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수구 난동의 역사,
민중 간 증오 폭력 부추겨
[책소개] 《인도 수구 세력 난동사》(이광수 한형식/ 나름북스)
    2016년 04월 16일 11: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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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사 전공자인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와 마르크스주의 교육 연구 모임 ‘세미나네트워크 새움’의 한형식 활동가가 함께 쓴 《인도 수구 세력 난동사》는 인도의 수구 세력 난동의 역사를 기록하고 해설한 책이다.

두 저자는 한국 사회 대안 운동의 방향을 모색하는 시도로 《현대 인도 저항운동사》를 함께 썼고, 이광수 교수는 기존 주류 역사학에서 소외된 변방과 피지배계급의 시각에서 새로 쓴 《네루의 세계사편력 다시 읽기》를 내기도 했다.

이번 책에서 저자들은 한국 사회의 보수 수구 세력을 이해하고, 나아가 진보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참조점으로 인도를 들여다보았다.

난동 30년 만에 집권한 인도의 수구 세력

“칼에 찔려 죽거나 불에 타 죽은 사람의 대부분은 현장에서 알라를 욕하라거나 힌두 신을 찬양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난동 세력은 그러고 나서 칼로 목을 베거나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강간 당한 여성의 시체가 셀 수 없이 많았고, 사지가 절단된 어린이 수 또한 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죄악이 이곳에서 저질러졌다.”

고대 전쟁에서 승리한 정복자들이 저지른 오래전 역사 속 한 장면 같지만, 14년 전 인도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에선 월드컵이 열린 2002년 인도 구자라뜨 주에선 믿기지 않는 끔찍한 학살과 난동이 벌어졌다.

이 난동을 주동한 세력은 바로 민족의용단과 인도국민당으로 대표되는 인도의 수구 세력이었다. 학살극이 벌어질 당시 구자라뜨 주의 총리였던 인도국민당 소속의 나렌드라 모디는 이젠 인도 연방 정부의 총리가 됐다. 모디는 2015년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하기도 했다.

인도는 식민 지배와 분단을 겪었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와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인도는 힌두-이슬람 간 종교 갈등으로 인도-파키스탄으로 분단되었다. 한국 사회에 있어서 북한과도 같은 존재인 파키스탄과 대치하는 인도에는 전쟁의 위험이 상존한다.

저자들은 인도에서 ‘무슬림’ 문제는 한국 보수 진영이 애용하는 ‘빨갱이’나 ‘종북’ 카드와 유사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지적한다. 즉, 인도 수구 세력에게 있어 무슬림은 자신들을 위협하는 적이고, 힌두 근본주의 이데올로기인 ‘힌두뜨와’(Hindutva, 힌두성/힌두스러움. 힌두교를 믿는 사람만이 인도 민족이라고 주장하는 극우 힌두 민족주의 사상)는 한국 사회의 ‘반공 이데올로기’와 마찬가지로 내부의 모순이나 비판을 언제라도 덮어버릴 수 있는 절대 선이다.

이제는 인도 수구 세력의 대표 주자가 된 모디의 인도국민당은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의석이 몇 석밖에 없는 군소 정당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로 이들은 힌두뜨와에 기반한 종교 공동체주의를 부추기며 세를 키웠다. 특히 1992년 북인도 아요디야에서 이슬람 사원을 파괴하는 ‘아요디야 사태’를 일으킨 후 크게 성장한다.

민족의용단, 인도국민당, 세계힌두협회 등 수구 세력이 합작해 일으킨 이 사태로 당시 현장에서 200명 이상의 무슬림이 살해됐다. 이후 무슬림-힌두교도 간 충돌로 전국적으로 최소 1천 명 이상이 희생된 비극적 사태였지만, 덕분에 인도국민당은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1984년 총선에서 단 2석을 얻었던 인도국민당은 아요디야 사태 이후 치러진 1996년 총선에선 161석을 얻어 제1당이 된다.

그리고 2002년 구자라뜨에서 힌두교도가 탄 열차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을 빌미로 난동을 부려 1천여 명의 무슬림을 학살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인 2014년 총선에서 인도국민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고, 구자라뜨 학살의 주역인 모디는 연방 총리가 됐다.

인도 수구

수구 세력은 어떻게 승리했는가

이렇듯 1992년 아요디야 사태를 시작으로 난동을 벌여온 인도 수구 세력은 30여 년 만에 승리하며 수권한다. 흔히 우리는 진보 정치 세력은 가난한 이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보수 세력은 부자들을 대변한다고 여긴다. 반대로 선거에서 서민 혹은 노동자들이 왜 진보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지에 대해 늘 의구심을 품는다.

저자들은 책에서 단순히 수구 세력 난동의 역사를 기술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인도 수구 세력이 어떻게 평범한 인도인들의 지지를 얻고 결국 집권까지 하게 됐는지를 추적한다.

