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2차 청문회'
    항적과 교신내용 조작‧편집 의혹
    "모른다" "기억 안 나" 그리고 엇갈리는 진술들
        2016년 03월 29일 09:30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2차 청문회는 세월호 침몰 이후 정부가 발표한 ▲AIS(선박자동식별시스템·선박이 항해하면서 자기 위치를 자동으로 발신하는 장치) 항적 편집 의혹 ▲진도-제주 VTS 교신 녹음파일 조작 의혹 ▲선원의 조치 적절성 여부 등의 쟁점을 다뤘다.

    특조위가 주최한 2차 청문회는 2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20분경까지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진행됐다. 당초 국회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1차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국회 사무처가 이를 거절했다고 전명선 세월호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전했다.

    우선 청문회의 1·2차 세션은 이상길 GCSC(진도VTS 관제운영 시스템 유지보수업체) 대표이사, 조기정 GMT(정부 발표 AIS 항적 복구 업체) 연구소장, 임병준 전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관리과 주무관(해양수산부 항적 복구과정 참여) 등이 증인으로, 허용범 합동수사본부 전문가 자문단 단장과 임남균 목포해양대 교수는 참고인으로 참석해 AIS 항적과 진도-제주 VTS 교신내용 등에 대해 다뤘다. 마지막 3차 세션은 이준석 선장, 강원식 1등 항해사 등이 참사 당시 선원 조치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증언했다.

    해수부 AIS 항적 발표, 조작 의혹 제기
    항적 수정 여부 질문에 “수정한 적 없는데…기억 안 나”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항적 발표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가장 먼저 제기됐다. 해양수산부 항적 발표를 보면 사고 당일 오전 8시 44분 44초부터 8시 45분 19초까지 상당 시간의 AIS 기록이 누락돼있다.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은 AIS 용역업체인 조기정 GMT 소장에게 “항적을 수정한 바가 있느냐”고 묻자, 조 소장은 “협의에 의해 수정한 건 없다”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권 소위원장은 관련 자료를 제시해 30초 가량 5구간의 항적이 누락됐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현상이 기계적 결함에 의한 것인지 묻자, 조 소장은 “사고 당시 세월호는 (항적) 누락 구간도 많고 이상하다”며 “일반적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 소장은 항적을 수정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과 달리, 시간과 속도가 모두 다른데도 위도와 경도가 같아 중복 자료로 판단해 해당 구간의 항적을 삭제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권 소위원장은 “AIS 데이터를 보면 3개 디코딩한 값이 있는데 해수부 발표 엑셀 항적 자료에는 이 자료가 없다”고 지적하자, 조 소장은 “중복데이터 제외할 때 동일한 경도와 위도 일 때 삭제했는데 그 데이터”라고 했다.

    권 소위원장이 “동일 데이터가 아니지 않나. 시간도 다르고 속도도 다르다. 경위도만 같다”라고 추궁하자 조 소장은 “그럴 수도 있지만, 그 때 당시 작업할 때 경위도만 같으면 같은 데이터라고 간주했다”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

    이에 권 소위원장은 “그대로 발표하면 AIS 데이터 자체나 기계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될까봐 일부러 위경도가 같은 걸 삭제한 거 아닌가”라고 하자, 조 소장은 “그렇지 않다”고만 답했다.

    이와 관련한 질의에 임병준 해수부 주무관은 “국정조사 과정에서 인근선박 AIS에 대해 확인 요구가 있어서 6개월 정도 확인한 적 있다”며 “누락된 구간에 대해서는 원본데이터 외에는 확인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수각의 급격하게 틀어진 3초간 AIS 항적 배열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2014년 12월 29일 해양안전심판원 보고서를 보면, 다른 부분은 모두 송신시간 기준으로 정렬했으면서도 3초 동안만 수신시간 기준으로 정렬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3초 동안은 배의 머리가 8시 49분 44초부터 47초까지 199-213(우)-191(좌) 순으로 선수각이 급격하게 틀어졌다.

    급격한 변화가 가능하냐는 권 위원의 질문에 조 GMT 소장은 “별도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참고인으로 나온 임남균 목포해양대 교수는 이에 대해 “정상적인 배라면 불가능하다”고 했고 허용범 전문가 자문단장 역시 “이론적, 경험적으로 외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세월호는 선수와 선미 부분이 모두 멀쩡하기에 과적에 의해 갑자기 배가 돌아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항적 배열이 일관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선 조 소장은 “수신시간 기준으로 정렬하되 데이터가 바뀌어서 온 경우, 육안으로 확인해 그 부분만 송신으로 바꿔서 정렬했다”면서도 “일관된 원칙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권 소위원장의 물음에 “그렇다”며 이 부분만 정렬기준을 달리했음을 시인했다.

    권 소위원장은 침몰이 시작된 오전 9시 3분경 해경 본청 상황실과 목포 상황실의 세월호 속도가 18노트로 표시된 것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권 소위원장은 “이 시간 AIS에 나타난 세월호 속도는 18노트인데 우리가 알기로는 1.8노트로 거의 표류하는 수준이었다. 본청과 목포 상황실은 무엇을 통해서 세월호 속도를 18노트로 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제주와 달리 목포와 해경 본청에서 세월호의 속도를 18노트로 잘못 봤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권 소위원장은 이에 대해 묻자 조 소장은 자신 소속한 GMT에서 관리하는 제품임에도 “정확히 모른다”고 답했다.

