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자유롭다고?
[책소개]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 암스테르담』(러셀 쇼토 /책세상)
    2016년 03월 06일 11: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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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에서는 ‘카페’와 ‘커피숍’이 전혀 다른 곳이다. 카페가 가벼운 식사와 음료를 파는 곳이라면, 커피숍은 커피와 함께 마리화나와 해시시도 판매하는 곳이다.

네덜란드에서 중독성이 약한 마약류를 거래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불법이지만 커피숍 내에서는 공식적으로 용인된다. 이와 같이 ‘불법이지만 공식적으로 눈감아주는 것’을 네덜란드에서는 ‘헤도헌(gedogen)’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금지하지 말고 통제하는 게 낫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마찬가지 논리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매매가 합법인 암스테르담에서는, 연간 약 5천에서 7천 5백여 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2010년에 개정되긴 했지만, 1971년에는 1년 이상 건물이 비어 있을 경우 아무나 무단으로 들어가 거주할 수 있는 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동성 커플 네 쌍이 세계 최초로 결혼식을 올린 곳도 바로 이곳, 암스테르담이었다.

암스테르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암스테르담에 있는 ‘존애덤스연구소(John Adams Institute)’의 소장으로 일하면서 암스테르담에 깊이 매료된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러셀 쇼토는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 암스테르담》을 통해, 암스테르담 곳곳을 누비면서 직접 수집한 역사적인 사건들과 이야기를 경쾌하고 위트 있는 문장으로 전한다.

암스테르담의 전 시장 요프 코헌, 안네 프랑크와 어린 시절 함께 뛰놀았고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가 죽음의 문턱에까지 다녀온 프리다 멘코, 1960년대에 ‘프로보운동’을 이끌었던 룰 판 다윈 등 역사의 산 증인과 나눈 인터뷰 내용들은 이 도시에서 화려하게 피어난 ‘자유’와 ‘진보’의 역사를 생생하게 구체화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바닷물이 자주 범람했던 지리적 환경 탓에 오랫동안 유럽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뎠던 변방의 암스테르담이 주민들의 협동을 통해 늪지와 갯벌을 개간해 도시를 건설했던 1100년경부터, 동인도회사와 서인도회사를 통해 동남아시아에 식민지를 건설한 17세기 황금기를 거쳐, 2차 세계대전 이후 대항문화운동의 중심지로서 세상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도시가 되기까지 근 천 년의 역사를 다룬다.

암스테르담은 또한, 근대 정치사상과 윤리, 신학에 골고루 영향을 준 스피노자가 그 혁신적인 철학사상을 탄생시킨 무대이기도 하며, 렘브란트가 종교화에서 탈피하여 캔버스 위에 ‘근대적 개인’을 표현한 곳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필력으로 한 도시의 역사이자 유럽의 역사를 재구성한 이 책은 암스테르담이라는 작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서양 역사와 사상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조망해 읽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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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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