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왜 '비핵화-평화협정' 제안?
    [동향과 분석] 미-중-북한 협의, 남한은 외톨이
        2016년 02월 24일 09: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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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 한국정부는 부정적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17일 비숍 호주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각국과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정전협정을 병행 추진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왕 외교부장은 “이 같은 사고는 합리적이며 근본적으로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중국은 시의적절한 때에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장례 브리핑에서 왕 부장의 발언에 대해 “동북아가 장기적인 안정을 실현할 수 있는 비전”이라고 말했다.

    진징이(金景一) 중국 베이징(北京)대 교수(한반도문제포럼주임)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핵의 위협을 풀려면 먼저 적대관계부터 풀어야만 한다.”며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추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핵 동결과 한미군사훈련 중지에 대한 협상을 벌이는 것”, “나아가 핵 포기와 평화협정 전환을 맞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의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왕이 부장 제안 관련 질문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진정한 비핵화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평화체제의 구축 문제는 9.19공동성명에 따라서 비핵화가 진전됨에 따라 직접 관련 당사국들이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북-미, 지난 연말 평화협정 놓고 비공식 협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현지시각)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북한 핵실험 수일 전에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논의, 즉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조처를 먼저 취해야만 평화협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이런 전제조치를 포기하고 논의에 합의했다.”고 평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는 대신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를 평화협정 논의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이 요구를 거부했고 곧이어 핵실험을 감행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대해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 언론 논평에서 “분명히 말하면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한 것은 북한이었다.”며 “우리는 그 제안을 신중히 검토했고, 비핵화가 그 논의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의 요구를 거부했다.”며 “북한의 제안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은 비핵화를 강조해 온 미국 정부의 오랜 입장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쉬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커비 국무부 대변인의 설명과 거의 대동소이한 브리핑을 하면서,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는 한, 양국 간 입장 차이를 해소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하며 북한이 핵보유국 주장을 고집한 게 합의 실패 이유라고 설명했다.

    북-미 간 평화협정 논의 보도의 진위 여부와 배경

    익명의 미국 관리가 북-미 비밀접촉 사실과 그 내용을 흘린 것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하고, 미국 정부 관리들이 일정한 마사지를 하였으나 미국은 평화협정 논의 병행 용의를 보였으나 북한이 거부하였다고 말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보도 및 발언의 진위 여부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미국이 북한의 잇따른 평화협정 제안에 대해 수동적으로 반응하기는 했으나 대화 자체도 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비판에 부담을 느끼고, 선(先)비핵화의 경직된 입장을 일정하게 수정하며 북한과 협상을 모색했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미국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의지와 그런 의지를 입증할 조치를 취해 달라, 그러면 적절한 시점에 평화협정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북한 역시 자신들이 이미 핵을 보유했다며 ‘이제는 (핵을 보유한 북미 간에)선 평화협정이 필요하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며 협상이 결렬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어찌되었든 미국 정부가 조직적 언론플레이와 발언을 한 것으로 판단되는 이 상황은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제안의 파장을 차단하고 미국 등이 주도하는 제재에 다시금 힘을 싣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북의 평화협정 제안에 미국은 ‘평화협정 논의에 비핵화도 포함시키자’ 즉 미국도 그 동안의 선 비핵화 입장을 수정해 중국의 병행 주장과 유사한 입장을 밝혔으나, 북한이 그것을 거부하고 핵실험을 강행했다며 ‘비핵화의 의지가 전혀 없는 북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힘을 실을 때이다”는 주장과 판단에 힘을 실으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제안을 공식화했을까?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제안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한반도와 동북아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미수교와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대한 협상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2005년 9.19공동성명 등에서 이미 합의를 본 바 있다.

