟁점”인 선거였다. 과거와 달리 굵직한 정치이슈나 첨예한 정책 대결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지하철(Underground)요금과 공공임대 주택 정도가 두 후보 간의 쟁점이었다.

    노동당은 요금 동결을 주장했지만, 보수당은 요금 인상과 시설 개선을 들고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악명 높은 런던의 지하철요금 인상은 유권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다. 주택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공주택 확대는 건설경기를 위축시킨다는 보수당의 주장은 유권자의 냉담한 반응으로 돌아왔다. 선거를 하기도 전에 패배가 확실해진 보수당은 반 난민 정서에 기대며 칸 후보가 무슬림이라는 사실을 공격했지만 그마저도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런던광역 = 노동당 ‘런던시장 탈환’, 영국독립당(UKIP) ‘원내진입’, 녹색당 ‘캐스팅보트’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젤 패라지(Nigel Farage) 당 대표가 런던광역의원에 당선됐다. 14개 지역구 선거에서는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지만 비례대표 11석 중에 2석을 차지했다. 6.5%, 170만 표를 획득했다. 0.2% 차이로 1석을 얻는 데 그친 자민당은 5당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UKIP의 런던 진출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웨일즈를 비롯해 잉글랜드 일부 지역에서 UKIP는 이미 두 자리 수에 가까운 지지율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바 있었다. 반 난민 정서에 힘입어 5%의 진입장벽을 넘었고 두 자리 지지율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녹색당(England-Wales Green)도 2석을 차지했다. 7.9%, 2십만 표를 획득했다. 런던시장으로 출마한 시안 베리는 5.8%를 얻으며 3위를 차지했다. 유로스타역이 있는 런던 한복판을 하원의원 선거구로 가진 나탈리 베넷(Natalie Bennett) 당 대표의 호감도가 녹색당의 큰 자산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녹색당은 유력한 지역에 집중하는 전술 대신에 후보자가 발굴되는 전 지역구에 출마하는 전술을 사용했다. 비록 브라이튼-파빌리온 선거구에서 캐롤라인 루카스(Caroline Lucas)가 재선에 성공하며 1석을 얻는 데 그쳤지만 전체적으로는 백만표를 획득함으로서 전국정당의 위상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발판을 배경으로 이번 선거에서도 전국적으로 20여석의 지방의원을 배출할 전망이다.

    노동당은 12석을 얻어 1당을 유지했다. 중서북부 지역에서 여전히 강세를 나타냈으며 지역구에서 9석, 비례로 3석을 차지했다. 런던시장과 광역의회에서 1당을 차지함으로서 제레미 코빈 당 대표의 당내 기반도 한층 공고해졌다. 다만 과반에서 1석이 모자라 녹색당의 협조가 절실해졌다. 녹색당은 단 두 석으로 런던광역의회에서 커다란 스피커를 확보하게 됐다.

    칸 시장 당선자가 교통부차관을 하며 경험을 쌓았고, 비례1번으로 의회에 진출한 녹색당의 시안 베리도 독특하게도 교통과 운수 전공이서도 난제인 런던의 교통문제가 개선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코틀랜드 = 국민당(SNP) ‘암초’, 노동당 ‘먹구름’, 녹색당 ‘캐스팅보트’, 보수당 ‘약진’

    스코틀랜드 의회선거에서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1당을 유지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올렸다. SNP는 총129석 중에 63석을 얻었지만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다. 69석으로 단독의회를 이끌던 SNP는 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해 총선에서 스코틀랜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올렸던 기세를 몰아 80석까지 기대했던 SNP로서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다. 이번 지방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후 “제2차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추진”을 공언했던 니콜라 스터전(Nicola Sturgeon) 당 대표는 뜻하지 않은 위기를 맞게 됐다.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에서 첫 번째 승자는 보수당이다. 15석에서 31석으로 늘리며 약진했다. 반면 노동당은 37석에서 24석으로 줄어 스코틀랜드에서의 기반이 계속 와해되고 있다. 이런 지표는 차기 총선에서 노동당에게 여전히 악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징후다.

    최대 승자는 스코틀랜드 녹색당(Scottish Green)이다. 공동대표인 패트릭 하비(Patrick Harvie)가 글래스고우의 선거구를 사수했으며, 매기 채프만(Maggie Chapman) 역시 뉴 스코틀랜드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게다가 4명이 추가로 당선되면서 총 6석을 얻는 데 성공했다.

    과반 확보에 실패한 SNP가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노동당과 연정을 할 가능성은 없다. 분리독립에 찬성하는 스코틀랜드 녹색당은 6석을 가지고 연정에 참여하며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웨일즈, 북아일랜드 = 노동당 ‘과반실패’, 영국독립당(UKIP) ‘대약진‘, 신페인(SF) ‘건재’

    웨일즈 선거에서는 노동당이 과반에 두석 모자란 29석을 얻으며 단독집권에 실패했다. 반면 반 난민정서에 힘입은 극우정당 영국독립당(UKIP)이 7석을 얻으며 원내에 새롭게 진입했다. 11석을 얻은 보수당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의석을 단번에 획득하는 수치여서 충격파는 더욱 컸다. UKIP는 북 웨일즈에서 강세를 보였으며 나머지 지역에서 두 자리 수의 고른 득표력을 올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가디언을 비롯한 현지 언론의 전망이다.

    과반확보에 실패한 노동당은 SNP만큼은 아니지만 분리독립과 광범위한 자치권 확대를 주장하는 웨일즈민족당(Wales Plaid Cymru)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난제에 놓였다. 웨일즈민족당은 12석을 확보했다.

    개표가 계속되고 있는 북아일랜드 선거에서는 얼스터연방당(DUP)이 33석을 얻어 1당을 달리고 있지만 과반수 획득을 어려울 전망이다. 북아일랜드 동맹당(Alliance)이나 사회민주당(SDLP) 같은 소수정당들과의 연정이 불가피해졌다.

    신페인당은(SF)는 현재까지 19석을 얻어 건재를 과시했다. 최종적으로 27~9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도자인 게리 아담스는 소위 ‘보스턴 파일’로 체포되는 등 위기에 빠지기도 했지만 지지기반이 여전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 보스턴 파일 : 보스턴대학은 과거 아일랜드공화군(IRA)에서 활동하다 미국으로 망명 및 이민을 간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사후 공개를 조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부풀려진 진실들이 인터뷰에 포함되었다. 북아일랜드는 파일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벌여 재판에서 승리했다. 게리 아담스는 40년전 IRA에서 활동하다 이중스파이 혐의를 받는 인물의 살해 및 암매장혐의를 받았다.

    SNP가 과반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스코틀랜드 독립투표에서 패배해 2선으로 후퇴한 앨릭스 새먼드(Alex Salmond)의 거취가 관심거리다. 새먼드는 여전히 주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데다 스코틀랜드 녹색당과의 연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새먼드는 오래전부터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지자로 녹색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2차 독립투표를 추진하려면 새먼드의 구원등판이 어떤 식으로든 필요해진 것만은 분명해졌다.

    6월 23일 실시될 브렉시트 투표를 놓고 보수당의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이 캐머런 총리를 공개적으로 공격하며 보수당의 강경파들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캐머런 총리는 언론에 보리스 존슨에 대해 인간적인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옥스퍼드대학 동문에 20년간 절친이지만 런던시장을 내려놓은 보리스 존슨은 차기를 노리며 캐머런 총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던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 투표의 결과에 따라 정치생명이 위태롭게 될 수도 있는 위기에 빠졌다.

    필자소개
    인문사회과학 서점 공동대표이며 레디앙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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