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2년
    우리는 지금 안전한가?
    [세월호 2주기 기고] 죽지 않을 권리
        2016년 04월 11일 12: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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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주요 공약 중의 하나로 집권한 정부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그것은 완전한 사기극임이 드러났고, 2015년 메르스 사태로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진상규명 조차 되지 않은 참사 2주년에 안전사회인가에 대한 진단이 참으로 허망하기만 하다.

    국민 74% ‘한국사회 안전하지 않다’

    국민안전처가 조사 발표한 <국민안전 체감도 조사>에서 국민의 26.4%만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2015년 하반기 6회 조사 평균). 또한, 정부 안전정책이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은 27.5%에 그쳤고, 대형사고의 원인은 정부와 기업의 책임이 크다 라고 답변한 국민이 63%에 달했다. 또한 최우선 과제로는 교통사고. 감염성 질환, 산업재해를 들었다.

    그러나 국민안전처는 감염성 질환과 산업재해는 아예 조사항목에도 없었기에 부랴부랴 2016년부터 반영하겠다고 하고 있다. <국민안전 체감도 조사> 이름으로 진행 된 조사결과는 단순한 체감도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 2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한국사회의 생명 안전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표1

    참사 2년, 제2 제3의 세월호는 여전히 진행형

    세월호와 닮은 꼴 메르스 사태

    2015년 전 국민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 사태로 38명이 사망하고, 186명 감염, 16,752명이 격리되었다. 그야말로 메르스 사태는 세월호 참사의 반복이었다. 명단 공개를 거부하면서 가만히 있으라를 반복하고, 무대책, 무능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정부, 돈벌이에 급급해 간접고용과 부실한 감염관리로 사태를 키우면서도 정부 역학조사도 거부했던 삼성병원 등 정부와 기업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또한 감염대책이라며 낙타고기를 운운하고, 그리고, 세월호 참사와 같이 비정규직 고용과 공공의료체계, 질병휴가제도 등 2009년 신종 플루 당시에 제기했던 근본대책의 방치가 메르스 사태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근본대책 수립은 깊이 가라앉았고, 책임자 처벌은 없었고, 국민들은 불안하다.

    표2

    확진 유형 및 사망자 현황. 2015 보건의료노조 메르스 대응 백서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연속적인 중대사고 발생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노동자. 시민의 중대 사고는 지속 발생했고, 화학 사고는 증가했다. 대부분의 사고들이 규제완화와 외주화가 원인이었고, 기업의 안전규정 위반과 정부 감독 부실이 원인이었다.

    표3

    반복되는 산재사망, 수은중독, 메탄올 중독등 후진국 중독사고까지 터져

    한국은 지난 14년간 평균 해마다 2,422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국가로 OECD 산재사망 1위 국가이다. 이러한 현실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을 뿐 오히려 수은 중독, 메탄올 중독사고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터졌다.

    2015년에는 형광등을 생산하는 광주 남영전구의 설비 해체 철거 작업에서 20명의 노동자와 시민을 포함하여 80여명의 피해자가 수은 중독이 되었다. 수은 중독은 교과서에도 <미나마타병>으로 실릴 정도로 유명한 것으로 1956년 일본에서만 14명이 사망하고, 공식 집계만 2,265명의 환자가 확인되었으며, 동물과 물고기의 떼죽음이 있었다.

    국제사회는 ‘2020년부터 수은제품의 제조와 수출입을 금지하고, 수은을 관리하는> 미나마타 협약을 마련했고, 한국도 2014년 협약에 서명했다. 그러나 2015년 남영전구는 한 번도 수은 취급을 보고도 하지 않았고, 수은을 매립하고, 수은이 포함된 설비는 제철소로 흘러갔다.

    4단계에 걸친 하도급으로 노동자들은 아무런 정보 없이 일하고, 병원을 전전하다 나중에서야 수은중독으로 판명되었다. 그때까지 사업주를 규율할 법은 없었고, 수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사업주는 처벌도 받지 않고, 약속한 피해보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법제도 개선도 깜깜 무소식이다.

    2016년 2월과 3월에는 20대 청년 노동자 5명이 메탄올 중독사고로 실명 위기와 정신장애가 발생했다. 삼성과 LG등 대기업의 3차 하청업체에서 핸드폰 부품 작업을 하던 파견 노동자들이었다.

    인천과 부천에서 사업주의 불법 파견 고용으로 일하던 노동자들은 자신이 쓰던 것이 메탄올인지 전혀 몰랐고, 현장에는 보호 장비도 배기나 환기 장치도 없었다. 메탄올은 너무나 잘 알려진 치명적인 위험물질이었지만, 대기업의 다단계 하청인 사업주들은 단가가 3분의 1 정도라는 이유로 대체물질인 에탄올이 아닌 메탄올을 썼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1차 중독사고 발발 이후 노동부가 감독을 했던 사업장에서 다시 중독사고가 발생했다. 사업주는 에탄올로 교체했다고 감독을 피하고, 다시 메탄올을 사용했던 것이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20대 노동자들은 파견업체에게 수수료를 뜯기고, 4대보험 가입도 안 된 상태로 불법파견으로 일하다가 쓰러졌다.

