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량팀' 대량실직 눈앞
    사외협력사 '직격탄' 위기
    [기획]양대 조선사 위기와 대응(3)
        2016년 04월 30일 02: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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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소 불황 및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대표적인 조선산업 지역인 거제의 독립 언론인 <거제뉴스광장>의 기획기사를 동의를 얻어 레디앙에 게재한다. 기획기사는 5회 연재이다. <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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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싣는 순서>
    1. 양대 조선사 대규모 적자, 왜 발생했나
    2. 양대 조선사 수주가뭄, 줄어드는 일감
    3. 일할 자리가 없다···양대 조선사의 구조조정 전망
    4. 조선소발 추락하는 거제경제
    5. 조선업계의 경영위기, 지역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

    정부 관계부처와 금융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가 26일 경영위기에 직면한 조선업계에 추가 인력감축 등 더욱 강력한 자구계획을 요구함에 따라 양대 조선사는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 칼바람이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올해에도 해양플랜트 악재에 수주절벽까지 겹치면서 약 2만명 규모의 대량실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물량팀-사외협력업체-사내협력업체-직영 순으로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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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소 일감 감소로 ‘물량팀’을 시작으로 대량 실직이 우려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임금체불, 체당금 신청, 페업 기업’은 늘고…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줄어

    조선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협력업체의 경우 올해 들어 상당수 업체에서 근로자들의 임금이 체불되거나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25일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거제지역의 임금 체불은 1151명, 71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11명, 10억)에 비해 7배 증가한 것이다.

    업체 폐업으로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체당금은 올해만 24개 사업장에서 1205명, 48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01명·28억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용보험에 가입된 조선관련 업종의 사업장 중 100여 곳이 올해 들어 폐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는 지난해 폐업업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삼성중공업 사내 협력업체에서도 6개 기업이 포함됐으며 대우조선 사내 협력사 및 사외 협력사 등에 소속된 2·3차 하도급 업체가 많은 수를 차지했다. 오는 6월부터 일감이 급격히 줄어 협력업체의 폐업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해고 등의 사유로 실직한 경우에 지급 받는 구직급여 신청자도 올해 1600명으로 전년기간에 비해 500명 정도 늘어난 것으로 거제고용안전센터의 자료에서 나타났다.

    ‘물량팀’ 2만여명, 해양플랜트 인도 시기에 따라 대량 실업 직격탄 예고
    – 조선업종 9만~9만5000명중 물량팀 2만여명 추산
    – 대부분 고용보험 미가입···물량 떨어지면 대거 거제 떠날 수 밖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대우조선의 경우 최근 첫 수주 소식을 전했지만 이는 자회사인 망갈리아 조선소가 수주한 수에즈막스 탱커 2척을 거제 옥포조선소로 단순 이관한 것에 불과하다.

    수주 잔량 또한 3월말 기준으로 대우조선은 836만5000CGT(표준화물 환산톤수), 삼성중공업은 476만3000CGT 정도다. 1~2년 안에 모두 소진될 수 있는 물량이다. 과거 3~4년치 일감을 미리 확보해 도크가 쉬지 않고 돌아갔던 때와 비교하면 위기의 징후라 할 만하다.

    특히 대우조선은 수주한 해양플랜트 18기 중 9기가 올해 인도된다. 지난달 31일 ‘송가 프로젝트’ 반잠수식 시추선 4호선이 인도됐고 이달부터 6월까지 5기, 하반기 3기가 차례로 현장을 떠난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24기 중 5기를 올해 인도할 예정으로 추가 수주가 없을 경우 대규모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

    지난 7일 대우조선 노동조합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신규수주물량이 없어 오는 6월부터 2만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노조의 우려에 대해 조선업계와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관계자도 대체로 인정하며 일명 ‘물량팀’ 소속 임시직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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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 삼성 조선소 9만~9만5000의 근로자 중 2만여명이 물량팀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고용보험에 미가입되어 있어 실직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거제지역 조선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약 9만~9만 5천명으로 추산된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대우조선은 직영 근로자 1만 2천여명과 180여개 사내협력업체 소속 3만 5천여명 등 4만 7천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말 3만 8천여명에서 다소 늘어나 직영 근로자 1만 3천여명, 140여개 사내협력업체 2만 7천여명 등 총 4만 1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밖에 오비, 한내, 성내 공단 등의 사외 협력업체 근로자는 6천여명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물량팀은 1·2차 협력사의 단기 임시직으로 주로 해양플랜트에서 기간을 정해놓고 특정 작업을 맡아하는 10~50명 정도의 계약직 근로자를 말한다.

    물량팀의 정확한 규모와 관련해 노조와 회사, 거제시, 고용노동부 등은 파악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삼성과 대우조선에서 물량팀 근로자가 각 각 1만명씩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조선소-협력사-하청노동자로 이어지는 조선소 작업라인의 끝자리에 있는 이들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좋았던 예전에는 다른 해양플랜트나 업체로 옮겨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일감이 떨어져 대거 거제를 떠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업자등록조차 하지 않은 물량팀장이 많고 고용보험 등에 가입되지 않아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법률상 사용자 책임을 묻기 어렵다. 더욱이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으며 정부의 ‘고용위기지역’이나 ‘특별고용업종 지정’에 따른 지원에도 제외된다.

    이에 대우조선 노조 양병효 고용안정부장은 “물량팀과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경우 임금 삭감에다 특근까지 줄어들고 오는 6월이면 공장밖으로 쫒겨날 것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며 “정부가 구조조정만 압박할 것이 아니라 이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거제지역 제조업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지난해 12월 7만 7661명에 비해 2200여명이 줄어든 7만 5420명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제조업 피보험자의 95%에 해당하는 7만 3000여명이 조선관련 업종 종사자로 추산했다.

