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 크루그먼,
    리버럴의 양심 되찾아라
    월스트리트 거액 후원 받고 정책에서는 자유롭다고?
    By 원시
        2016년 04월 19일 10: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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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전환점이 될 뉴욕주 경선이 19일(현지시간)로 다가왔다. 뉴욕주 상원의원을 지낸 힐러리 클린턴이 앞선다는 게 대다수 여론의 분석이지만 버니 샌더스의 열풍도 만만치 않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버니 샌더스의 유세에서는 사상 최대의 인파인 2만여 명이 넘게 참여하는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여전히 소득 중간층 이하, 청년층에서 버니 샌더스에 대한 지지는 뜨겁다.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인사가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고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는 대표 인사는 로버트 라이시 전 노동부장관이다. 원시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폴 크루그먼의 힐러리 지지와 샌더스 비판의 논지를 비판하는 글을 레디앙에 게재한다. 크루그먼의 논지는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비판적 지지론의 논지와 유사하다. 크루그먼의 칼럼도 발췌 번역하여 함께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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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그먼

    폴 크루그먼

    폴 크루그먼은 ‘리버럴’ 양심을 되찾기 바란다!

    폴 크루그만이 버니 샌더스를 비난하면서 힐러리 클린턴을 옹호하는 방식 자체가 그가 한국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사용한 ‘정실주의 cronyism’ 그 자체이다. 이것은 그가 내세운 ‘리버럴 양심’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폴 크루그만은 힐러리 클린턴이 2003년 조지 부시가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을 때 찬성한 것을 두고, 나중에 힐러리가 ‘찬성 표결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고 힐러리 클린턴을 두둔했다.

    조지 부시는 이라크 사담 후세인이 911 뉴욕 사건의 배후이고, 또한 미국을 파괴할 대량살상무기(WMD)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이라크와 사담 후세인에 대한 ‘정의로운 전쟁’을 수행한다고 했다. 그러나 2006년에 조지 부시도 이라크는 911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증거가 없고, 대량살상무기도 없다고 하면서 그의 실수(범죄)를 인정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이라크 전쟁에서 사망한 수십만 이라크 시민들을 어떻게 부활시킬 것인가? 그냥 ‘사과’ 한 마디면 그 죄악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아니다.

    두 번째 버니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이 2011년에 미국-파나마 자유무역협정을 찬성한 것을 비판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그 협정에 반대했는지를 밝혔다. 최근 파나마 페이퍼(세계 각국 지도자들과 부자들의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 설립에 대한 폭로 사건)에서 미국과 전 세계 슈퍼 부자들과 거대 기업들이 어떻게 세금 회피를 했는지가 폭로되었다.

    버니 샌더스는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의 과거 정치적 결정과 판단들을 비판할 자유가 있고, 공론화시킬 수 있고 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미래에도 힐러리 클린턴이 똑같은 정치적 범죄와 오류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버니 샌더스가 월스트리트 대형은행들이 메인스트리트(월스트리트의 금융경제와 대비하여 실물경제를 지칭하는 용어) 평범한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대형은행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했다.

    한국도 보통 시민들이 은행으로부터 대출 받는 게 얼마나 힘든가? 또한 2008년 미국 은행들이 앞 다퉈 ‘주택담보부증권 MBS’라는 파생상품들을 만들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발생시켜, 결국은 저소득층 흑인, 라티노 등 미국 시민들의 주택들이 은행에 강제 압류되지 않은가?(아래 참조) 이러한 금융 부문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개혁하자고 제안한 버니 샌더스의 문제 의식은 타당하다.

