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지방선거,
    반난민 극우정당의 약진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선 녹색당 사상 첫 1당
        2016년 03월 14일 11: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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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의 3개 주(州) 지방선거에서 반(反)난민 극우정당인 AFD(독일을 위한 대안)가 메르켈 총리의 난민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대중 정서를 배경으로 괄목할 약진을 이루고 기민당이 사실상 패배했다. 독일대안은 세 곳의 주의회에 사상 처음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동시에 친난민 성향의 정당들인 사민당과 녹색당이 두 개 주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둬 독일 정치가 양극화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치러진 지방선거의 세 주는 1천72만 명이 거주하는 제3위의 인구가 있는 바덴뷔르템베르크, 401만 명 인구의 라인란트팔츠, 224만 명 인구의 구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였다. 이 세 주의 인구수 1700만 명으로 독일 연방 16개주 전체 인구 8천150만 명의 21%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독일의 여론을 반영하는 선거로 평가되고 있다.

    공영 ZDF TV가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2차 대전 이후 항상 1당 지위를 누리던 기민당은 27.5%를 얻는 데 그쳐 32.5%를 획득한 녹색당에 1당 위치를 사상 처음으로 내줬다. 사민당이 13.0%로 3당을 기록하고 AFD가 12.5%를 얻었다. 하지만 다른 조사에서는 사민당과 AFD의 순위가 뒤바뀌기도 했다. 자유민주당은 8.0%, 좌파당은 3.0%이다. (2011년 선거에서는 기민당 39.0%, 녹색당 24.2%, 사민당 23.1%, 자민당 5.3%, 좌파당 2.8%, 해적당 2.1%,)

    라인란트팔츠에선 사민당과 기민당이 각기 37.5%, 33.0%를 얻어 나란히 1, 2등을 차지하고 AFD가 10.0%로 3당에 올랐다. 자민당이 6.5%, 녹색당 5.0%이다. 현 집권당이었던 사민당이 방어에 성공했다. (2011년 선거에선 사민당 35.7%, 기민당 35.2%, 녹색당 15.4%, 자민당 4.2%, 좌파당 3.0%)

    구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에선 기민당 30.5%에 이어 AFD가 21.5%로 2당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뒤를 이어 좌파당은 16.5%, 사민당은 12.0%, 녹색당과 자민당은 각각 5.0% 순으로 집계됐다.(2011년 선거에서는 기민당 32.5%, 좌파당 23.7%, 사민당 21.5%, 녹색당 7.1%, 국가민주당 4.6%, 자민당 3.8%)

    난-독

    난민들의 모습(위)과 AFD가 주도한 난민 반대 집회

    주간지 슈피겔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보수파들에게 ‘검은 일요일’이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번 선거의 주역은 3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작년에는 붕괴 직전까지 몰렸던 AFD의 약진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세 주에서 AFD는 대부분의 지지표를 기민당 실망층보다는 이전에 투표한 적이 없는 ‘투표 기권층’으로부터 얻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작센안할트에서 AFD 지지표의 40%는 이전에는 투표에 참여한 적이 없었던 층이었고, 56%는 난민 위기 때문에 AFD를 선택했다.

    AFD는 2013년 ‘유로화’ 폐지를 요구하는 경제학자와 언론인들에 의해 창당되었지만 작년 창당 주역이었던 루케가 사임하고 40살의 여성 대표 페트리의 취임 이후 AFD는 국경통제의 재도입을 요청하며 정부의 난민정책에 반대하는 캠페인에 초점을 맞추고 극우파 사회운동인 ‘페기다’와 연계했다.

    지난주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는 AFD와 같은 표퓰리스트 정당의 등장을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했는데, 이제 세 곳의 주의회에 진출한 이들을 ‘일시적’이라고 부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유럽의 난민 위기 이후 메르켈가 포용적인 국경개방 정책을 밝힌 후 독일의 여론이 극단적으로 양분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작년에 백십만 명의 난민이 독일 내로 들어오고 작년 여름 뮌헨 기차역에서는 수많은 난민들을 열렬하게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이는 분노로 뒤바뀌기도 했다. 특히 새해 직전 쾰른에서 수백 명의 여성들이 대부분 북아프리카와 아랍 출신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집단 성폭행과 추행을 당한 사태 이후로 극단적으로 여론 분위기가 바뀌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또다른 측면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는 현직 주 총리인 녹색당의 크레취만은 메르켈 총리의 국경 개방 정책을 적극 지지하면서 승리하고, 라인란트팔츠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잠재적 후계자로 불리면서도 메르켈의 난민정책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강경한 정책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던 기민당의 클뢰크너 주총리가 사민당에게 패배했기 때문이다. 또 세 지역의 기민당 후보들이 모두 메르켈의 난민정책에 이견을 드러내고 강경한 난민정책을 밝히면서 선거를 치렀지만 선거에서 패배한 것이다.

    또한 메르켈 총리의 개인 지지율도 올해 초 저점을 찍은 뒤 다시 올라가고 있다. 지난주 여론조사기관 포르자에 따르면 메르켈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50%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연방정부 차원에서 기민당 메르켈 총리와 연정을 꾸리고 있는 사민당의 고민도 깊다. 라인란트팔츠에서는 가까스레 승리했지만 바덴뷔르템베르크와 작센안할트에서는 지난 선거보다 10%가 넘게 지지율이 떨어졌고 특히 작센안할트에서는 4위로 전락할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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