    9만 5000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업종 근로자 중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시직 물량팀 소속 근로자는 2만 2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들 대부분이 실제로 거제시에 거주하고 있지만 주민등록상 거제시의 인구 통계 지표에 반영되지 않는 것처럼 고용보험 미가입자로 피보험자 통계 지표에 나오지 않는 근로자라고 볼 수 있다.

    물량팀의 근로자로 추정만 할뿐 정확한 규모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노조나 고용노동부에서 파악하기 힘들다. 이에 반해 회사 측의 경우 물량팀 인원이나 고용보험 가입여부 등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원청은 물량팀이 2·3차 협력사의 재하도급 계약 관계라는 이유로 물량팀의 관리와 인원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나 통계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노조나 고용노동부가 물량팀 소속 근로자를 포함시켜 추산한 전체 근로자 수와 회사 측의 통계 결과에서 괴리가 나타나는 것이다

    한내·오비공단 협력업체…물량 감소, 단가 인하에 ‘마른수건 짜내기’

    정부가 경영위기에 직면한 조선업계에 더욱 강력한 자구계획을 요구함에 따라 대우와 삼성 양사는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방안을 조만간 내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은 지난달 조기경영정상화를 위해 2019년까지 직영 1만명, 협력업체 2만명으로 전체 정원을 3만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인력 감축 시기는 보다 속도를 내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상시희망퇴직제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중공업도 구조조정방안을 놓고 내부적으로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추가구조조정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대 조선사의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협력사의 경영난도 더욱 커가고 있다. 특히 사외 협력사의 경우 물량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는 있지만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며 사업주도, 근로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더 이상 짜낼 것도 없는 ‘마른수건 짜내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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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개 조선기자재 공장이 입주한 한내공단. ‘마른수건 짜내기’로 최대한 버틸 때까지 버틴다는 계획이다

    기자가 26일 찾은 한내 오비 산단의 경우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 협력업체 중 대표적 우량 기업으로 지난해 5월까지 500여명이 근무했던 (주)장한은 기업회생절차에 이어 지난 1월 법원의 인수합병(M&A) 결정에 따라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1차 매각 유찰에 따라 다음달 초 2차 매각을 추진하지만 급격한 조선경기 부진으로 인수의향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장한은 도장 공장만 일부 가동될 뿐 공장의 문은 굳게 닫힌 채 직영 근로자 40명만 출근하고 있다.

    20대 중반부터 조선소 밥을 먹었다는 A씨(65세)는 “장한에서만 17년째 근무했는데 이달부터는 식당도 문을 닫고 출근 버스도 다니지 않는다”면서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지만 지난해 6월과 7월 그리고 올해 3달 동안 급여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출근은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이달까지 매각결정을 지켜보고 사표를 낸다. 퇴직금은 차치하고 우선 밀린 급여에 대해 체당금을 신청할 계획”이라면서 “다른 업체들도 월급이 밀리거나 불안해서 나오는 상황이라 취업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장한의 하도급업체로 기성금을 받지 못해 천막 농성까지 벌였던 대성산업의 박성제 사장은 “일감이 없어 기업 운영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은행권 대출도 막힌 상황에서 근로자들 밀린 임금 지급을 위해 체당금 신청을 하고 있다”며 “다른 9개 업체의 대표들도 거의 비슷한 처지”라고 사정을 전했다.

    오비공단의 인근 업체의 경우 겉으론 평온한 듯 보였다. 이 회사에서 얼마 전 사직한 근로자에 전언에 따르면 서너달 정도의 근로자 임금이 밀려 있다며 긴박한 상황임을 조심스레 전했다.

    오비공단에 이어 5개 기업이 몰려있는 한내 공단의 B기업을 찾아 총괄관리 이사에게 회사 사정을 물었다.

    B기업의 총괄 이사는 “3년 전 1000명에 이르렀던 공단 근로자가 400명으로 반토막이 났다.”며 양대 조선사의 경영난에 따른 물량 감소와 단가 인하가 결정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물량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어 기본적인 고정비용에다 임금을 맞추는데 급급해 매월 5천만원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250여명에서 100명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오는 6월 이후 물량이 더욱 줄어들면 버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내공단의 또 다른 회사에 다닌다는 C 차장은 42살에 노모와 2명의 자녀를 둔 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한 달 정도 임금이 밀려 나오는 상황이다. 하반기부터 어떻게 될지 몰라 이번달까지 회사에 다닐 생각”이라며 “가장으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한 것도 아니지만 불안해서 제대로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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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내공단 내 식당. 250명까지 점심식사를 하던 인원이 최근 100명 이하로 줄었다.

    오비, 한내 공단의 사외 협력사는 최악의 상황이 멀지 않았다며 앞으로 닥쳐 올 위기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런 가운데 B기업의 관리총괄 이사는 “감당하기 매우 힘든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며 “양대 조선사로부터 수주 물량만 더 이상 줄지만 않는다면 조선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고통을 견뎌낼 것”이라며 양대 조선사와 행정에 기본적인 일감을 확보해 줄 것을 하소연했다.

    현재의 고용위기 상황에 대해 거제경실련 이헌 정책위원장(거제대 교수)은 매우 엄중한 국면이라고 전제하며 “노사민정협의회를 조속히 설치하고 양대 조선사와 협력사협의회, 노조, 거제시, 시민사회 등이 모여 고용대란에 대비하고 지역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며 “고용위기지역이나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대책 등 폭넓게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특히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게 되는 물량팀 임시직 근로자 등은 정부의 지원조차 제외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노사사민정협의회에 이들에 대한 정확한 인원 및 현황파악과 더불어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아 임금체불, 해고 위기에 놓인 협력사 근로자들에 대한 지원이 신속히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거제뉴스광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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