    2008년 금융공황의 원인들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리버럴’ 폴 크루그먼식만 있는 게 아니다. 간단히 말해서 금융제도와 법률만 고친다고 해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기초 원인인 미국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와 실업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폴 크루그만은 뉴욕타임즈 칼럼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가 2008년 금융공황의 위기를 제거하는 금융 개혁을 단행했다고 주장하지만, 꼭 미국 내 좌파가 아니더라도, 버락 오바마 정부의 재무부는 월스트리트 금융권을 개혁하거나 2008년 금융공황에 연루된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을 사법 처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오바마는 결과적으로 금융자본에 굴복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폴 크루그만이 ‘리버럴 양심’을 버리고, 힐러리 클린턴을 마치 ‘크로이즘’ 실천가처럼 옹호하고 두둔하는 이유는 정작 무엇인가? 하루 속히 폴은 ‘리버럴 양심’을 회복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폴 크루그만은 힐러리 클린턴이 정치 기금을 거대 기업과 월스트리트 은행들로부터 받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정치 기금이 힐러리 클린턴의 정책들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반대로 이렇게 물어보자. 폴 크루그만이 내세우는 ‘리버럴의 양심’의 두께가 얼마나 두껍고 튼튼하길래, 혹은 힐러리 클린턴의 ‘리버럴 양심’의 두께가 얼마나 철옹성이길래,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타임워너 등과 같은 대기업/대은행으로부터 정치 후원금을 받고서, 그들의 이해관계로부터, 그 로비스트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단 말인가?

    아니 오히려 워싱턴 D.C 정가에서 힐러리 클린턴이야말로 로비스트들로부터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중론이지 않은가?

    2008년 버락 오바마도 자기 자신과 힐러리 클린턴이 다른 건, 힐러리 클린턴이 워싱턴 로비스트들 수하에 있고, 오바마 자신은 그들로부터 독립적이라고 펜실베니아 주 위니우드 기차역에서 연설하지 않았던가?

    <참조> 2008년 미국의 금융공황과 주택융자와의 관계 : ⟪글로벌 슬럼프⟫(그린비) p.41

    미국에서 집을 살 때는 보통 모기지 회사나 민간 금융기관을 통해 주택융자를 신청한다. 이에 금융기관은 신청자의 소득과 신용 신뢰도를 심사해서 주택융자를 승인한다. 주택융자에는 크게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우량 주택융자(프라이머리 모기지)이고 다른 하나는 비우량 주택융자(서브프라임 모기지)이다.

    전자는 주택 가격의 10~25%를 계약 첫 납입금(다운페이먼트)으로 내야하고, 상환 금리는 5~8% 범위 안에 고정되어 있다. 상환 기간은 20년에서 30년 사이가 보통이다. 반면 비우량 주택융자의 경우는 계약 첫 납입금이 없는 경우가 많고, 상환 금리는 변동 금리를 따르는데, 대체적으로 시장 이자 ±3% 내외 수준이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들의 파산의 촉발점이 되었던 것이 바로 이 비우량 주택융자 부문이었다. 비우량 주택융자(서브프라임 모기지) 신청자들이 2004년 시중금리가 1%에서 2006년 6%로 인상되자, 융자 상환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주택을 중도포기하거나 은행에 주택압류를 당해버렸다. 그 결과 비우량 주택융자에 기반한 채권들(주택담보부증권 MBS)과 이 채권들 연계형 금융상품들(부채담보부증권 CDO, 신용부도스왑 CDS, 합성 부채담보부 증권)의 가치는 폭락했고, 그 채권 소유자들과 금융상품 구매자인 투자은행들과 보험사들은 연쇄적으로 파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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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폴 크루그만이 기고한 뉴욕타임즈 기사(링크)를 발췌 정리했다. (번역:원시)

    1. [버니 샌더스는 깨끗하냐?] 우리가 버니 샌더스는 부정부패하지 않는다는 법이 어디 있냐고 문제제기를 하면, 버니 샌더스의 지지자들이 울그락불그락 화를 낸다. 이는 부당하다. 버니 샌더스는 영원히 깨끗한 정치인이냐? 그도 부패할 가능성이 있다.

    2. [대형은행 해체] 버니 샌더스가 제안한 “대형은행 해체” 슬로건이야 참 쉽다. 정치적 관점에서 보자면, 월 스트리트의 거대 은행들은 뛰어난 조폭 배우들이니까.

