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싼사시 출범, 남중국해 긴장 고조
        2012년 07월 28일 03: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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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24일 싼사시 시정부 및 군사경비구역 출범 강행

    중국 정부는 24일 시사군도 내 융싱다오(永興島)에서 싼사시 정부 출범식을 진행했다. 지난 2007년에 시사군도와 중사군도, 난사군도(南沙群島·영어명 스프래틀리 군도) 등 남중국해 3개 군도 지역을 관할하는 싼사시 설치 계획을 처음 발표하고, 지난 6월에 다시 정식으로 싼사시 설립을 발표한 바 있다.

    베트남, 필리핀 등의 반발이 거셌으나 지난 19일에 중국군을 관할하는 중앙군사위가 해당 구역을 관할하는 군사경비구역을 설치하는 방안을 승인하는 한편 시정부 출범식을 강행한 것이다.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국 반발, 미국의 비판

    베트남 외교부의 르엉 타잉 응이 대변인은 “중국의 경비구 설치계획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은 물론 베트남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으로 아무런 근거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고, 하노이에서는 연일 반(反) 중국 시위가 벌어졌다.

    필리핀의 알베르트 델 로사리오 외무장관은 마커칭(馬克卿) 필리핀 주재 중국 대사를 불러 “필리핀 정부는 (중국이 설치한) 싼사시와 행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중국 정부가 최근 취한 일련의 조치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도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이 24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중국의 이 같은 일방적인 움직임에 대해 우려한다.”며 “미국은 어떤 일방적 행동도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중국 측의 조치에 대해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주변국, 중-미 간 긴장 더욱 고조 예상

    최근 필리핀과 중국은 스카보러 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영유권을 둘러싸고 거친 언사를 주고받는 등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이다. 난사군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징병령까지 내렸던 베트남은 2011년 중국과 특사외교를 통해 타협을 모색하기도 했으나 미국과 전략적 협상을 병행하는 상황이었는데 탈중향미(脫中向美)의 경향이 강해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2010년 6월 베트남에서 열린 ARF(아세안 지역 포럼)에서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을 준수하고 자유 항해와 개방적인 접근을 보장하는 일은 미국의 국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라고 주장하며 남중국해 갈등에 개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이 중국 영해인 남중국해를 ‘국제화’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남중국해를 대만, 티베트와 함께 핵심이익으로 선언했다.

    중국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은 파네타 국방장관이 1975년 종전 후 최초로 캄란만을 방문하면서 베트남-미국 간 ‘신동반자 관계’를 선언하였다. 그리고 미 태평양사령관이 필리핀에 대한 방위공약을 확인하는 등 1992년 미군 철수 후 다소 소원했던 필리핀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해군력의 60%를 배치하는 등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미국 ‘신국방전략’의 일환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최근 클린턴 국무장관이 중국 주변국에 대한 순방외교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비판하고, 2012년 ARF에서 “남중국해 주변 영유권 분쟁은 당사국들이 상호 협력해 해결해야지 강압과 협박, 무력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 견제는 미국 정부 혹은 국가 차원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미중 관계가 갈등과 협력의 요소가 공존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대통령 선거 등 중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대 중국 협력 보다는 견제의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이 예상된다.

    중국도 비록 사회주의 국가이기는 하지만 시진핑 체제로의 이월기라는 점과, 이데올로기로서 사회주의 하락 대 민족주의 고양이 맞물려 영토 문제에 있어 강경책을 선호하는 여론을 일정하게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긴장의 파고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남중국해 분쟁의 원인과 대안

    난사군도 등 남중국해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뿐만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 등 부존 자원도 풍부하고, 석유만 해도 약 300억톤이 매장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는 전략지역이다.

    1980년대 말과 90년대 초 중국과 주변국은 난사군도 등에서 무력충돌을 빚는 등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ASEAN+3 등 동아시아 국가 간 협력의 강화와 대 동남아국가 외교 강화를 통한 미․일 견제라는 중국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평화적 해결책이 적극 모색되었다.

    2000년 11월 중국과 아세안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남중국해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 선언문’에 합의했고, 2005년 3월 중국·베트남·필리핀 3국 사이에 ‘남중국해 해상 지진 공작 협의’가 체결되기도 한 것이 그 실례이다.

    그러나 2007년부터 자원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되살아났고, 이후 미국까지 이 지역 사태에 개입하면서 분쟁이 해결의 가닥을 잡기는커녕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 결과 올해 7월 아세안 회의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명기 문제로 창립 이래 최초로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하기도 한 바 있다.

    이런 갈등이 지속되면, 동남아 국가들은 미-중 어느 한 편에 서게 되고 강대국 대결의 첨병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탈냉전 이래 아세안을 중심으로 구심력을 강화하고, 그 구심력을 바탕으로 한․중․일을 지역 통합의 흐름에 견인하면서 중․일 등이 자신들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하는 자주성․능동성을 벌이던 상황에서 후퇴해 동남아 국가들이 대국 간 경쟁의 종속변수가 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경우도 성장하는 경제력을 매개로 자국의 종합적 영향력을 동남아에 높여가던 상황에서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면 역외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중국의 주장은 역내 국가 모두가 동의할 때 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역으로, 중국 자신의 강경한 행태에 의해 이 지역에 다시 개입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를 일부 국가가 자발적으로 수용하는 결과를 빚고 있는 꼴이다.

    동중국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분쟁을 둘러싼 강경 행위와 일본의 미국 편향 외교로의 후퇴라는 전략적 미스가 남중국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힘을 동원한 영유권 분쟁에서의 승리 추구는 무정부적 국제질서 속에서 얼핏 불가피한 선택 같지만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가 힘들며 역내 국가 모두가 패자가 되기 십상이다.

    당장은 답답하고 어려워보일지라도 이견과 논쟁은 보류하고 공동 개발을 통한 공동 이익을 취하려는 접근이 실질적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동의하는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경우, 주권과 관련한 자신의 원칙만 확인한 채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미뤄두자는 덩샤오핑 식의 접근라도 중국과 관련국 모두가 택하는 것이 차선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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