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인대 둘러싼 중국정치
    [중국과 중국인] '핵심'과 시진핑
        2016년 03월 23일 01: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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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회(两会), 즉 전국인대(全国人大, 全国人民代表大会)와 전국정협 12기 4차회의(全国政协, 中国人民政治协商会议全国委员会)가 예상대로 조용히 마무리 되었다. 당-정의 수뇌부들이 과거의 고도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충분히 공감하면서, 경제를 포함한 다른 모든 분야에서의 안정적인 변화를 위한 실행 방안의 구체화에 집중하려는 모습이 뚜렷했다.

    정협

    정협 12기 4차회의(방송화면 캡처)

    예상치 못했던 모습은 양회를 전후한 몇몇 사건들에서 드러났다. 지난 3월 13일 중국 관영 통신사인 신화사(新华社)의 한 기사에서 시진핑(习近平)을 중국의 마지막 지도자(中国最后领导人)라고 표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의 최고 지도자(中国最高领导人)”에서 ‘고’자를 ‘후’자로 잘못 표기한 것이라고 정정보도하고 관련자들을 문책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지만, 지난해에도 유사한 보도 실수가 있었고 당에서 언론과 선전부문을 담당하는 책임자가 시진핑과 각을 세우고 있는 정치국 상무위원 리우윈샨(刘云山)이기 때문이다.

    4년 전인 2012년 후진타오(胡锦涛)로부터 전권을 이양 받은 후, 시진핑은 강력한 반부패 투쟁을 통해 당과 정부에서 차관급(副部级) 이상의 고위 간부가 100여명이 넘게 체포되어 사법처리를 받았거나 진행 중이고, 이와 더불어 집권 후 새로 신설된 각종 영도소조의 최고 결정권을 거의 독차지 하면서 권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절대 권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중국에서 ‘핵심’ 지도자의 의미

    올해 초부터 후베이(湖北), 안휘(安徽), 쓰촨(四川) 등의 성위원회 서기들에서 시작해 거의 과반수에 달하는 지방 실력자들이 시진핑을 당의 핵심(习核心) 지도자로 옹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전국인대를 계기로 당 내에서 시진핑이 쟝쩌민(江泽民) 이후 사라진 핵심 지도자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결국 소문으로 끝나고 말았다.

    당-정-군의 최고 지위를 갖고 있는 시진핑이 중국정치의 핵심인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정치에서 ‘핵심’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는 좀 더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당의 공식적인 직책이 갖고 있는 책임 범위를 넘어서는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핵심’이란 단어는 쟝쩌민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다.

    비운의 황태자로 불린 시진핑의 전임 후진타오는 ‘핵심’ 쟝쩌민의 간섭에 총서기 10년 동안 당은 물론 군부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고, 결국은 이런 전임자의 간섭을 막기 위해 중국공산당 역사상 처음으로 당-정-군의 3권을 동시에 후계자인 시진핑에게 이양하면서, 은퇴한 원로들의 정치개입을 중단시킬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과반수에 달하는 지방 제후들이 ‘시 핵심’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이에 호응한 정치국원은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시진핑의 측근 정치국원조차도. 이것은 중국정치의 최고 핵심그룹인 정치국에서 시진핑 핵심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언급한 것처럼 시진핑이 10여개에 달하는 각종 직책의 최고 책임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정치의 핵심은 25인으로 구성된 정치국(정치국 상무위원 포함)원들이고, 따라서 시진핑이 중국 정치권력의 진정한 핵심이 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시기는 가깝게는 올 가을에 열릴 당의 19기 마지막 중앙위전체회의가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하나의 특징은 공산당을 제외한 민주당파 인사들의 중용이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초기 당 외부 인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정부 요직의 1/3 이상을 차지했던 민주당파 인사들이 1954년 인민민주주의 정책의 포기와 함께 당에서 자취를 감춘 후, 다시 정부 요직에 기용되고 있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 당 밖의 전문가 그룹을 활용하고 당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시작된 비당원 인사들의 고위직 임명이 중국정치에 어떤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특히 며칠 전 폐회한 전국인대에서 3명의 민주당파 인사들이 부부장(차관)에 임명되면서 내각에 기용된 민주당파 인사의 수가 7명 되었다. 비록 이 중 부장(장관)은 단 한 명이지만, 건국초기 이후 가장 많은 수의 당 외 인사들이 공산당 주도의 정부 운영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도가 당의 장악력이 흔들리고 인민들의 당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시진핑-리커챵 체제의 새로운 시도인지 아니면 권력분산과 올바른 인재등용을 위한 시도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고 동시에 이들에게 얼마나 확실한 권한이 부여될 것인지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공산당 일색의 내각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을 가능성도 있다.

    시진핑 집권 후 벌써 4년이 흘렀다. 내년 개최될 20차 당 대회의 구성을 위한 윤곽이 올 가을 개최되는 19기 마지막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과 리커챵을 제외한 5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연령 제한(만 67세 이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 또는 연임가능, 68세 이상 은퇴)으로 은퇴하고 새롭게 5명의 정치국원이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진입하게 되는데 어떤 인물들이 선택받을 것인지가 중국정치의 또 다른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다.

    올 하반기에 개최될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주목되는 이유다.

    필자소개
    중국의 현대정치를 전공한 연구자. 한국 진보정당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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