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런던시장,
    노동당의 '흙수저' 무슬림 후보 당선
    영국 노동당,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부진...잉글랜드 선전
        2016년 05월 07일 11: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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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의 노동당 사디크 칸(45) 후보가 영국의 런던 시장에 당선됐다. 유럽의 대도시 수장으로 당선된 사실상 첫 번째 무슬림 시장이다.

    이민자의 가난한 집안의 8남매 중 5번째로 태어난 대표적인 ‘흙수저’ 정치인으로, 보수당의 수천억 부자인 ‘금수저’ 골드스미스(41) 후보를 57%대 43%의 큰 차이로 눌렀다. (1,310,143표 대 994,614표)

    런던시장 투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외 후보자들의 2순위 표를 합산하는 ‘선호투표제’이다. 1차 투표에서 칸 후보는 44%(골드스미스 후보는 35%)를 얻었지만 과반이 안 되어 2순위 표를 합산한 결과 57%로 당선됐다.

    런던의 민선 시장은 2000년~2008년 노동당의 켄 리빙스턴이 당선된 후 2008년~2016년은 보수당의 보리스 존슨이 당선됐다. 런던의 경우 비교적 노동당의 지지가 강한 도시이다.

    노동당, 스코틀랜드에서 보수당에도 밀려…잉글랜드에선 선전

    5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에서 스코틀랜드에서는 백여 년 만에 보수당에 뒤지는 3위를 기록하고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도 이전 선거에 비해 부진했던 노동당과 제레미 코빈 대표에게 런던시장 선거 결과는 상당한 위안이 되는 결과이다. 하지만 선거 전 예상됐던 노동당 의석수의 대폭 상실에 비해서는, 특히 잉글랜드에서 선전했다는 평가가 많다.

    스코틀랜드 의회(129석) 선거에서는 중도좌파이며 분리주의 경향의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이 세 번 연속 다수당이 되는 승리를 얻었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과반에 미달하는 63석을 얻었다. 보수당이 31석, 노동당이 24석, 녹색당 6석, 자유민주당 5석을 얻었다. 과반은 65석이다. 스코틀랜드 독립을 지향하는 국민당은 이에 반대하는 보수당이나 노동당이 아니라 독립 찬성파인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웨일즈(60석)에서는 노동당이 29석으로 1당이 되었지만 단독 집권은 어려운 상태이다. 웨일즈민족당 12석, 보수당이 11석을 얻었으며 극우파 영국독립당이 사상 처음으로 웨일즈에서 7석을 획득했다.

    500만명의 스코틀랜드, 300만명의 웨일즈에 비해 5300만 명 인구가 집중된 잉글랜드에서는 기초단체별 124개의 지방의회 선거가 진행됐는데 최종 개표 결과는 주말경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BBC에 따르면 그 중 118개 개표가 완료된 시점에서 노동당이 57곳, 보수당이 34곳, 자유민주당이 4곳에서 승리한 것으로 발표됐다. 지방의원 수에서는 150명 가량 의석이 대폭 줄 것으로 예상됐던 노동당의 경우 24석(1,280석) 정도가 줄어들었다. 보수당도 35석이 줄었다(753석). 지난 총선에서 참패했던 자민당이 지방의원 40석 증가(341석) 등 일정한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칸

    사디크 칸 노동당 런던시장 후보

    사디크 칸 “런던시민들, 공포가 아니라 희망을 선택”

    당선 연설에서 칸 후보는 그의 가난하고 밑바닥의 가정 출신을 언급하며 “자신과 같은 사람이 런던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전에는 결코 상상하지 못했다”며 자신은 “모든 런던 시민들을 위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런던 시민들이 공포가 아니라 희망을, 분열이 아니라 단합을 선택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망한 칸 후보의 아버지는 파키스탄 이주민으로 버스 노동자로 25년간 일했으며 어머니는 재봉사였다. 8남매의 5번째로 태어난 칸은 공공주택에서 성장했으며 공립학교를 거쳐 북런던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후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런던의 기초의원을 거쳐 2005년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2008년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정부에서 지방자치부 차관을 맡기도 했으며 이후 노동당이 야당이 된 후에는 예비내각의 교통부 장관 등을 맡기도 했다.

    제레미 코빈 대표도 트위터를 통해 칸의 당선을 축하하며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하고 공평한 런던을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남겼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의 부진을 제레미 코빈 대표의 강경한 반긴축 노선과 강경좌파적 태도 때문이라는 당 내 반대파들의 비판에 대해 코빈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스코틀랜드 등에서 부진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노동당의 지지 기반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선거 전 많은 사람들이 노동당이 지방선거에 참패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우리는 버텨냈고 많은 곳에서 지지가 확대됐다. 스코틀랜드에서 우리는 지지를 다시 재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전국 지지율에서 노동당은 예상보다 높은 31%를 얻었고 보수당은 30% 자유민주당은 15% 극우파인 영국독립당은 12%를 얻은 것으로 분석했다.

    칸 후보는 선거기간 동안 강경좌파의 이미지가 강한 제레미 코빈 당수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런던의 대중교통 요금 동결과 저렴한 공공 주택 건설을 공약했다. 반면 그는 기업들에 우호적인 환경과 감세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런던시장 선거에서 보수당은 노동당 칸 후보에 대해 파키스탄 이주민 출신임을 강조하며 그가 무슬림 극단주의자와 가깝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부정적이고 선거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런 캠페인에 대해 보수당 내부에서도 “추악하고 보수당의 품위를 상실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들이 있었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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