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개월째 수주 '제로'
    수주 가뭄, 줄어드는 일감
    [기획]양대 조선사 위기와 대응 (2)
        2016년 04월 29일 09: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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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소 불황 및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대표적인 조선산업 지역인 거제의 독립 언론인 <거제뉴스광장>의 기획기사를 동의를 얻어 레디앙에 게재한다. 기획기사는 5회 연재이다. <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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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싣는 순서>

    1. 양대 조선사 대규모 적자, 왜 발생했나
    2. 양대 조선사 수주가뭄, 줄어드는 일감
    3. 일할 자리가 없다···양대 조선사의 구조조정 전망
    4. 조선소발 추락하는 거제경제
    5. 조선업계의 경영위기, 지역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중순 나란히 올해 흑자 전환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올해에도 계속되는 사상 최악의 수주 부진으로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정성립 사장은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양플랜트 등의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올해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올해 영업이익 목표로 5000억원을 제시했다.

    당시 정 사장이 흑자전환의 근거로 든 대목은 세 가지다. 해양플랜트 손실이 대부분 마무리됐고, 풍력사업 등 신사업 투자 부문 손실 반영이 끝났으며, 계열사 부실 등도 털어냈다는 것이다. 적자원인이 대부분 제거됐기 때문에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특히 “가장 어려웠던 해양플랜트 공사가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 박대영 사장도 지난달 1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경험 없던 해양플랜트 공사에 대한 예상 가능한 손실액을 반영하는 등 변수를 없앴다”면서 “지금까지 성장을 추구해 왔다면 이제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갖춰 반드시 올해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양대 조선사 사장들은 모두 올해 1분기 턴어라운드(실적개선) 가능성을 자신했지만 현실적인 공감을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오히려 양대 조선사의 선박수주가 5개월째 ‘0’의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일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현실이 되고 있다.

    말 그대로 ‘수주절벽’ 앞에서 지난 몇 년에 걸쳐 수주했던 재고 물량도 바닥을 드러내면서 무력한 상황이다. 급기야 양대 조선사 노조가 고용대란을 우려하며 ‘고용위기 지역’ 지정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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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대우 ‘수주절벽’…5개월째 ‘0’

    지난 3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빅3’ 중 올해 초 수주목표를 108억 달러로 정한 대우조선과 125억 달러라는 목표를 세운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아직까지 첫 수주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수주목표를 195억 달러로 세운 현대중공업그룹(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서 포함)만이 1분기 5억 달러 규모의 선박 5척을 수주했을 뿐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이 분기 기준 한 자릿수의 선박을 수주한 것은 2001년 4분기(9척)에 이어 15년만에 처음이며 클락슨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6년 이후 두 번째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올해 상반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발주 물량 자체가 드문데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체력을 보강한 일본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이 수주 경쟁에 무섭게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자국에서 나오는 발주 물량을 기반으로 버티며 정부가 위기에 빠진 자국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해 직접 선박금융 혜택을 약속하며 글로벌 선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처럼 정부 및 금융권 차원의 정책적인 배려가 없어 선박 수주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유가가 오르고,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업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수주절벽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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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주잔량, 11년만에 최악…1~2년치 일감 남아

    국내 조선사들이 이미 받아놓은 일감을 뜻하는 수주 잔량도 2008년 8월 7140만CGT(표준환산톤수:건조 난이도 등을 고려한 선박 무게)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31일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의 지난달 말 기준 수주잔량은 약 2844만CGT로 집계됐다. 지난 1월말 3000만CGT선이 무너진 한국은 수주잔량 감소세가 지속되며 2004년 5월 이후 11년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2월말 기준에 따르면 전세계 수주잔량은 1억383만CGT로 나타났다. 국가별 수주잔량은 중국이 3769만CGT로 1위였고 한국이 2844만CGT로 2위, 일본이 2182만CGT 순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월말 수주잔량 기준으로 각각 882만CGT와 844만CGT로 1위와 2위 자리를 유지했다. 반면에 삼성중공업은 508만CGT로 일본의 이마바리 조선사 696만CGT에 크게 밀리며 4위로 밀려났다. 이어 중국이 5·7·9위에 이름을 올리며 바짝 추격해오고 있어 국내 조선 빅3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또 매출인식 기준 수주잔고를 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24조원 가량이고, 대우조선해양은 32조원 수준의 수주잔고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일할 ‘꺼리’가 남아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조선사들이 보통 3년치 물량을 확보해야 안정적 경영이 가능한데 현재와 같은 수주 절벽 상황이 계속될 경우엔 잔고마저 1~2년치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주에서 인도까지 2년 정도가 걸리는 걸 감안하면 조만간 빈 도크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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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플랜트 인도, 신규수주 없어…고용대란 위기감 고조

    더욱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현재 공정이 진행 중인 해양플랜트 36척 중 13척을 올해 인도한다.

    대우조선 해양의 경우 22척 중 지난달 31일 ‘송가 리그 프로젝트’의 마지막 4호기에 이어 이 달에 세계최초 부유식 LNG 생산설비인 페트로나스 FLNG가, 9월에는 20억달러 규모인 인펙스 원유 FPSO 등 9척이 야드를 떠난다.

    삼성중공업은 수주 잔여 14척(243억 달러) 중 4척(70억달러)을 올해 인도할 예정으로 있다.

    해양플랜트는 선박보다 일손이 많이 필요한 공사로 조선3사는 최근 몇년 동안 해양플랜트 건조물량을 크게 늘리면서 고용도 함께 늘렸다. 이와 같이 해양플랜트 물량이 빠져나가고 신규수주 공백이 지속되면 대규모 노동자가 일터를 떠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지난달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최대 5만5000명에 달했던 대우조선소 인력을 최근까지 4만2000명 수준으로 줄인 데 이어 오는 2019년까지는 3만 명 수준까지 감축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중공업도 추가 수주가 없을 경우 대규모 직원 감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형 조선소 회사쪽 관계자는 “4만여명의 직원 중 1만여명은 한때 해양플랜트 발주가 이어지면서 급조된 인원이다. 계속 수주가 없으면 일감 부족으로 자연 퇴출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위원장 현시한)은 오는 6월을 기점으로 약 2만여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당하는 대규모 고용대란을 우려했다. 노조는 7일 기자회견을 통해 경영진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노력과 함께 지자체와 중앙 정치권의 조선업 지원 방안 마련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인력 수요가 많은 해양프로젝트가 6월부터 선주 측에 인도된 이후엔 추가 수주 물량이 없어 사업장별로 수천 명이 해고될 수밖에 없다”며 “우선 거제지역의 고용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 고용위기 특구지정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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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 31일 대우조선해양이 인도한 ‘송가 프로젝트’의 반잠수식 시추선 마지막 호선.

    필자소개
    거제뉴스광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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