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 한은 전 총재
    "현 정부의 양적완화, 바람직하지 않아"
    "편법 아니라 국회 통해 정공법으로 추진해야"
        2016년 05월 02일 12: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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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부실기업 구조조정 자금 마련을 위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박승 한국은행 전 총재는 “현 정부가 말하는 한국형 양적완화는 양적완화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총재는 2일 오전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말하는 한국형 양적완화는 금리에 손대지 않고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서 부실기업 정리자금을 대라, 이거다. 양적완화라고 하는 건 시중에 돈을 풀 목적으로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정부가 하는 것은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조선하고 해운업 몇 개 부실기업을 정리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대라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한국형 양적완화 정책을 처음 제기한 당시만 해도 기업 구조조정 자금 마련 외에도 부동산 부양정책으로 폭등한 대출을 10년 장기상환으로 전환하는 등의 가계부채 해소에 초점이 있었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정부는 양적완화의 목적을 기업 구조조정 자금 마련에만 한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조조정 자금 마련을 위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에 대해선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은) 사회의 보편적 목적을 위해서 써야지 어떤 개인이나 특정 기업이나 특정 지역을 위해서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천재지변이 있거나 긴급 상황 같으면 예외도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 조선이나 해운의 부실이 그런 보편적 목적이냐 할 때 물론 이것이 국가적으로 대단히 중요하건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이것은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이다. 이런 문제를 이렇게 다루기 시작하면 앞으로 철강산업이 어려우면 거기다도 돈을 넣어야 할 것이고 건설산업이 어려우면 거기다도 돈을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금 효율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한국은행은 자금을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을 통해서 주는데 한국은행이 일단 돈을 주고 나면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그 돈을 제대로 쓰는지 그것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며 “그러면 국민이 볼 때 한국은행은 돈만 집어넣고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고 감독할 수도 없고 그렇다면 그러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지 않느냐, 이런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도 했다.

    구조조정 자금 마련 방법으로 박 전 총재는 “여야 협조를 통해서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부가 한국은행 돈은 쉽게 쓸 수 있으니까 편법으로 이렇게 하지 말고 국회를 통해서 정공법으로 하는 게 좋다”며 “절차와 원칙은 지키는 것이 좋지 않으냐. 그리고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이기도 하지 않느냐 그렇게 본다”며 추경예산 편성 등 야당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에 관해서도 그는 “경기가 일시적 침체라면 금리 내리고 재정이 확대하는 경기부양책이 먹힌다. 그러나 구조적 침체일 경우 부동산값 올리고 증권값 올리는 이런 정책을 쓰면 자산 거품은 일으키지만 소비나 투자를 늘리는 근본 문제 해결에는 그 효과는 거의 미미하다”며 “우리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을 주로 써왔고 계속 이런 단기부양책만 쓰게 되면 일본처럼 20년간은 장기 불황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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