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문을 열어라!
    [에정칼럼] 메콩 댐 개발로 삶의 터전 잃은 사람들
        2016년 03월 07일 10:47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동남아시아 메콩 지역에는 25년간 계속되는 외침이 있다. 수문을 열어라! 강물을 흐르게 하라! 태국의 동북부 지역, 라오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우본 라차타니(Ubon Ratchathani)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다. 중국,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6개국을 흐르는 거대한 강 메콩에서 갈라져 흐르는 수많은 지류 중 하나인 문강(Mun River)을 되찾기 위한 외침이다.

    태국 정부는 1990년대 초반 주민들의 댐 건설 반대운동에도 불구하고 문강이 시작되는 입구에 댐 건설을 강행했다. 팍문 댐(Pak Mun Dam)이 건설된 후 강은 흐르지 않게 되었고 강과 함께 살던 마을주민들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언제나 어디서나 그렇듯 정부는 댐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했다. 태국정부는 마을 주민들에게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가계소득이 늘고 마을이 발전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주장했지만 건설이 시작되고부터 물고기가 잡히지 않게 되었다.

    이때부터 주민들의 지난한 운동이 시작된다. 주민들은 사업주체인 태국전력(EGAT, Electricity Generating Authority of Thailand)에 어업활동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였으나 태국전력은 댐 건설의 부정적인 영향을 인정하기 않고 거부했다.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댐이 건설되는 3년간만 어업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한다고 발표했지만 문제는 댐 건설 이후였다.

    강의 입구가 막혀 산란을 하기 위해 문강으로 들어오는 물고기들이 거의 사라져버린 것이다. 태국 정부와 이 사업에 차관을 제공한 세계은행(World Bank)은 물고기 사다리(fish ladder)를 두어 물고기들이 댐을 넘어 문강으로 올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메콩의 물고기들은, 특히 큰 물고기들은 사다리를 오르지 못했다. 강의 상태와 어종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었던 셈이다.

    댐이 건설되기 전에는 매일 어디서나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었지만 건설 후에는 어업이 불가능해졌다. 예전에는 하루에 20~30 킬로그램을 잡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2~3 킬로그램 밖에 잡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문강에 대한 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물고기를 어떻게 잡았냐는 질문에 어부는 발로 물을 차면, 물에 바구니를 그냥 넣으면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답한다. 댐 건설 전에는 그만큼 물고기가 풍부했다.

    그리고 이 지역은 지리적으로 바위가 많은 지형이라 토양이 척박해서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필요한 쌀과 채소 등은 다른 마을과의 물물교환을 통해 얻어 왔다. 하지만 댐 건설 후에는 물고기가 충분히 잡히지 않아 생계도 어려워졌으며 다른 마을과의 교류도 모두 끊어지게 되었다. 마을의 20~30대 장년층은 생계유지를 위해 나이가 많은 부모님과 어린 자녀들을 두고 방콕이나 다른 지방으로 일을 하러 대부분이 떠났다.

    주민들은 포기 하지 않고 댐의 문을 열 것을 요구하였다. 특히 1999년부터 2001년까지 5천여 명의 주민들이 댐 점거농성을 하기도 하였다. 이 농성으로 당시 탁신 정부는 우본 라차타니 대학에 팍문댐의 사회․환경 영향평가 연구를 진행할 것을 지시하게 되는데, 5년간 수문을 열어 강의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봐야한다는 대학의 연구결과를 무시하고 2003년부터 1년에 4개월씩만 문을 열기로 결정한다.

    4개월만이라도 수문을 열게 된 것은 주민들의 오랜 투쟁의 작은 성과라 할 수 있지만 그 효과가 미비하다. 왜냐하면 물고기가 메콩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와 문강으로 들어오는 시기와 수문 개방 시기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태국 정부는 발전설비용량 136메가와트의 1/3 수준인 45메가와트 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팍문댐의 수문을 열고 있지 않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수문을 열어 강이 흐르게 되면 댐 건설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증명될 것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개방 시기를 물고기들의 이동시기와 다르게 하는 것이다.

    또한 태국 정부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댐의 문을 열게 되면 다른 개발 사업 수행에 어려움이 따르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주민들의 요구에 굴복’한 선례로 남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점점 예전의 마을은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문강에 9개의 보존구역을 정해 강과 마을을 위해, 적지만 남아있는 것이라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팍문댐만이 아니라 태국 사회 전체를 바꾸기 위해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팍문 댐 사례에서 본 정부의 일방적인 개발, 그로 인한 환경파괴와 삶의 위기는 장소와 주체만 다를 뿐 현재 메콩 전역에서 반복되고 있다. 동남아 역내 메콩 본류에 지어질 첫 번째 댐인 라오스 북부의 싸이야부리 댐(Xayaburi Dam)은 시민사회와 메콩 하류지역의 캄보디아, 베트남 정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2012년 다시 강행되었고 메콩 본류의 두 번째 댐이 될 라오스 남부의 돈사홍 댐(Don Sahong Dam) 역시 지난 달 공사가 시작됐다.

    특히나 돈사홍 댐이 지어질 강에는 멸종위기종인 이라와디 돌고래가 살고 있다. 바다처럼 넓고 호수처럼 잔잔한 이 강에 4-5명까지만 탈 수 있는 작은 배를 타고 나가 조용한 배 위에서 돌고래가 푸후-하고 숨 쉬는 소리를 듣고 등의 곡선을 내보이며 뛰어오르는 장면을 보기 위해 여행자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제 댐이 지어지면 마을 주민들처럼 돌고래들도 삶의 터전을 잃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캄보디아 북부 3S강 지역에서도 세산 2 댐(Lower Sesan 2 Dam)도 현재 공사가 절반 정도 진행되었다. 특히 이 지역에는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어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전통문화와 공동체를 잃게 될 것을 우려하는 마을주민들이 댐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동남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4대강 개발사업, 핵발전소, 송전탑 건설 문제 등으로 생태계와 공동체가 파괴되고 있으며 안전까지도 위협 받고 있다. 도대체 왜 이전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잘못을 반복하고 있을까?

    울창한 숲을 보면 나무를 깎아 팔고 그 자리에 플랜테이션을 만들고, 흐르는 강을 보면 댐을 지어 전력을 생산하고, 울퉁불퉁한 시골 길을 보면 아스팔트를 깔아 넓고 평평한 길로 만들겠다는 생각, 바로 이러한 개발중심의 일차원적인 인식 때문에 지금까지도 이 문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같은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

    개발로 인해 발생할 영향들에 대해서는 눈감고 경제적 이익만 좇는 정부와 건설사, 투자은행, 그리고 이들의 인식이 옳은 것이라 대변하는 언론과 학계에 지속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태계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기록하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우리의 대안을 끊임없이 제시하는 것으로 개발중심의 인식에 균열을 내야할 것이다.

    유예지

    2015년 12월 기준 메콩지역의 댐 건설 현황 ⓒTERRA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