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 탈당, 무소속 출마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1조 2항 강조
        2016년 03월 24일 10: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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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 의원이 23일 무소속 출마 등록 시한 한 시간을 앞두고 새누리당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끝내 유 의원의 대구 동을 지역구에 대한 공천자를 발표하지 않은 것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다. 유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 직후 이재오 의원과 주호영 의원, 류성걸 의원도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이날 오후 11시경 대구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에 대하여 당이 보여준 모습은 정의, 민주주의, 상식과 원칙이 아니다.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일 뿐”이라며 “저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저의 정든 집을 잠시 떠난다”고 밝혔다. 그는 “권력이 저를 버려도, 저는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다”면서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을 강조했다.

    유 의원은 당 공관위가 자신의 공천을 미루는 명분으로 삼은 ‘정체성’ 문제에 관해선 “2011년 전당대회의 출마선언, 작년 4월의 국회 대표연설을 다시 읽어봤다. 몇 번을 읽어봐도 당의 정강정책에 어긋난 내용은 없었다”며 “결국 정체성 시비는 개혁의 뜻을 저와 함께 한 죄밖에 없는 의원들을 쫓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 공천을 주도한 그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애당초 없었고, 진박, 비박이라는 편가르기만 있었을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의원은 “저와 뜻을 같이 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경선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생각하면 제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이 분들은 우리 당을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개혁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해오신 분들이다. 제가 이 동지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와서 보수개혁의 꿈을 꼭 이룰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유 의원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예상대로 비박계의 연이은 탈당 선언이 나왔다. 이번 총선에서 공천 배제된 친이계 이재오 의원이 이날 밤 탈당계를 제출했고, 친이계이면서 공천에서 탈락한 주호영 의원 역시 같은 날 탈당계를 냈다. ‘유승민계’인 대구 초선 류성걸 의원도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 모두 24일 무소속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공관위는 총선 후보등록일을 하루 앞둔 이날 밤까지도 유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결정은 이미 내렸으나 여론의 역풍을 의식해 사실상 유 의원의 자진탈당을 압박한 것이다. 후보등록이 시작된 후에는 당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유 의원이 탈당하지 않으면 이번 총선에선 출마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유 의원의 거취가 결정되는 이날엔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기싸움도 만만치 않았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30분 경 “공관위가 유승민 의원 지역구에 합당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무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즉각 “무공천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친박계는 유 의원의 지역구에 이재만 전 구청장 공천을 생각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을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지도부의 비박계 의원 ‘몰아내기’에 대해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24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집권당에서 이런 식으로 특정 의원을 사실상 쫓아내는 방식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우리 정당 정치사에 지울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고 말했다.

    유승민

    이하는 유승민 의원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구 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저의 고민은 길고 깊었습니다. 제 개인의 생사에 대한 미련은 오래 전에 접었습니다. 그 어떤 원망도 버렸습니다. 마지막까지 제가 고민했던 건 저의 오랜 질문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였습니다.

    공천에 대하여 당이 보여준 모습. 이건 정의가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상식과 원칙이 아닙니다.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일 뿐입니다. 정의가 짓밟힌 데 대해 저는 분노합니다.

    2000년 2월 입당하던 날부터 오늘까지, 당은 저의 집이었습니다. 이 나라의 유일한 보수당을 사랑했기에, 저는 어느 위치에 있든 당을 위해 제 온 몸을 던졌습니다. 그만큼 당을 사랑했기에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에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는 2011년 전당대회의 출마선언, 작년 4월의 국회 대표연설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몇 번을 읽어봐도 당의 정강정책에 어긋난 내용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당의 정강정책은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추구하는 저의 노선과 가치가 옳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결국 정체성 시비는 개혁의 뜻을 저와 함께 한 죄밖에 없는 의원들을 쫓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습니다. 공천을 주도한 그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애당초 없었고, 진박, 비박이라는 편가르기만 있었을 뿐입니다. 국민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 권력’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2항입니다.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원칙이 지켜지고 정의가 살아있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입니다.

    오늘 저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저의 정든 집을 잠시 떠납니다. 그리고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습니다. 권력이 저를 버려도 저는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습니다. 제가 두려운 것은 오로지 국민 뿐이고, 제가 믿는 것도 국민의 정의로운 마음 뿐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이 길을 용감하게 가겠습니다.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보수의 적자, 대구의 아들답게 정정당당하게 가겠습니다. 국민의 선택으로 반드시 승리해서 정치에 대한 저의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저의 시작이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나아가는 새로운 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와 뜻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경선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생각하면 제 가슴이 미어집니다. 

    이 분들은 우리 당을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개혁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오신 분들입니다. 제가 이 동지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와서 보수개혁의 꿈을 꼭 이룰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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