“민족의용단은 불가촉천민(달리뜨)들을 힌두뜨와 정치 안으로 포섭해 종교 간 갈등의 최전선에 배치했다. 힌두 정체성이 카스트 정체성보다 우선시되면 종교 공동체주의에 근거한 계급 배반의 정치가 작동한다. 즉 계급 간 연대를 종교적 적대로 대체시킨 것이다. 민족의용단의 이데올로기는 실제로는 카스트 간 차별을 유지하면서 말로만 카스트 간의 조화(평등이 아니라)를 이야기한다. 하층 카스트들은 카스트 위계에서 발생한 분노를 무슬림을 향해 발산한다. 이것이 종교 공동체적 폭력이고 하나의 힌두라는 이데올로기가 그 폭력을 정당화한다. 이렇게 힌두뜨와 정치는 카스트 문제에 대한 기만적 대응으로 대중을 정치적으로 동원한다.”

인도의 수구 세력은 종교, 즉 이슬람-힌두교 문제를 카스트 제도 등 계급적 혹은 사회경제적 모순을 무마하는 데 동원한다. 특히 그들은 단순한 이데올로기적 포장이 아닌 현실에서 실천적인 방식으로 불가촉천민 계급까지 포섭해 몸집을 불렸다. 민족의용단이 인도-파키스탄 분단 시 파키스탄 쪽에서 건너 온 힌두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보살피며 민심을 얻은 것은 좋은 예이다. 힌두 난민들은 민족의용단과 형제애를 나누며 수구 세력의 지지자가 되어 갔다.

그렇다고 수구 세력이 불가촉천민 등 하층 계급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대변한 것은 전혀 아니다. 오로지 종교 공동체주의에 기반한 정치를 할 뿐이었다. 결국 인도국민당은 자본가와 중산층에게는 경제적인 이익을 주고, 가난한 힌두 농민에게는 적대적인 종교 감정을 폭발시킬 기회를 줌으로써 그들의 지지를 얻었다.

다만, 지난 2014년 총선에서 인도국민당은 종교 공동체주의를 적극 활용하진 않았다. 이에 관해서 저자들은 “그들은 대세가 된 이후에는 굳이 종교 공동체주의에 입각한 사회 갈등을 야기할 필요를 못 느끼지만, 자신들의 세력이 약화되거나 선거에서 패할 위기감을 느낄 경우에는 언제라도 전가의 보도처럼 종교 공동체주의라는 카드를 꺼낼 것이다. 한국에서 새누리당이 선거를 앞두고 항상 종북 프레임을 작동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한국이나 인도의 수구 세력은 모두 자신들이 유리한 국면에선 국가주의를, 불리할 때는 분단을 이용한 적대적 민족주의를 활용한다. 이런 역사적 경험과 정치 상황의 공통성 때문에 인도 수구 세력은 한국의 그것을 이해하는 데 참조점이 된다.

수구 난동의 역사에서 배우는 진보의 교훈

한국 근현대사에서도 수구 세력의 난동과 학살의 역사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학살은 ‘빨갱이 색출’, ‘공산 폭동 진압’ 등의 이름으로 정당화됐다. 가깝게는 1980년 광주가 그랬다.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 또 그 사람들을 죽이고 다치게 한 많은 사람이 있다. 정권과 권력이 기획했지만, 그 난동을 직접 행한 건 늘 ‘우리’ 안의 또 다른 우리였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절차적으로나마 민주화를 이룬 평화의 시대가 되었다. 한국에서 더는 그런 비극적 난동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까.

저자들은 한 인류학자 말을 빌려 “집단 폭력에 참여하는 폭도들은 국가가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고 확신할 때 행동한다. 국가 운영의 주체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설 때 난동에 적극 참여한다”고 수구 세력 난동의 동력을 설명한다.

집에서 쫓겨나지 않으려 싸우다 불에 타 죽은 철거민, 회사에서 쫓겨나지 않으려 저항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동자,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따르다 죽어 간 아이들, 경찰이 쏜 물대포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농민이 있다. 또 한쪽엔 이 사람들을 ‘테러리스트’ 또는 ‘폭도’라고 비난하고, 때로는 ‘세월호’에서 죽은 아이들을 조롱하고 혐오하며 분노를 드러내는 다른 우리가 있다. 이들이 단지 비난하고 혐오하는 단계에 머물지, 다른 단계로 나아갈지 장담하기 어렵다.

“아요디야, 구자라뜨 사건에서 불가촉천민들이 앞장서서 물리적 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배 계급이 만들어놓은 비참한 현실에 대한 불만을 가난한 피지배 민중끼리의 증오와 폭력으로 분출하도록 부추기는 정치가 계급 사회에서 항상 있어왔다” 는 저자들의 지적을 쉬이 넘기기 어려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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