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수 담수화 수돗물,
    부산 기장 주민투표 90% "반대"
    "우리가 먹을 수돗물 결정권은 주민들이 가져야"
        2016년 03월 21일 06: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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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군 해수 담수화 시설에서 생산한 수돗물 공급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 개표 결과 89.3%의 압도적인 주민이 반대표를 던졌다. 특히 부산시 지자체 역사상 최초의 민간 주도 주민투표이자 풀뿌리 민주주의 확립을 위한 시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장군 해수 담수화 시설은 취수구가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서 11km밖에 되지 않아 방사능 삼중수소 검출 우려의 안전성 논란과 대기업 주도의 물 ‘민영화’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면서 민간 주도로 주민투표가 발의돼 진행됐다.

    기장해수담수공급찬반주민투표관리위원회가 21일 오전 발표한 개표결과에 따르면 89.3%(1만4천308명)이 공급에 반대했고 10.2%(1천636명)만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무효표는 0.4%다. 총 유권자 5만9천931명 가운데 26.7%(1만6천14명)가 투표에 참여했다.

    민간 주도로 이뤄진 해수 담수화에 관한 찬반 투표는 19일부터 20일까지 양일간 기장읍·장안읍·일광면에 마련된 16개 투표소에서 진행돼 오후 8시에 마감됐다. 개표는 오후 9시 20분부터 투표함 도착순서대로 일광면, 장안읍, 기장읍의 순서로 기장 지역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일부 언론은 투표율을 강조하며 주민투표법상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지 않아 법적 효력이 없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이번 주민투표는 애초에 주민투표법에 의거해 법적 효력을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일방적 ‘물 행정’에 반대하며 주민 스스로 수돗물 결정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고 반대 의견을 배척하는 지자체 등에 맞서기 위한 자발적 행동이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주민 동의 없이 해수담수화 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대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설득 작업에만 몰두했다. 주민들이 반대해도 사업을 철회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책협의회 등은 주민투표 청구를 요청했으나 부산시가 국책사업은 주민투표 건이 아니라며 거부해 현재 행정 소송 중에 있다.

    또한 지난해 기장읍 시의원 보궐선거의 투표율이 23%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26.7%의 투표율은 상당히 높은 수치다. 선거인명부가 주어지지 않은데다가 갑작스러운 투표소 변경 등 더 많은 주민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데에 방해 요소가 많기도 했다.

    김세규 대책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시의원 보궐선거 투표율, 지자체 등의 투표 방해 시도를 거론하며 “26.7%의 투표율을 결코 낮은 수치로 볼 수 없다”며 “효력이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기장군 주민 10명 중 9명이 기장 해수담수화 사업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확인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서병수 시장이 주민 동의를 구하겠다고 하면서도 반대 의사를 표한 주민들에 대한 설득 작업만 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며 “주민 동의라는 것은 우리가 먹을 수돗물의 결정권을 기장주민이 갖는 것”이라며 “주민 투표 결과를 토대로 해 부산시를 상대로 시장 면담을 요청할 것이고 지속적으로 공급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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