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과 더민주,
    뒤바뀐 경제사령탑 처방
    '양적완화' 찬반, 진보 일각 긍정적
        2016년 03월 31일 10:5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뒤바뀐 경제사령탑이 경제부양정책에 대한 상반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양적완화’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며 서로의 정책에 반박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한 강봉균 선대위원장은 기업 구조조정 자금 지원 등 대기업의 투자 여력을 높여 경기를 부양하는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인수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기업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증권을 직접 인수해 가계대출을 20년 장기 분할 상환으로 전환하는 등 한정된 분야에 돈을 푸는 것이 구체적 방법론이다.

    강 선대위원장은 31일 오전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도 “지금 우리 경제 성장률이 3%를 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되고 있다”며 “기업의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고 새로운 신성장동력 등에 투자하는 돈을 뒷받침하려면 지금보다도 더 공격적인 재정금융정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그냥 뿌리고 구조조정을 하는 나라들은 그(경기부양) 효과가 별로 크지 않지만, 기업의 구조를 바꾸면서 돈을 주면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고 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도 “지금은 그런 과거의 전통적인 이론 가지고 답이 안 나온다”며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 중인) 미국이나 일본이나 EU가 돈을 뿌렸기 때문에 인플레가 나타난 얘기 들어봤나. 오히려 디플레, 물가가 낮아가지고 일본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물가를 지금 올릴까, 이러고 있는 판”이라고 일축했다.

    강 선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경제민주화를 ‘낡은 진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는 “국경 없는 무한 경쟁시대에 평등주의적인 사고를 가지고는 다른 나라 기업들을 이길 수가 없다”며 “글로벌 경제가 되기 이전에 있던 낡은 진보, 지금은 그런 식으로 사고하는 나라가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완성한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이에 대해 양극화를 심화하는 등 실패가 입증된 ‘낙수효과’ 정책이라며, 대기업 중심의 편향된 경제구조의 모순을 바로잡는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다.

    김종인 대표는 30일 인천 국회의원 후보자 연석회의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구라파, 일본, 모두 저금리 양적완화, 저금리 정책을 이행하지만 경제가 살아나지 않았다”며 “아무리 물량을 늘여서 양적완화를 한다고 해도 투자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 우리 대기업들이 돈이 없어서 투자 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강봉균 선대위원장의 양적완화 정책에 정면으로 맞섰다.

    김 대표는 “지난 이명박 정부 때 기업 프렌들리라고 해서 기업투자 촉진이라는 미명하에 법인세 인하를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유보자금만 잔뜩 늘려났다”고 했다.

    또한 “대기업 편의를 많이 제공하면 대기업이 투자하고 투자하는 결과가 밑으로 내려온다는 소위 말하는 낙수효과를 강조하는데, 30년 정도 지나서 보니 결국 미국의 양극화 현상만 초래한 것이 소위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이다. 우리도 지금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양적완화 정책이 결국 대기업 낙수효과에 의존한, 실패한 경제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경제운용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서 우리 경제 전반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어느 특정 경제세력이 나라 전반을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첫 번째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강-김

    강봉균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왼쪽)과 김종인 더민주 대표

    양적완화, 긍정적 의견도… 주택대출 장기상환 전환은 긍정적 평가

    하지만 양적완화 정책이 한국 경제, 특히 서민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김종인 대표의 말처럼 양적완화가 단순히 대기업 편향적 정책도 아니라는 의견이다.

    주택담보대출 장기상환 전환의 경우 3년에서 5년이 만기인 주택담보대출을 20년 장기상환으로 전환할 경우 원금상환으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어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고, 기업 구조조정 자금 지원 또한 일부 한계 기업을 구제해 파산으로 인한 대량해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승일 정치경제학 박사(사민주의 센터)는 “(강봉균 선대위원장의 양적완화는) 무차별적으로 돈을 풀자는 것이 아니고 가계부채 탕감 등 한정해서 풀자는 것이기 때문에 서민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도 “오히려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 크고, (강봉균의 양적완화 정책은) 한정된 분야만 돈을 푸는 것이고, 현재 대불황 직전 상태이기 때문에 통화를 풀어도 원화가치가 엄청 떨어질 우려는 없다”고 일축했다.

    남종석 부산대 경제학과 강사도 “주택담보대출 장기상환 전환은 서민경제에 긍정적 영향이 있다. 상환기간 늘어나니 이자 부담이 낮아지면서 가계에 일정하게 이자 부담을 덜게 돼 가계소비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적완화 정책을 두고 대기업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는 김종인 대표의 비판에 대해선 남종석 교수는 “산업은행의 부실채권 해소하려면, 당연히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오히려 대기업 구제에 대해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포퓰리즘적”이라며 “대기업 구제하면 다 안 좋은 것처럼 얘기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무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승일 박사 또한 “산업은행이 구제금융해서 대기업 살려 주는 것은 오히려 민주노총이 해야 하는 요구다. 부실회사 구제금융 하지 않아서 파산하면 매각해야 하는데, 국내 재벌은 인수여력 없다. 결국 해외로 넘어가거나 MBK 같은 사모펀드가 인수하게 된다”면서 “그럴 경우 고용승계가 안 되기 때문에 노동조합 파괴와 대량해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발언, 대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고용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양적완화 정책 시행 시기 등에 대해선 이견이 갈렸다.

    남종석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가 그 정도로 해야 할 만큼 위험 상황인지는 의문”이라며 “미국이 양적완화를 했을 때 금융이 완전히 붕괴되는 상황이었고, 일본도 마이너스 성장이 10년 째 지속됐을 때 다른 정책 수단이 없어서 독약처방으로 시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의 화폐가 유로나 달러처럼 국제사회에서 신뢰성이 높지 않은데 통화량을 늘리게 되면 장기적으론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면서 “양적완화를 원한다면 단계적으로 우선 한은의 공식 금리를 더 낮추거나 제로 금리 정책을 쓰는 것이 맞다. 그래도 경제활성화 효과가 없으면 그 때 가서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반면 정승일 박사는 “지금 한국 경제는 1930년대 같은 대공황 직전 사태”라고 평가하며 “대기업, 중소기업 부실화 가능성 높아지고 회사들은 부실화를 빌미로 대량해고를 감행하게 돼있다”면서 양적완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동산 투기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정부의 노동개혁과 동반할 경우 정책의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승일 박사는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예로 들어 “아베노믹스 가운데 양적완화는 진보적 경제학자들도 굉장히 호평한 정책이다. 문제는 양적완화와 동반해 시행한 법인세 삭감, 규제완환, 비정규직 양산 등 구조개혁”이라며 “서로 상충되는 정책들이 함께 시행되기 때문에 일본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도 양적완화 정책을 쓰지만 복지를 줄이고 노동권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씀씀이 줄고 그러다보니 내수시장 죽어 경제가 살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적완화와 별개의 정책이라 할지라도 노동개혁 등 노동조건 악화 정책이 동반될 경우 경기부양에 대한 체감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장기상환 전환 정책의 경우에도 주택대출 등 부동산 투기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제도를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남종석 교수는 “이자율이 낮고 20년 동안 갚으면 된다는 이유로 부동산 사재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부동산 투기 붐을 컨트롤하고 대출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상황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