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을 배경으로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그리다
    [책소개] 『붉은 별』( 알렉산드르 보그다노프/ 아고라)
        2016년 04월 02일 10: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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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닌과 함께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을 이끌었던 혁명가이자 과학자였던 보그다노프가 1908년에 발표한 SF소설이 국내에 처음으로 완역되었다.

    이 책 『붉은 별? 어떤 유토피아』는 화성인들에게 초대되어, 수십 년 전에 공산주의 사회가 건설된 화성을 방문하게 된 한 남자의 사랑과 갈등, 투쟁을 그리고 있다. ‘최초의 사회주의 공상과학 소설’로 불리는 이 작품은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이루어지기 전에 이미 사회주의가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어떤 한계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될지를 예견했다. 또한 로켓공학의 선구자인 치올코프스키가 로켓 설계도를 발표한 것보다 7년이나 앞서 핵 광자 로켓을 이용한 우주 비행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이기도 하다.

    어느 잊혀진 혁명가가 그린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이상과 미래

    이 책의 저자인 알렉산드르 보그다노프의 이름을 아는 이들 중 많은 수는, 아마 그를 영생과 젊음을 얻기 위해 온몸의 피를 젊은이의 피로 바꾸려다가 죽은 사람, 또는 레닌이 자신의 주저 중 하나인 『유물론과 경험비판론』을 통해 혹독하게 비판한 인물로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보그다노프는 레닌과 함께 당을 창당하고 평생을 혁명운동에 바친 혁명 지도자였으며, 러시아 사회운동 초기에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보급한 이론가이자, 레닌의 우경화와 스탈린의 독재를 우려했던 비판적 활동가였다.

    레닌의 라이벌이었던 그는 1905년 1차 러시아 혁명 이후부터 실천과 이론 양 측면에서 레닌과 대립하다가, 1909년 자신이 만든 당에서 제명당했다. 1928년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했는데, 당시 모스크바 수혈연구소장이었던 그가 수혈 실험을 하던 중 사망했다고 알려졌으나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면 암살당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화성을 배경으로 하여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그린 이 작품은 정치투쟁에서 패배한, 잊혀진 혁명가 보그다노프가 자신이 건설하고자 했던 세상을 소설 속에서 구현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붉은 별

    『붉은 별』의 주인공 레오니드는 과학자이자 혁명가인데, 반동 정권에 맞서 싸우던 어느 날 남다른 외모를 가진 메니라는 남자로부터 ‘첨단화된 과학 사회에 가보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초대에 응한 레오니드는 이내 자신이 우주선에 탑승했으며, 메니와 그의 동료들이 화성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레오니드가 도착한 화성은 수십 년 전에 공산주의화된 사회로, 레오니드는 그곳의 뛰어난 과학 발전과 지구와는 전혀 다른 생활양식에 놀라게 된다.

    그곳에서는 신분, 나이, 성별 등에 따른 차별이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일을 할 때는 자신이 할 일과 노동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매 시간마다 각 산업 분야에 필요한 노동력이 공시되면, 노동자 스스로 지원해 원하는 만큼 일하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남녀가 사회적 노동과 가사 노동 모두를 동등하게 분담하고 같은 역할을 하며, 아이가 태어나면 영아기 직후부터 국가에 의한 공동육아로 길러진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대화를 할 때 용건만 끝나면 곧바로 입을 닫고, 안부 인사도 전혀 하지 않는 등 겉치레에 신경을 쓰지 않지만, 서로를 대할 때 철저하게 상대방의 지적 수준과 정보량 등을 고려해 상대의 눈높이에 맞추는 등 인본주의에 충실하다. 다처다부제와 이중결혼이 가능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 병원에 마련된 시설을 이용해 자살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그려진 사회가 무엇이든 다 이상화된 사회는 아니며, 사회주의화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모순과 폐해 등도 언급되어 있다.

    화성에서 생활하던 레오니드는 네티라는 여자 화성인 의사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의 앞에 곧 커다란 위기가 닥치는데, 스터니라는 과학자가 지구의 인류를 전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알고 그를 살해하게 된다. 반동 정권과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화성을 오가는 그의 투쟁은 계속되는데…….

    이 책에는 『붉은 별』 외에 이 작품의 프리퀄인 「엔지니어 메니」와 보그다노프가 세 번째 소설의 초안으로 쓴 시 「지구에 좌초된 화성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엔지니어 메니」에서는 화성이 봉건제를 지나 아직 사회주의화되기 전인 자본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자본가계급, 화성에 운하를 건설 중인 노동자들, 민주주의 세력 간의 갈등과 투쟁이 펼쳐지며, 「지구에 좌초된 화성인」은 불의의 사고로 고향 행성에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으나 지구에서의 혁명을 다짐하며 눈물을 삭히는 화성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토피아 SF의 고전인 이 책 『붉은 별』은 소설로서의 감동과 이 작품에서 예견된 과학기술이 현재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비교해서 살펴보는 재미뿐 아니라, 이 땅에 소비에트 사회주의를 건설했던 러시아 혁명가들의 혁명 이념을 알게 되는 기회까지 선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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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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