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양적완화 '긍정'
한국은행은 부정적 입장
야당들도 일제히 '반대' 입장 밝혀
    2016년 04월 29일 04:07 오후

Print Friendly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 확충의 방법으로 양적완화를 언급한 것과 관련, 29일 한국은행은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국책은행에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공식화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보(통화정책 담당)는 2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설명회에서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활용해서 재정의 역할을 하려면 국민적 합의 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윤 부총재보는 “한국은행도 구조개혁과 기업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한국형 양적완화는 통상적으로 중앙은행 사람들이 하는 양적완화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 동원 방안은 국회 절차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반면 한은을 동원한 방법은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시급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아무리 시급해도 정당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중앙은행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거듭 양적완화 반대 입장을 표했다.

이어 “그 정당한 절차는 국민적 합의 내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윤 부총재보의 이날 발언은 기업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정부 주도의 양적완화 정책에 반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사 간담회에서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경제 정책 공약 중 하나인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국무회의에서도 구조조정 재원 확충 방안으로 양적완화를 강조했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양적완화 정책에 야당들, 학계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많다. 가계부채 해소나 실업대책 자금 등 서민경제나 복지를 목적으로 한 양적완화의 경우 학계 일부에선 긍정적 입장도 있었지만, 기업 구조조정 재원 마련은 정부 재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양적완화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라며 “양적완화를 고려할 정도라면 대한민국 경제가 비상상황이며 지금까지 정책은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고 비판했다.

양적완화와 같은 최후의 수단을 내놓기 전에 경제실정에 대한 정부의 객관적 진단과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 상임대표는 “구조조정에 돈을 쓰기 위해서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어내겠다는 것인데 정도가 아니다”라며 “추경을 편성하건, 공적자금 투입을 준비하건 동원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양적완화 정책에 반대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에서 오늘 찍어내는 것은 당장 정부의 재정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정부의 성적표는 좋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결국은 전 국민에게 골고루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내고 “저성장 국면에서 기업 구조조정은 돈을 풀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후, 양적완화를 통한 재원 또한 “기존 대주주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근로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또한 “구조조정 이후 물적, 인적자원을 끌어안을 산업재편 방안이 시급하다”며 “정부는 양적완화를 말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부실기업 구조조정 재원 조달 방식에 있어선 양적완화보단 추경 등 정부 재정 투입 쪽에 힘을 실었다. 추경예산을 편성할 경우 국회 내에서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강상구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레디앙>과 통화에서 “(양적완화보단) 추경을 편성하는 쪽이 더 나을 수 있다”며 “추경 편성은 국회에서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할 때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노동자는 어찌되든 기업만 살리자’ 이런 식으로 과거처럼 돈이 쓰이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의 고민들을 할 수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원조달 방식 공방 이전에 구조조정 사태를 만든 경영진, 대주주 등의 책임을 묻기 위한 논의가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이 정의당의 입장이다.

강 대변인은 “정부가 국가의 돈으로 부실을 메워서 기업을 살려놓으면 다시 총수가 운영하는 방식이 외환위기 이후에 계속됐다. 이런 문제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기업을 부실하게 경영한 경영자, 대주주 등의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먼저 논의하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