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에너지계획,
    반영 안 했다고 전해라~
    [에정칼럼] 중앙-지역 역할 분담 등 연계 부족
        2016년 02월 22일 09: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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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중앙’ 정부는 ‘지역’ 정부와 협력하기보다는 싸우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누리 과정 예산 문제도 그렇고, 청년 수당을 둘러싼 논쟁을 봐도 그렇다. 아마도 지역은 대화와 협력이 아니라 중앙의 ‘명령’을 수행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지역에너지와 관련한 사안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예로 삼척과 영덕의 주민들이 주민투표로 핵발전소 건설 반대를 결정해도, 중앙에서 결정한 것이니 핵발전소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역’ 주민 결정보다 우선하는 ‘중앙’은 도대체 누구일까.

    중앙정부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같은 에너지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정부는 에너지법 제7조에 따라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한다. 당연히 중앙과 지역의 계획 사이에 협력과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행 전기사업법 제25조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본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고 공청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후 전력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이를 확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절차에 따라 지난해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됐으나,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지 않아 전력수요 예측의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시·도지사와 미리 협의하도록 규정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해 10월 국회에 접수됐으나 아직까지도 소관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 충청남도, 제주도 4개 광역지자체장들은 지난해 11월말 지역에너지 정책개발과 실행에 적극 동참하기 위한 ‘지역에너지 전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지역에너지 전환 공동선언문’에는 4개 광역지자체장이 2020년부터 시작되는 ‘신기후체제’에 대비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서로 긴밀히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너지 수요관리와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통해 지역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분산형 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해 중앙정부와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또한 이들 광역지자체들의 지역에너지계획과 성과가 눈에 띄는데, 서울시는 ‘원전하나 줄이기’ 사업으로, 원전 1기분에 해당하는 200만석유환산톤(TOE)의 에너지 절감에 성공했고, 원전하나 줄이기 2단계에서는 2020년까지 원전 2기분인 400만 TOE의 에너지 절감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경기도는 ‘경기도 에너지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전력 자립도를 70%까지 끌어올려 노후 원전 7기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며, 충청남도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소비와 더 좋은 에너지 정책 실현을 위한 ‘2020 지역에너지 종합계획’을 수립했고, 제주도는 그린빅뱅 모델 도입으로 2030년까지 도내 전력수요 100%를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하는 ‘2030 카본 프리 아일랜드 제주’ 계획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충청남도, 제주도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는 2013년 1차 에너지 기준으로 전국의 32%, 최종에너지는 35%, 전력소비는 42%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이 지역들의 에너지계획을 반영할 경우 국가의 에너지계획에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대구광역시를 포함한 광역지자체들이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했고, 기초지자체 단위에서도 ‘지역에너지자립’을 선포하는 등의 다양한 계획들이 시행되고 있다. 최근 전주시에서는 시민들이 지역에너지계획수립 과정에 직접 참여해 2025년 지역에너지시나리오를 결정하고 있다.

    지역의 이러한 변화와 노력이 반영된다면,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중점과제에도 부합하면서 신기후체제를 대비한 온실가스 감축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는 내년에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18년에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지역의 긍정적인 변화가 우주의 기운을 받아 중앙으로 온전히 전해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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