    이 사고 역시 병원을 전전하다가 우연히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졌을 뿐, 이전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피해를 입었는지는 알 수도 없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고용을 확대한다면서 파견노동을 확대하는 입법을 강행하고 있다. 이른바 <노동시장 구조개혁 5대 입법>이다.

    사고가 발생한 뒤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안산시화 공단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파견확대 입법을 추진하라’고 역설했고, 노동부 장관은 눈물을 훔치며 국회 입법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사고 이후 정부가 내높은 대책은 원하청 공생협력과 불법파견 업체에 대한 점검과 즉시 처벌을 시정조치로 완화하는 것이었다.

    책임자 처벌 없는 한국사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처벌은 어떠한가? 청해진해운은 기업이기 때문에 범죄 능력을 인정하지 않아서 처벌하지 않았고, 대표이사만 징역 7년을 받았고, 선장만 살인죄로 기소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또한 검찰은 구조 실패의 책임을 당일 현장 책임자인 123경장에게만 물었다. 상황을 알고도 제대로 퇴선명령을 하지 않은 목표해경이나, 서해청장, 경청장은 기소도 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반복적인 산재 사망과 재난사고에 대한 기업과 정부 책임자에 대한 처벌 강화의 목소리가 높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자 처벌은 유병언 잡기로 또 하나의 의혹만 남겼고, 새누리당과 조.중.동 보수언론까지 영국, 호주 캐나다에서 제정된 <기업 살인법>을 한국에 도입해야 한다고 떠들었다. 그러나 참사 2년이 다가오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지난 2년 동안 발생한 한화 케미칼 폭발사고 등 산재 사망과 고양터미널 화재 참사, 장성요양병원 참사,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고 그 어떤 사고도 원청이나 책임자가 처벌되지 않았고, 정부책임자 처벌도 없었으며, 하급 관리자나 노동자만 처벌되었다.

    2015년 강남역 스크린도어 정비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는 외주화가 주요 원인이었지만 개인과실로 처리되었고, 2016년에는 청량리역 철도사고에 대해 철도공사 조사에서 무혐의로 밝혀진 기관사가 철도경찰의 강압적인 재수사로 자살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2015년 38명의 사망을 비롯하여 온 국민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 사태에 병원도, 질병관리본부도 아무런 처벌이 없을 뿐 아니라, 책임자인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관리 공단 이사장이 되었다.

    폐기 운명에 처한 생명안전 입법,
    옥상옥이 된 국민안전처와 강력해진 규제완화의 역주행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산재 사망과 재난 참사 유가족들의 한결 같은 바램 중의 하나가 재발방지 대책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앞 다투어 발의된 각종 생명안전 입법은 이제 폐기 운명에 처해져 있다.

    산재 사망과 시민 재해의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은 심의조차 되지 않았다. 생명안전의 무분별한 외주화를 막고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 철도 지하철 사고의 주요원인인 노후 차량과 1인 승무제를 금지하는 법, 세월호 침몰 원인 중의 하나인 과적을 도로 위에서 금지하기 위한 법, 화학사고에 대해 주민의 알권리와 참여를 보장하는 법. 규제완화에서 안전 분야를 제외하기 위한 법 등 근본적 대책 수림을 위한 법들이 심의조차 되지 않았다.

    또한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사고의 콘트롤타워를 만들겠다며 설립한 국민안전처는 옥상 옥일 뿐이며, 국가 안전대진단과 같은 전시행정만 남발되고 있다. 메르스 사태 때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국민안전처가 유일하게 한 일은 사태 발발 이후 한참 뒤 보낸 <손씼기 문자> 뿐이었다.

    오히려 안전사회를 무너뜨린 규제완화 역주행이 가속화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분야>는 규제완화에서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거짓말도 잠시. 새누리당은 의원 전원 발의로 규제완화를 아예 법으로 못 박고, 규제개혁위원회를 무소불위의 기관으로 군림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규제는 암 덩어리라며 역설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모든 규제를 물에 빠뜨려 놓고, 건질 놈만 건져야 한다” 며 규제완화 강공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안전을 포함한 전 행정부처는 규제비용 총량제로 규제를 만드는 만큼 있던 규제를 없애고 있고, 규제 일몰제를 적용하여 있는 규제를 없애는 작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관리를 못한 기업에 대한 과징금 강화는 국회에서 통과한 법을 환경부가 시행령으로 무력화 시켰다. 재벌 대기업의 이윤 보장을 위해 <안전>을 모두 규제로 치부하여 없애고 무력화 하는데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안전한 사회를 위한 근본대책 수림이 필요하다

    산재 사망과 재난 참사는 계속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한국사회의 생명안전에 대한 깊이 있는 되돌아보기를 하게 되었다. 생명안전은 누구에게나 절실하고 중요한 가치이지만, 위험을 만드는 자와 죽임을 당하는 자는 엄연하게 나뉘어져 있다.

    자본은 끊임없이 노동자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며, 정부는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도를 뒷받침해주고, 안전문화를 운운하며 책임을 희석시키고 있다. 안전사회는 규제완화 중단, 책임자 처벌, 위험의 외주화와 비정규직 고용 근절, 노동자 시민의 참여 보장 없이는 요원하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진상규명과 더불어 안전사회를 위한 노동자 시민의 투쟁이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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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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