    그런데 2008년 금융공황이 그 거대 은행들 때문에 발생했는가? 거대은행 해체가 미래 위기를 예방해주는가?

    이 두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countrywide financial)과 같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비-월스트리트 투자기관들이 약탈적 대출을 주로 해왔다.

    3.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과 금융공황 원인] 그리고 2008년 금융공황을 겪은 것은 거대 은행들이 아니라, 리먼 브라더스와 같은 ‘그림자 은행들’이다. 그런데다 2010년에 오바마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금융개혁 조치를 단행했다. 물론 그 금융개혁 조치를 더 강하게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하지만 거대 은행들을 해체하는 것은 문제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버니 샌더스는 월스트리트 거대 은행들을 해체하자고 주장만 했지, 실제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정치가의 올바른 가치와 성품이 그 구체적인 정책들도 옳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구체적인 정책들을 살펴보면 정치가의 가치와 성품이 드러나기도 한다.

    4. [월스트리트 정치 기부금 받은 힐러리 클린턴] 버니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이 월스트리트 은행들과 유착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그 말은 맞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이 월스트리트와 연계되어 있다고 해서 힐러리의 정책들이 은행들 때문에 왜곡되었는가? 이 문제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버니 샌더스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월스트리트 은행들이 어떻게 힐러리 클린턴의 정책들을 왜곡시켰는가를 밝혀내지는 않았다.

    5. [힐러리 클린턴의 셰일 오일 산업 옹호] 또한 최근에 버니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은 화석연료 산업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는 정말 정직하지 못한 태도이다. 버니 샌더스의 선거운동이 윤리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만을 보여줄 뿐이다. 지난 수요일 연설에서는 버니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6. [버니 샌더스의 언어 선택] 하지만 정작 데일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버니 샌더스는 “월 스트리트 거대 은행들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 힐러리 클린턴은 아주 신중하게 ‘어휘들을 선택해서’ “버니 샌더스는 숙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논평했을 뿐이다.

    7. [힐러리 클린턴 이라크 전쟁 찬성, 자유 무역 협정 찬성] 하지만 버니 샌더스는 힐러리와 달리 어휘 선택이 신중하지 못했다. 그는 힐러리의 이라크 전쟁 찬성, 파나마-미국 자유 협정 찬성을 힐러리의 과거 ‘죄악들’이라고 폭로하면서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은 이 두 가지에 대해서 이미 사과했다.

    8. 이런 버니 샌더스의 힐러리 공격은 두 가지 차원에서 나쁘다. 힐러리 클린터에게 과거 책임을 지라고 주장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정치적 타협을 했다고 해서 혹은 실수를 했다고 해서 ‘나만 깨끗하다는 정치적 순수성’ 기준을 내세워서, 그 타협과 실수를 조폭의 도덕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에이브러험 링컨도 그러한 ‘순수성’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고, 프랭클린 루스벨트도, 버니 샌더스도 통과하지 못했다. (특히 총기 규제)

    9. [힐러리를 지지하는 흑인들, 그 이유는] 버니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한 시점이 참 놀랍다. 힐러리 클린턴이 버니 샌더스보다 프라이머리와 코커스에서 더 많은 대의원들을 확보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흑인들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버니 샌더스와 같은 거창한 공약들 보다는 힐러리 클린턴의 ‘실용주의 (프래그머티즘)’ 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선호도가 높다.

    버니 샌더스 생각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처럼 만약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지 않는다면, (투표장에 가지 않거나) 도널드 트럼프나 테드 크루즈가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방조한다는 말인가?

    버니 샌더스 선거 운동은 물론 진보적 운동에 필수적인 이상주의와 에너지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이 자기 정당성에 도취되어 짜증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기도 한다. 그래서인가? 버니 샌더스 본인도 (통제력을 상실해서) 그 지지자들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필자소개
    캐나다 요크대학과 토론토대학에서 민주주의 이론, 비교 정치, 정치경제학, 정치철학을 전공했다. 역서로 '글로벌 슬럼프' (2011. 그린비 출판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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