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민주-정의당,
    야권연대 결렬 배경은?
    정진후 "당 유력후보 사퇴 강요"
        2016년 03월 24일 06: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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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과의 20대 총선을 위한 야권연대 협상 과정에서 야권연대의 조건으로 특정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의당 측 협상대표를 맡아 더민주와의 야권연대를 추진해왔던 정진후 원내대표 등이 24일 밝힌 내막을 종합해보면, 더민주는 보름 가량 진행된 야권연대 협상 막바지에 들어서서 경기 수원정 후보인 박원석 정의당 의원의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더민주가 이러한 요구를 한 바로 전날엔 더민주 경기도당 위원장이 정의당 경기도당 위원장에 경기도 지역 후보단일화 제안했었다.

    박원석 의원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박수영 새누리당 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와 이 지역구 현역의원인 박광온 더민주 의원 등 다자 대결에서도 15%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며 선전하고 있다. 당 자체적으로 가동한 새누리당과의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도 박원석 의원의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는다. 정의당으로선 당연히 ‘박원석 사퇴 요구’를 거절할 수밖에 없다.

    그러자 더민주는 막판 조율 중이라 공석으로 놨던 심상정 대표와 정진후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고양갑과 안양 동구을에 예고 없이 후보를 공천했다. 후보 사퇴 요구를 거절한 정의당에 ‘보복성 공천’ 내지는 박원석 의원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공천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심-감

    정진후 원내대표는 이날 당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지역구만을 비워놓은 상태에서 기타 지역에 대한 조정을 압박했다. 더불어 민주당은 우리 당 후보가 출마한 지역들에 대해 ‘필요’와 ‘절대필요’로 구분하여 제시했고, 저는 ‘후보사퇴를 통한 정리’ 가능 지역과 ‘경선을 통한 정리’ 가능 지역으로 나누어 우리 당의 입장을 전했다”며 “그러나 (더민주는) 그것으로는 안 된다며 가장 경쟁력 있는 우리 당 현역의원 출마 지역에 대한 양보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경선 요구도 아니고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그 지역의 여건상 오히려 우리가 해야 되는 요구였다”며 “이것은 야권연대를 위한 협상이 아니라 힘을 내세운 폭력이었고 갑질 정치의 맨얼굴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가 거부하자 논의해보겠다고 돌아간 뒤 어떤 통보도 없이 자신들이 스스로 비워두었던 마지막 두 곳에 대해서까지 일방적으로 공천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더민주는 23일 경기 고양갑에 박준 지역위원장을, 안양 동안을에 이정국 지역위원장이 후보를 공천한 바 있다.

    정 원내대표는 “마지막까지 가장 모욕적인 방식이었다. 협상 상대였던 저는 그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제가 확인 전화를 했을 때 (더민주는) ‘연대는 계속 하는데 공천은 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아직도 이 말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야권연대 파기의 책임을 이후 지역의 우리 후보와 우리 당으로 전가시키기 위한 행위라고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 같은 내용을 당원들에게 전하며 “야권연대를 위한 논의는 중단됐다”며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이 스스로 지겠다고 선언한 것이고, 총선 결과에 대한 포기 선언에 다름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원석 의원 측은 중앙당 차원의 무리한 후보 사퇴 요구가 이 지역구 현역의원인 박광온 후보 측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박원석 후보 선거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협상 과정에서 수원정 지역구는 논의된 적이 없다고 지적하며 “심지어 전날에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정의당 경기도당 위원장인 박원석 후보에게 경기도지역 후보단일화 협상을 제안하기도 했다”며 “어제는 ‘협상’을 제안하더니, 오늘은 ‘사퇴’를 요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본은 “박광온 후보는 ‘왜 박원석 사퇴’가 야권연대 협상에서 ‘최종 제안’으로 나오게 됐는지 밝혀달라”며 “야권연대 협상에서 지역구 후보의 직간접적인 요청 없이 상대 후보의 사퇴요구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광온 의원 측에서 중앙당에 ‘박원석 후보 사퇴’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만일 박광온 후보가 선의의 경쟁 대신 더불어민주당의 ‘협상력 우위’나 ‘당내 실력자’를 등에 업고 민주정치의 원칙과 상식을 뛰어넘는 상대측 후보 사퇴 요구를 한 것이라면 이는 영통에 맞는 야권후보의 자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박광온 후보가 당을 통해 정의당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관철시키려 한 것이라면, 그로 인한 야권연대 최종 결렬의 책임 또한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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