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분야,
20대 국회가 해야 할 일
[에정칼럼]에너지구조 재편 필요
    2016년 05월 02일 09: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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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에서 에너지 분야는 원전과 송전탑 문제로 시작해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2년 밀양 송전탑 이치우 어르신 분신 자결과 고리1호기 정전 은폐 사건, 2013년 원전 비리, 2014년 밀양 송전탑과 삼척 주민투표, 2015년 월성1호기 수명 연장과 고리1호기 폐로 결정, 영덕 주민투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등 굵직한 현안과 갈등으로 점철된 시기였다.

이런 현안과 갈등은 정부의 에너지정책과 맞닿아 있었다. 2013년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14년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2015년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그때마다 전력사용량의 급증과 이를 위해 신규 원전과 초고압 송전선로가 필요하다는 논거가 제시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이 수립될 때마다 전국은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양상에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20대 국회 에너지 분야에서의 전망은 어둡다. 2017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2018년 3차 에너지기본계획, 2019년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해마다 에너지 및 전력정책이 수립될 예정이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지역이 될 신고리 5, 6호기 건설 허가가 당장 다음달 5월에 예정되어 있고, 2016년 상반기에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이 제출될 예정이다. 여기에 아직까지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765kV 신경기변전소와 울진-태백-신경기의 765kV 송전선로, 2018년 예정된 삼척과 영덕의 신규 원전 전원개발 승인 여부 등 대표적인 갈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사용후핵연료는 중간저장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어 원전이 위치한 기장과 울주, 월성, 울진, 영광 및 신규 예정 부지인 영덕과 삼척에서 엄청난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의 중간저장은 원자력발전소 내에 저장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20대 국회가 이렇게 예정된 갈등을 조정할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허가가 나면 부산 기장의 고리와 울산 울주의 신고리 원전 단지 – 행정구역상 부산과 울산으로 나누어져 있으나 사실은 실개천을 사이에 두고 있는 같은 원전 단지이다 – 는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지역이 된다.

원전

원전 가동 현황(방송화면 캡처)

그런데 부산 기장은 이번 총선에서 밀양 765kV 송전탑, 월성1호기 수명연장, 삼척과 영덕의 신규원전을 밀어붙였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월성, 영덕, 울진은 원전 확대를 추진하는 새누리당이 당선되었고, 삼척에서만 탈핵을 주장한 무소속이 당선되었으나 새누리당계 인사인 관계로 탈핵에 대한 진정성은 의정활동을 통해 검증해봐야 할 것이다.

에너지 분야에서 19대 국회는 우리나라의 현실이었지만 미처 몰랐거나, 애써 감춰왔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 시기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경험으로 인해 ‘탈핵’이라는 용어가 나름 대중화 되었고, 서울과 수도권의 전력공급을 위해 대규모 원전과 화력발전소, 초고압 송전선로로 인해 수많은 지역주민이 희생당하고 있는 에너지 불평등구조를 아주 일부 실감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에너지 문제는 우리의 문제가 아닌 남의 문제인 양 관심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19대 국회에서도 에너지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법은 건드리지 못했다. 2010년부터 전력사용량이 급증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상대가격의 문제였다. 즉 석유, 가스 등 1차 에너지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2차 에너지인 전력이 1차 에너지가격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결국 에너지 문제의 근본적 해법은 에너지가격의 정상화이다. 그럼에도 19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다. 다만,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중점과제로 다루었지만 최근 유가하락으로 인해 그마저도 자취를 감추었다.

더욱이 주요국에 비해 값싼 전력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산업용을 제외한 교육용, 농업용 등 각종 전기요금의 인하 압력이 높아졌다. 우리 아이들이 찜통교실과 냉동교실로 겪는 고통과 FTA 등 개방으로 인해 농민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기요금의 인하는 전기사용량을 늘릴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또 다시 전기요금이 과다하게 청구되는 악순환만 낳을 뿐 제도개선에는 아무런 도움이 못한다. 따라서 학교 에너지진단과 효율 개선 등 정부가 정책과 재정지원으로 해결해 주어야 한다. 전기요금 인하를 통한 해결책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이런 정책을 제1야당이 앞장서서 요구했으니 제대로 된 에너지정책이 수립될 리 만무했다.

최근 한전이 영업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하여력이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전기요금의 인하는 전기사용량을 더욱 부추길 뿐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에너지진단과 에너지효용을 높일 수 있는 정책과 재정지원에 한전의 이익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국회는 그런 종합적인 대책과 밑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위한 법을 마련하는 것이 의무이자 역할이다.

한전의 영업이익이 크다 할지라도 전기요금은 여전히 원가 이하이며 이를 정상화하지 않고서는 전기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사상누각에 불가하다. 그리고 전기요금 정상화의 첫 번째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정상화부터 시작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현행 전력요금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또한, 탈핵이라는 용어의 대중화에는 성공했지만 탈핵을 위한 대안 마련은 사실상 부재했다. 탈핵을 주제로 한 국회의원의 연구단체인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연구모임” 2곳이 결성되었고, 더불어민주당의 원전특별위원회와 정의당의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가 만들어져 활동했음에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시민사회와 태양광 산업계에서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는 소규모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입법화하지 못했다.

에너지 분야에서 19대 국회는 수많은 갈등과 현안으로 중장기적인 대책 수립에는 실패했다. 원인 규명을 못했던 것이 아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에너지 문제가 매우 중차대하고 복잡해 보이지만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는 명확하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했던 것은 전기요금이 국민에게 너무 민감하기 때문에 아무도 총대를 메려고 하지 않아서였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전기요금 인하와 같은 포퓰리즘만이 제기되었을 뿐이다. 진보정당조차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에너지는 국민생활의 필수품이자 국가발전의 주요 동력이다. 때문에 에너지의 지속가능성은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원전 중심의 중앙집중 공급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밀양 송전탑, 삼척의 경험을 통해 검증되었다.

따라서 20대 국회에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체계를 만들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철강, 조선 등 에너지다소비업체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한국의 산업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가 단지 정리해고 등 몸집 줄이기 수준이 아닌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와 에너지구조를 같이 올려놓고 전체적으로 조정하는 밑거름을 그릴 수 있는 20대 국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정의당 김제남 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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