    권 소위원장은 “우리 특조위는 현재 AIS 행적을 조작했는지 판단하지 못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항적이 어떤 의도 하에 편집된 것이 아닌가 의문을 갖는다”며 “항적 자체에도 믿기 어려운 점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특조위는 참사 원인을 규명하는데 정부 발표에만 의존하는 것은 진상규명을 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원인 규명하려면 정부가 발표한 AIS 참고자료로 두고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해서 참사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도-제주 VTS 교신내용 고의 편집 의혹

    AIS 항적 조작 의혹에 이어 진도VTS(해상교통관제시스템)과 제주VTS의 교신 내용 일부가 편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장완익 특조위원은 배명진 소리공학연구소장의 음성 설명 자료를 제시하며 “진도 VTS에서 제주로 안내 메시지를 보내는데 28초밖에 안 걸렸는데 제주 VTS는 30초가 걸렸다”면서 “짜여진 문구가 2초 정도 삽입됐다. 고의적으로 편집·삽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도와 제주 간 다른 내용은 ‘각국 각선 450명 이상 선원 여객선 37분 해상에’라는 부분의 녹음 내용이다.

    장 위원은 당시 교신기록 녹취에서 같은 문장이 두 번 들리는 등 편집 증거가 발견됐다고 하자, 강상보 전 해양수산부 제주 VTS 센터장은 “편집할 수 없다”며 무전기가 5개라 채널이 중복되면 소리가 들어오다 시간차 때문에 중복되는 일이 있다고 조작 의혹을 부인했다.

    권영빈 소위원장 또한 편집 의혹에 무게를 실었다. 제주 VTS는 세월호 참사 당일부터 3일간 GCSC를 통해 VTS 유지와 보수를 진행했는데 담당자의 승인 도장이 찍혀있지 않았고 업무 담당자들이 이 같은 내용을 모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 소위원장은 “긴급 정비 보수 확인서에 담당자인 강승필 주무관의 서명이 없다”면서 “또 ‘기술 검토 보고서’에 대해서도 이 업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강상보 증인과 이상길 증인만 알고 있고, 실무자들은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 설명서에 공개된 업무 내역은 ‘백업 파일 만들기(GCSS 3개 정도)’였다.

    강상보 전 센터장은 “수사 기관이나 조사 기관에서 요청할 것에 대비해 백업 파일을 만들었다”고 해명했으나, 누구와 어떤 과정을 거쳐 백업 파일은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만 했다.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 각기 모두 다른 상황 증언
    “기억 안 난다” “무작정 해경만 기다렸다” 무책임 답변도

    증인으로 참석한 세월호 선원은 참사 당시 조타실 내의 상황부터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내리기까지 모두 달리 증언했다.

    장완익 특조위원이 사고 당시 조타실에 있었던 ‘퇴선 시 승객의 저체온증을 고려 해경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선원들 간 논의했다’고 한 조준기 조타사의 진술서를 바탕으로 “구조하겠다고 교신해 온 둘라에이스호에 세월호 승객을 다 태울 수 있었고 시야도 밝았고 수온도 12.6도로 구명조끼 입고 빠지면 6시간 정도는 견딜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알긴 안 건가”라고 묻자 조준기 조타수는 “대략적인 생각들로 (선내 대기를)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선박회사인 청해진해운이 선내 대기를 지시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이에 대해선 조타실 내 선원 대부분이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증언했다.

    반면 저체온증을 이유로 선내 대기 주장을 한 인물인 강원식 1등항해사는 조타실 내에 어떤 논의 과정도 없었고 둘라에이스호가 구조하러 온 것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항해사들끼리 모여서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고, 저체온증 등 구체적인 이유까지 나왔다는 점을 지적하자 “어떻게 구조해야 한다, 이런 논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영호 2등항해사도 “(승객 대피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며 선내 대기 지시 또한 “없었다. 조준기 조타수가 말한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비상상황에 울리는 비상벨에 대한 것 또한 언제, 어디에서 울리는지 숙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쳤다.

    강원식 1등항해사는 “비상벨을 누르면 선원들이 맡은 바 임무를 하기 위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일반 객실은 울리지 않고 선원실만 울린다고 한 반면 김영호 2등항해사는 “잘 모른다. 연습 삼아 울리는 것도 들어본 적이 없고, 한 번도 그걸 누르는 걸 보지 못해서 모르겠다”고 했다. 이준석 선장은 “(승객에까지) 다 들린다”고 답했다.

    특히 강원식 1등항해사가 9시 8분경 진도VTS “바다야 빠져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물어보는 교신 내용을 제시하자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것 같다”고 했고, 대기와 퇴선 중 고민한 것이냐는 물음에도 “고민이 아니고 말 그대로 어찌할지 몰라서 했던 말”이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았다.

    또한 진도VTS에 ‘선내에서 전혀 이동할 수 없다’는 취지의 교신을 했으면서도 자신의 침실까지 걸어가 휴대폰으로 청해진해운과 통화한 점을 지적하자 “이동할 수 있었다”고 증언을 번복하기도 했다.

    ‘특조위 조사에서 해경이 오면 승객 구조될 것이라고 했는데 또 앞에선 혼자 힘으로 선내에서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해경이 오면 어떻게 구조하겠다는 뜻이냐’고 묻자 강원식 1등항해사는 “해경이 오면 다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그는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사고 상황을 알리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임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무실 직원인 홍영기 대리와 한 3분 14초 동안의 통화 내용에 대해 일관되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제 기억으론 질문에 답만 했다”고 했다.

    ‘홍영기 대리는 안내 방송했는지 그 여부를 물었다는데’라고 하자 “모르겠다. 대답은 다 해줬는데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홍영기 대리가 선내 대기를 지시했느냐고’도 질의하자 “지시받은 건 없었다”며 선사와 통화한 내용을 이준석 선장 등 조타실 내 선원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증언하며 “자세한 건 없이 무작정 해경만 오면 다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