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서비스,
보험사 아닌 국가의 책임
민간 건강관리서비스는 의료민영화의 최첨단 수단
    2016년 03월 10일 10: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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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7일 9차 투자활성화 대책이 발표되었다. 보건의료 부문은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민간 기업에 건강관리서비스를 허용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민간 주도의 건강관리서비스는 이미 지난 2010년, 2011년에 각각 변웅전, 손숙미 의원이 ‘건강관리서비스법’ 입법을 통해 추진한 바 있지만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는 반대에 부딪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찬반 논란이 뜨겁다. 사회단체들은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영역을 민영화하는 정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전국의사총연합 등의 의사 단체들도 기업의 경제적 논리에 의해 보건의료체계가 왜곡될 수 있다며 규탄 성명을 냈다.

반면 기업들은 환영하고 있다. 애초에 건강관리서비스 도입이 대한상공회의소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된 만큼 새로운 사업 영역이 창출되는 것을 반기는 눈치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식이습관 교정, 운동 요법, 금연, 금주 등을 통해 건강을 증진시키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을 뜻한다. 의료서비스와 구별되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중점 대상이 병을 가진 환자가 아니라 건강인이며, 보건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대상자 본인이 스스로 시행해야 한다. 구체적인 절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대상 집단 식별 및 권고: 건강검진 결과, 의료 기록 등을 통해 건강관리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자를 확인하고 건강관리서비스를 받도록 권고한다.

② 건강위험도 평가 및 위험수준별 계층화: 대상자가 되면 건강검진을 새로 받거나 기존 건강검진 기록, 의료기록 등을 활용해 건강 수준을 판단한 후 건강군/건강위험군 등 몇 개의 군으로 분류된다.

③ 동기부여: 방문, 전화, 온라인 상담 등을 통해 대상자에게 건강한 식이습관과 운동 및 금연 금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④ 효과측정: 얼마나 건강이 증진되었는지 측정하고 비용 대비 효과는 있었는지 검토한다.

⑤ 재평가 및 과정반복: 건강위험도 재평가

지금까지는 이런 건강관리서비스를 국가가 담당하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해서 담뱃세를 걷어 국민건강증진기금을 만들어 여러 사업을 해왔으며, 보건소를 주축으로 하여 모든 의료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현재 제공 수준이 실질적인 건강 증진 및 질병 예방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의료시스템 내에 건강 증진 및 질병 예방 기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건강증진사업비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2014년 34.2%에서 2015년 34.1%, 2016년 계획안에는 31.3%) 담배 가격의 인상으로 인해 기금 수입은 크게 증가했음에도 정부는 건강 증진 및 질병 예방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민간 기업이 의료시스템 바깥에서 건강관리서비스를 할 수 있게 시장을 열어달라는 요구가 거세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9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보험회사도 건강관리서비스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험업계가 소리 높여서 건강관리서비스 민간 허용을 요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험업계의 속셈: 개인건강정보 수집

민간보험사가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건강위험도 평가 과정에서 가입자의 개인건강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된다. 민간보험사가 개인건강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데, 바로 실손의료보험 때문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은 전체 의료비 중 약 60%만 보장해주기 때문에 나머지 40%를 보장받기 위해 가입하는 것이 바로 실손의료보험이다. 실손의료보험이 성장하면 할수록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올리기 어려워진다. 이미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에게는 그럴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또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이 낮아질수록 사람들은 실손보험을 찾게 되고, 민간보험사들은 시장을 넓힌다.

즉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과 경쟁관계에 있는 것이다. 지난 2005년 유출된 삼성생명 보고서에 의하면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을 대체하는 민간보험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여기서 실손의료보험이 성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개인건강정보다. 개인건강정보를 수집해서 분석하고 연구해야만 의료비 지출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에게 높은 보험료를 물릴 수 있다. 건강관리서비스 가입자를 통해 모은 건강검진 자료는 민간보험사에게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에는 건강관리서비스 대상자의 건강위험도 평가결과가 공적 보험자로부터 민간보험사가 설립한 건강관리서비스 회사로 전달되고 있다. 일본 민간보험사들은 이렇게 얻은 개인건강정보를 상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는 실손의료보험이 전무하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3000만 명이 넘는 한국에서 개인건강정보가 민간보험사로 넘어가는 것은 일본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정부는 9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일본을 긍정적인 사례로 들면서 건강관리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정부가 스스로 공보험을 약화시키는 전략을 택하겠다고 공언한 것에 다름 아니다.

삼성병원 이용하려면 삼성생명 건강관리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나?

