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일자리 공약, 평가 점수는?
    공약 평가 토론회, 새누리당 불참 속 진행돼
        2016년 03월 22일 09:0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정책경쟁은 전무하고, 공천파동만 난무한 20대 총선이다.

    계파 간 ‘혈투’만 점철된 국회 한 쪽에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원내정당들이 한 자리에 모여 ‘조용히’ 노동·일자리 공약을 평가받았다. 새누리당은 이유를 밝히지 않고 토론회에 불참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참여연대가 22일 주최한 ‘20대 총선 노동·일자리 공약평가 토론회’에는 정길채 더불어민주당 노동전문위원, 이태흥 국민의당 정책실 국장, 정경은 정의당 정책위원 등만 참석했다.

    공천 파동으로 친박-비박 갈등이 극에 달한 새누리당은 노동공약에서 0점으로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특히 새누리당이 내놓은 노동·일자리 공약 대부분이 근거가 없는 ‘뻥공약’이거나 기업의 연구 자료들을 그대로 베낀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새누리당이 제시한 20대 총선 공약은 다른 당과 비교해 큰 틀에서 봐도 성의가 없다. 구체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설명도 부실하다. 토론회에서도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것보다도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박 대통령을 비롯한 새누리당은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을 노동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반면 이번 총선에선 ‘일자리 늘리기’를 노동정책 차원이 아닌 특정 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큰 틀에서 3가지 정도로 ▲해외진출 기업 국내로 유턴 ▲보는 관광에서 느끼는 컨텐츠 관광으로 ▲창조경제 활성화 등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해외로 진출한 기업을 국내로 돌아오게 하겠다고 하는 것인데 이 기업들이 안정화하는 기간에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고 파견근로를 허용하겠다는 ‘노동개악’ 내용을 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 공약이 시행될 경우 5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해외 현지법인에서 일하는 사람은 191만 명(한국인 3만 명, 현지인 188만 명)이다. 해외 진출 기업 10%가 유턴하고 국내에서 필요한 인력을 모두 확보한다 해도 최대 19만 명을 넘기지 못한다.

    컨텐츠 관광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도 근거가 없는 공약이라고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적했다. 해당 공약은 친환경적 산악관광 활성화, 동북아 해양관광의 메카로 육성 등의 내용인데 새누리당은 이 같은 공약으로 2020년까지 외래관광객 2천300명을 달성할 시에 1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선임연구위원은 “관광객이 1년 내내 머무는 것도 아니고 길어봐야 일주일 정도나 여행하고 돌아갈 텐데 어떻게 150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겠느냐”며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근거 없는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한국노총의 정책요구에 대해 이례적으로 거의 대부분을 거절했다. 앞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수용하는 ‘척’이라고 했던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20대 국회에서 진행할 노동4법 등 노동개악에 대한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뜻이다.

    일자리평가

    총선 노동-일자리 공약 평가 토론회(사진=유하라)

    더불어민주당은 비정규직·노동시간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춰 양극화 해소에 나선다는 공약에 역점을 뒀다.

    구체적으로 ▲기업과 노동자의 동반 양보를 통한 청년일자리 70만 개 창출 ▲3년간 한시적으로 민간 대기업에 ‘청년고용할당제’ 10% 도입 ▲실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감축을 위한 비정규직 사용부담금제 도입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전환금 등이다. 특히 더민주는 가계소득 비중, 노동소득 분배율, 중산층 회복 등 양극화 해소를 목표로 한 ‘777플랜’를 대표 공약으로 부각했다.

    다만 기업의 희생도 함께 요구되는 청년일자리 70만 개 창출 공약의 경우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수용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정권교체 이후 가능한 공약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대해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대선 때보다 업그레이드됐다”며 “실 노동시간 단축,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청년고용할당제 등 주요 정책 수단을 모두 제시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777플랜’에 대해선 “비슷한 성격의 지표를 777이라는 숫자에 꿰어 맞추려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해결 방법이 비슷한 성향의 문제들을 개별적 문제로 분류, 총선에 맞춘 ‘구호성 공약’으로 비춰진다는 비판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은 노동정책 전반적 공약이라기보다 몇 가지 핵심들을 짚은 공약이 많았다. 특히 비정규직 사용제한을 위한 실현 방법으로 기간제 사용에 6개월 휴지기를 도입한다든가 파견노동자의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파견근로자 공급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것 등을 제시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선 토론회에서도 주목되는 공약으로 평가됐으나 대체적으로 구체적이지 않고 노동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아니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비정규직 대책이 포함돼 있지만 상시 지속적 일자리 정규직 고용이 빠지고 노동시간 단축 공약도 없다”며 “2012년 당시 새누리당의 노동공약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공약이라고 100% 실천에 옮겨진다면 한국 사회의 현안 문제 해결과 국민들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4개 정당 중 유일한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가장 체계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정의당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중위임금 상승 등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평균임금은 상승하는 반면 중위임금은 계속해서 떨어지는 현상에 주목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국민월급 300만원, 정액인상 70만원(2020년까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5시 칼퇴근, 연 30일 이상 유급휴가 보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최고경영자 등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결정하는 살찐고양이법 등을 골자로 한다.

    정경은 정의당 정책위원은 “거대 정당이 국민소득 몇 만 달러 달성한다고 하는데 국민소득이 계속 올라도 체감되는 것이 없다. 그보단 결국엔 노동자 임금을 올리고 기업소득과 격차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소 생소한 이름의 ‘살찐고양이법’에 대해선 “올해든 내년이든 경제위기 또 올 수 있다. 때문에 한국판 살찐고양이법이 필요하다”며 “포스코 상황이 악화됐을 때에도 당시 회장의 퇴직금은 천문학적이었다. 이런 것을 막을 수 있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4당 중 가장 체계적이다.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관련 공약을 모두 망라하고 있고 다른 정당에 비해 대안이 구체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액인상 70만원은 개별교섭에서도 어려운데 실현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