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유성 외에도
    부품사 노조 파괴 치밀하게 추진
    "노조 지도부 체포영장 조속 발부로 압박할 것"
        2016년 04월 11일 07: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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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 외에 발레오만도, 만도, 성산브레이크 등 또 다른 부품사(하청업체)의 노조 파괴에도 개입한 정황이 발견됐다.

    금속노조, 유성범시민대책위 등이 11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011년 12월 12일자 대회사(현대차와 부품사 경영자 회의문건)에서 “강경파 지부장․지회장 당선, 총선과 대선, 노동정책의 변화 등 영향으로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대책을 수립하고자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는 원청인 현대차가 하청업체의 노사관계에 개입한 것으로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해당 문건은 노조파괴 전문업체인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창조컨설팅 소속 노무사 이 모 씨는 2011년 12월 11일 대회사를 작성해 유성기업 각 공장장, 노무 담당자 등에게 e메일로 보냈다. 유성기업 전무 최 모 씨는 12일 이 대회사를 다시 현대차 대리인 권 모 씨에게 전달했다.

    이날 공개된 대회사 문건은 현재 진행 중인 유성기업 관련 항소심 재판 준비 과정에서 새롭게 제기된 쟁점이며, 현대차가 유성기업뿐 아니라 6개 부품사 전체의 노사관계에 현대차가 개입한 것이라 재판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사

    대회사 문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발레오전장, 대림자동차, 상신브레이크 등을 거론하며 “금년에 우리 현대․기아가 세계 5위의 자동차업체로 발돋움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이러한 쾌거는 무엇보다 협력사와 완성차사의 안정적인 노사관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적혀 있다.

    이어 “그러나 금년 하반기에 달라지고 있는 여러 가지 여건들을 고려할 때 내년에는 지난 3년과 같은 노사관계 안정기조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강경파의 잇단 당선으로 노동계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 대회사에선 자신들이 강경파로 분류한 노조 간부의 실명까지 언급됐다. “고용조정에 반대하여 장기간의 크레인 고공농성으로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한진중공업 지회장에 강경파인 천지회 후보(차해도)가 당선되었고, 우리 현대차에서도 온건․합리주의 성향인 이경훈 지부장이 낙선되고 강경파인 000가 당선되었으며, 만도기계(김창한), 보쉬전장(정근원)도 강경파 후보가 당선됐다”고 적혀 있다.

    또한 “금속노조는 2012년 사업계획에 ▲주간연속 2교대제, ▲원하청 불공정 거래 근절, ▲불법파견 노동자 정규직화, ▲노동관계법 전면재개정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며 불법파견 등 회사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노조의 요구 또한 ‘안정적 노사관계’를 해치는 요인으로 봤다.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에는 보다 구체적인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소개돼있다. 창조컨설팅이 작성했다고 표기돼 있는 이 문건에는 “회사 대응 전략으로 금속노조 영향력 축소 통한 노사관계 안정성 확보”를 위해 “온건 합리적인 제2노조 출범”해야 한다는 방법을 제안했다.

    단계별로 나뉜 “컨설팅 추진을 위한 홍보 및 유관기관 대응 지침”으로는 “노동부, 노동위원회, 국정원, 경찰, 검찰 등 유관기관 대응 전략 수립”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주요 노사관계컨설팅 수행 내용에는 이러한 방법으로 2010년 3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 발레오만도의 집행부를 ‘강경’성향에서 ‘온건’ 성향으로 교체했으며 노조의 조직형태도 ‘산별’에서 ‘기업별’로 전환하는 결과를 냈다고 적혀 있다.

    ‘대책’에 관한 부분에선 “유관기관과 협조, 대화타결 지속 노력”해야 한다면서 “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조속한 발부로 지속 압박, 손배청구 지속적 노측 압박” 등을 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러한 내용으로 바탕으로 창조컨설팅이 강조한 ‘유관기관’의 실체가 충남도경 또는 아산경찰이며 해당 기관에 노조 파괴를 위한 협조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유성범대위 등의 판단이다.

    또한 이 문건에 포함된 ‘이메일 리스트’에는 청와대, 국정원, 경찰청, 노동부, 경총, 한경신문, 아산시경 현대차 최 모 실장(이사)의 실명 및 이메일 주소 등도 있다.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에 대한 유관기관의 협조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표

    이러한 실제로 이러한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가동된 2010년부터 2O12년까지 민주노조의 규모는 현저하게 축소됐다.

    발레오만도의 경우 2010년 2월 설 연휴에 공격적 직장폐쇄, 같은 해 6월 총회를 통해 금속노조 탈퇴 및 어용노조를 설립했다. 어용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조합원들에 대한 각종 차별이 뒤따랐다. 상신브레이크도 비슷한 유형의 노조파괴가 진행됐고 핵심 간부들을 해고했다. 보쉬전장이나 2012년 2월 성과급 관련 노사 갈등 국면에서 어용노조 설립, 지회장을 해고했다. 이후 각종 회유와 임금 차별을 통해 민주노조를 파괴했다.

    특히 유성기업의 경우 이 과정에서 징계권 남용, CCTV·몰카 동원, 무차별적 고소고발, 임금체불과 차별, 폭행·성추행 등 노동자 ‘학대’와 가까운 노조 파괴가 자행되기도 했다. 일례로 해고, 출근정지, 정직, 견책을 받은 총 인원 217명 중 유성지회(민주노조) 소속이 214명이고 어용노조 소속은 3명에 불과하다. 징계를 받은 민주노조 조합원 대부분은 대법원에서 부당징계로 판정된 바 있다.

    그러나 회사는 여전히 징계권을 남용하며 조합원에게 경제적,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최근 민주노조 소속 한광호 노동자는 회사의 탄압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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