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존중받는
서울'노동'특별시 만든다?
지하철 기관사 연이든 자살, 서울시는 '나 몰라라'
    2016년 04월 19일 04: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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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존중받는 서울노동특별시’를 만든다고 했던 서울시가 지하철 기관사의 연이은 죽음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지난 7일과 8일과 부산지하철 기관사과 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2명의 기관사가 목숨을 끊었다. 부산지하철 기관사의 자살은 첫 사례이나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는 2003년 이후 벌써 9명의 기관사가 사망했다. 이들 모두 지하 근무와 ‘1인 승무제’, ‘직급제도’ 등과 같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수직적 직장문화로 인한 우울증, 수면장애,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의 질병을 가지고 있었다.

벌써 9명의 동료를 떠나보낸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들은 이미 수차례 회사와 서울시에 2인 승무제 도입을 요구해왔다. 잇따른 기관사들의 자살이 1인 승무제와 같은 근무 환경 때문이라고 봐서다. 실제로 서울도시철도 5~8호선은 동종기관 1인 승무구간 중 혼잡도가 매우 높고 지하 터널 구간도 길어 신경정신 관련 유소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2014년 8명의 기관사가 자살하면서 서울시는 자신들이 마련한 ‘기관사 근무환경 종합대책안’을 통해 2인 승무제를 약속했으나 이제와 도입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바꾼 상태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다. 서울시는 여전히 노조의 요구안을 중심으로 대화하겠다는 ‘말’만 할 뿐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기관사의 죽음을 해결할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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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기관사 자살 기자회견(사진=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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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서울도시철도노조, 서울지하철노조 등은 1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마련한 종합대책안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시와 도시철도공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산업안전법 위반 사항에 대한 고소고발을 진행할 것”이라며 또한 “20대 국회 개원 즉시 2인 승무 법제화와 산업안전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상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박원순 시장은 2013년 서울시 지하철 근무환경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예산과 의지 부족으로 된 것은 하나도 없다. 사고가 나거나 죽으면 그제야 해결책을 만든다고 호들갑 떨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흐지부지 된다”고 말했다.

명순필 서울도시철도노조 위원장 또한 “박원순 시장이 하겠다고 했던 2인 승무제 시행과 기관사 직급제도 폐지 등 종합대책안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며 “이번 투쟁은 실제로 예산이 투입되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유정옥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산업의학 전문의는 “도시철도공사와 서울시는 2003년에 이미 알려진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철저히 실패했음을 반성하고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관계자들에겐 조금 귀찮고 번거로울 수 있고 잘못 시인 하느라 껄끄러울 수 있으나 노동자들에겐 삶의 문제이고 목숨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하공간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고 그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온전히 혼자 져야 한다는 것이 1인 승무의 문제”라면서 “무거운 짐을 혼자 들다보면 노동자의 어깨가 빠지고 팔이 부러질 수 있듯이 정신건강도 마찬가지”라며 2인 승무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원순 시장에 가장 날선 비판을 내놓은 이는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장 의원은 19대 국회 내내 2인 승무 도입 등 기관사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서울시와 교섭해온 바 있다.

장 의원은 서울시청 청사 유리벽에 붙어있는 세월호 리본을 쳐다보면 “박원순 참으로 한심하고 무능하다. 가식적이기도 하다. 참, 이율배반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안전문 같은 시설 투자는 투자라고 생각하면서 인건비는 없어지는 돈으로 생각하는 박원순 시장을 보면 다르지 않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서울시는 오늘도 노조가 요구안을 가지고 문을 두드리면 면담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4년째 같은 얘기를 해왔고 시장 면담도 이미 했다. 박원순 시장은 사람 목숨 살리는 데 얼마의 비용이면 아깝지 않은 것인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서울시에서) 수 억짜리 연구보고서는 나왔지만 문제 해결은 되지 않고 있다. 목적이 보고서 작성은 아니지 않나. 서울시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었어야 했다”며 “박원순 시장은 사람 목숨을 살리는 데 얼마의 비용이면 아깝지 않은지 답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문제 해결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장 의원은 “제 자신의 무능과 역량 부족을 탓하게 된다. 이 땅 노동자들의 사망에 가슴이 아프고 4년 동안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얼마 남지 않은 임기지만 4년 간 해온 일이므로 서울시와의 마지막 노력을 끝까지 해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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