건강관리서비스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불평등한 의료기관 이용으로 인해 나타나는 건강 불평등이다. 한국에서는 재벌기업이 대형보험사와 대형병원을 모두 소유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문제는 더욱 빠른 시일 안에,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보험회사에서 직접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특정 보험사 가입자는 특정 의료기관을 훨씬 더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컨대 삼성생명 가입자들이 삼성병원을 이용하기 쉬워진다면, 삼성병원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삼성생명에서 제공하는 건강관리서비스에 가입하려는 유인이 커지게 될 것이다. 이는 특정 재벌기업 계열의 민간보험사와 대형병원들을 키워주는 계기가 된다. 이렇게 성장한 재벌기업의 의료네트워크는 국민건강보험과 공공의료를 위협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런 우려 때문에 현재 의료법에서는 환자 유인·알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몇몇 건강관리서비스 관련 회사는 가입자에게 질병이 발생했을 때 3차 의료기관 예약을 대행해주고 있다. 이미 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 유인·알선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365홈케어’다. 365홈케어는 삼성생명 등 민간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가입자에게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65홈케어는 홈페이지를 통해 제휴병원의 외래 초진 진료예약 대행서비스를 제공하며, 전담간호사가 직접 에스코트까지 해준다고 밝히고 있다.

건강관리

[출처: ‘365홈케어’ 홈페이지]

2011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에는 건강생활관리서비스 기관이 병원 및 의료인 안내, 예약 대행, 에스코트 등을 하는 것은 의료기관 소개·유인·알선으로 불법 행위라는 판단이 명시되어 있다. 만약 365홈케어가 협약을 맺은 특정 의료기관이나 특정 의료인에게 진료 예약을 잡아준다면 이는 의료법 위반사항이다.

365홈케어는 2000년 7월 삼성서울병원, 삼성SDS, 유니텔, 에스원, 가치네트 등 삼성그룹에서 출자해서 설립한 회사다. 송영주. 현재는 삼성SDS 자회사인 미라콤아이앤씨 소유다. 이미 삼성그룹이 오래전부터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며 9차 투자활성화 대책의 진정한 수혜자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다.

만약 정부가 가이드라인만으로 보험회사가 건강관리서비스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면죄부를 주게 되면 지금도 만연하고 있는 불법적 행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삼성병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삼성생명에 가입해야 하거나, 민간의료보험 가입 여부 및 상품 종류에 따라 의료기관 이용의 접근성에 차별이 생기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은 의학적으로 필요해도 대형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추진 폐지, 공적 건강관리서비스 강화가 답이다

당연하게도, 건강관리서비스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상황에서 건강관리서비스가 민간 중심으로 형성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민간보험사 주도의 건강관리서비스 확대는 필연적으로 민간보험사로의 개인건강정보 유출로 이어질 것이며, 궁극적으로 민간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민간 기업이 건강관리서비스를 수행할 경우 건강증진이라는 명목으로 불필요한 서비스를 가입자에게 시행할 수 있으며, 수익 창출을 위해 원격 건강진단기기 등을 비싸게 판매할 수도 있다. 개인건강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9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는 미국, 일본, 호주 등의 사례를 민간 건강관리서비스의 긍정적 사례로 소개했지만, 사실 정부가 긍정적 사례로 제시한 일본과 호주 또한 민간 중심의 건강관리서비스와는 거리가 있다.

일본의 경우 국가가 주도해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만들고, 수행만 민간에 위탁하는 수준이며, 호주는 공공일차의료가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영리민영의료보험회사가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례는 없다. 국가가 100% 투자한 영리보험회사인 메디뱅크가 회원 380만 명으로 가장 큰 보험회사이지만, 건강관리서비스 가입자는 53,400명밖에 되지 않는다. 일차의료를 통해 대부분의 건강 증진 및 질병 예방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공적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사례들도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건강관리사(Health trainer)라는 직종을 두고 공적 건강관리서비스를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사실 언급한 여러 문제들은 민간 주도의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 정책을 폐기하고, 현재 존재하는 정부 주도의 건강관리서비스를 더욱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자체적으로 건강검진 자료를 통해 대상자를 선별하고 건강위험도를 평가하면 개인건강정보 유출의 위험성이 없다. 대상자는 보건소 등 공공기관을 이용해 건강관리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그렇게 되면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챙기는 행태도 없을 것이다. 심지어 법 개정 등 제도정비도 필요 없다. 국민건강증진법, 의료법에 근거조항이 충분하다.

국민건강증진법 제3조에 의하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건강에 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국민건강을 증진할 책임을 진다. 이미 세금을 걷어 기금도 조성했다. 하지만 세금을 낸 시민들에게 건강관리서비스는 민간 기업에게 다시 돈을 지불하고 받으라는 것이 바로 9차 투자활성화 대책이다.

한편으로는 건강관리서비스를 통해 개인건강정보를 수집하려는 민간보험사의 숨겨진 계획도 경계해야 한다. 건강관리서비스가 재벌기업이 그리는 미국식 의료의 일부라는 점을, 결국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의료민영화를 반대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싸움을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추진 폐기에서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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