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곤과 낙인의 사슬’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 폐지하라
    4‧20 장애인 차별 철폐 투쟁 결의대회 열려
        2016년 04월 20일 05: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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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장애인 단체 등은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규정하고 20대 국회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지정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은 역설적이게도 정부가 장애인의 문제를 얼마나 안이하게 대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장애계는 정부나 지자체 등이 마련한 시상식이나 장애인 체험 활동 등의 공식 행사 또한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은폐하는 기능을 한다고 비판해왔다. 그럼에도 정부의 이 같은 형식적인 행사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 단체들도 매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규정하고 집회와 시위를 전개해왔다.

    실제로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는 장애인의 날 기념사에서 황 총리는 ▲장애인 연금·수당 인상 ▲장애인 의무고용 확대 ▲직업훈련 인프라 확충 등만 소개했다. 장애계가 지난 2012년부터 광화문 지하보도에서 농성을 하며 요구해왔던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기준 완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정부는 장애등급제와 관련해 현행 ‘6등급’을 ‘중증’과 ‘경증’으로 나누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제도의 폐해를 그대로 유지한 보여주기 식 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장애등급제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을 등급으로 분류하는 비인간적 태도, 사회적 낙인인데 제도 자체를 폐기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가 해소되긴 어렵기 때문이다. 부양의무제 또한 장애를 온전히 개인의 부담으로 돌려 빈곤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지만, 정부는 예산 부족을 핑계로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 예산 규모는 OECD 국가와 비교해도 초라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GDP 대비 장애인 복지 지출 평균은 0.49%인 반면 OECD 국가 평균은 2.19%다. 장애인 빈곤율 또한 OECD 국가 평균 22.1%이지만 우리나라는 무려 35.6%에 달한다.

    각계 80여개 단체로 구성된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공동투쟁단)은 이날 오후 1시 광화문 광장에서 ‘장애인 차별철폐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장애계 외에도 원내외 정당·노동·종교·시민사회계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동정과 시혜가 아닌 권리를 요구한다”며 “‘빈곤과 낙인의 사슬’인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하라”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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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0 장애인 차별철폐 투쟁 결의대회(이하 사진은 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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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투쟁단은 “장애등급제 폐지는 단순한 제도 폐지의 문제가 아니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근거한 다양한 권리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며 “실현가능하도록 장애인 복지예산을 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또한 무대에 올라 “장애인과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 모두가 부담을 쥐어주고 서로를 죽게 만드는 이런 세상이 2016년도 OECD 국가 경제 규모의 11위라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라며 “정치란 이 세상 재물을 모아서 누구에게 나눌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장애계에도 출구를 보여 달라”고 말했다.

    앞서 장애계는 20대 총선 시기에도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복지예산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 등 2대 핵심과제와 함께 “장애인들은 장애를 얻는 순간 이 사회에서 폐기물이 되고 집에선 가족들에 부담이 되며 살아가야 한다”며 장애인의 생존권·사회권 보장을 위한 21개 공약을 각 정당에 요구했고 새누리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긍정적 검토 및 공약 이행을 약속한 바도 있다.

    ‘세월호 변호사’로 잘 알려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장애인 중 후천적 장애인 비율이 90%에 가깝다. 때문에 장애인을 위한 제도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복지 제도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장애인을 위한 투자는 형편없다. 장애인 제도 복지 시스템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관점으로 장애인을 위한 제도나 복지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균 정의당 공동대표는 “많은 노동현장에서의 산재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되고 산재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장애인 운동이 노동운동, 인권운동, 환경운동이라는 생각으로, 정의당 3만5천 당원 모두가 장애인들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고 자신들의 요구로 이해해 앞장서서 싸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솔 민중연합당 공동대표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을 조장하는 것은 잘못된 제도와 구조이고 해결하고자 노력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에 의한 것”며 “광화문 지하에서 4년간 해온 이야기 듣지 않는 정권과 제도가 바뀌는 것이 차별 철폐에 앞장서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결의대회를 마친 후 보신각 방면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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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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