    9.19공동성명
    4. 6자는 동북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공약하였다.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9.19공동성명 후에도 평화협정 논의 등을 위한 별도의 포럼 혹은 회의는 개최된 바가 없다. BDA 제재로 난항을 겪던 6자회담이 그 후 2.13합의, 10.3합의 등을 이루어내기는 했지만, 논의는 주로 비핵화 의제에 집중했다. 2008년 12월 6자회담이 검증 문제로 난항을 겪은 이후 장기 공전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2010년 1월 외무성 성명을 통해 ‘선 평화협정’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미는 비핵화 논의가 중단된 상태에서 평화협정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비핵화 논의가 상당히 진행되어 일정한 성과가 있을 때에나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병행론을 제안하면서도 시의적절한 때에 이런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한 것으로 보아, 현 시점에서 바로 비핵화-평화협정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생각하는 대안은 진징이 교수의 제안처럼 ‘우선은 북의 핵 활동 동결에 초점을 두고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 등을 맞교환하는 협상을 하고, 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시점에 비핵화 회담과 평화협정 회담을 병행하자’는 구상일 수 있다. 혹은,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용의를 관련 당사국들이 표방하고, 이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에 이끌어내 우선적인 과제부터 합의에 이르자’는 구상일 수도 있다.

    중국이 이 시점에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첫째, ‘강력한 제재만이 대안이고 제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중국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한미의 주장과 압력을 피할 필요성. 둘째, 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에서 나아가 대화가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해법까지 제시함으로써 대화를 통한 해결과 그 해법의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함. 셋째, 선평화협정의 북한과 선비핵화의 한미의 어느 한쪽의 입장에 서는 것이 아니라 병행론을 주장함으로써 중재자로서의 입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사실 중국의 주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에 관련 당사국이 이미 합의를 했던 것에 기초한 것임으로 북한은 물론 한미도 무조건 회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비핵화-평화협정 병행론 등 포괄적 해법에 힘을 싣고 대화를 재개해야

    일부 언론에서 중국이 이 시점에 병행론을 주장하는 것은 북한에 힘을 실어주는 행위라고 말하고 있으나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참주선동일 따름이다.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천명하며 환구시보 등이 무례할 정도의 언사를 동원해 경고를 함으로써 일부에서는 강한 불신과 불쾌감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비핵화-평화협정-북미수교 등 북핵 문제를 한반도와 동북아의 냉전질서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질서로 전환하는 포괄적 해법을 통해 풀어야한다는 것은 북한이 아닌 한국 정부가 주창했던 것이다. 선 비핵화를 고수했지만, 이명박 정부도 이런 포괄적 타결의 다른 이름인 ‘그랜드바겐’을 주장하기도 했다.

    진보개혁 진영, 평화운동 진영은 그동안 일관되게 포괄적 타결 해법을 주장해 왔다. 진보정당들도 6자회담의 조속 재개는 물론, 비핵화를 위한 동 회담과 평화협정을 위한 4자회담 등의 병행을 주장해 왔다.

    (앞에서 살펴본) 중국의 병행론 주장의 배경 혹은 이유는 주체를 바꾸면 진보개혁 진영의 것일 수 있는 것이다. 북의 비핵화에 역행하고 긴장을 높이는 행위에 대한 국제적 반대와 올바른 해법에 지지를 이끌어내야 할 시점에 엉뚱하게 사드 배치 등을 둘러싸고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가 훼손되고 있는 외교적 참화, 예상되는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는 사람이라면, 즉 비단 진보개혁진영만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이익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중국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적절히 활용해야 할 것이다.

    비록 핵실험 강행과 강력 제재가 맞부딪치고 있고 당장은 대화론에 대한 지지 자체가 높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필요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면 구체적 대화의 의제와 방법으로서 병행론 주장에 힘을 실을 필요성이 있다.

    다만, 당장 병행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핵활동 동결에 대한 약속 및 검증 장치 수용, 비핵화를 위한 회담 재개 약속 대 공격적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 적절한 시점에서의 비핵화-평화협정 논의 병행 약속 등을 맞교환하는 ‘신 2.29합의’를 할 것, 그리고 일정 시점부터 비핵화 회담은 물론 별도의 회담을 통해 평화협정 논의도 진행할 것 등을 제안하고, 이런 주장을 확산할 필요성이 높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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