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점거파업 역사와 교훈' 등
        2016년 02월 20일 01: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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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거파업 역사와 교훈>

    데이브 셰리 (지은이) | 이재권 (옮긴이) | 책갈피

    점거파업 역사와 교훈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대불황이 전 세계를 덮쳤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부와 사용자들이 경제 위기의 대가를 온전히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한 탓에 폐업과 정리해고가 속출했다. 2009년 77일간 공장을 점거하고 영웅적으로 싸운 쌍용차 파업은 바로 그런 가혹하고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노동자들이 결연히 맞서고자 한 시도였다.

    비록 쌍용차 파업은 당장은 승리하지 못했지만 정리해고의 부당함과 해악, 공권력의 민낯을 전 사회에 환기했고, 이후에도 해고자들이 벌인 끈질긴 투쟁을 구심 삼아 광범한 사회적 연대 운동이 펼쳐졌다. 최근 해고자 일부가 복직된 것은 노동자들의 이런 희생과 용기, 단호함 앞에 사측이 양보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직장점거 파업은 바로 이런 폐업과 무급 휴직, 정리해고에 맞서 노동자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어 수단이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고 점거파업은 더 큰 결의와 단호함이 필요한 일이지만, 노동운동의 역사를 살펴보면 직장점거야말로 사용자를 물러서게 하고 상당한 양보를 따내는 데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임을 알 수 있다. 더욱이 한 공장, 한 부문의 점거파업 승리가 확산될 경우 어마어마한 사회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1920년 이탈리아와 1930년대 프랑스와 미국, 1960~1970년대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 벌어진 공장점거 운동의 사례는 점거파업이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지키는 데뿐만 아니라 사회를 변혁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이런 폭발적 투쟁들에서 노동계급은 사회를 운영할 잠재력이 있음을 또렷이 보여 줬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으로 세계경제 위기가 재연될 조짐이 보이는 지금, 정부와 사용자들은 더 가혹하게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생활수준을 공격하려 한다.

    이 책은 점거파업의 역사와 오늘날 의의를 살펴보며 직장점거야말로 이런 공세에 맞서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2013년 철도파업 사례에서 보듯 불황기에 노동자들이 법을 거슬러 전면파업과 점거 투쟁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최근 조선과 철강 업종 등에서 보듯 구조조정 압박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고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보호하려는 노동자들의 요구도 절박하다.

    특히 1930년대 프랑스와 미국에서 벌어진 공장점거 운동은 불황기에 노동계급이 단호한 행동에 나서서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지키고 거대한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낸 사례였다.

    프랑스와 미국 모두에서 현장 노동자들의 폭발적 주도력에 힘입어 공장점거 운동은 사회를 뒤흔들고 근본적 사회변혁 전망까지 열어젖혔다. 아쉽게도 좌파의 주류 세력이던 공산당의 정치적 오류와 노조 상근간부들의 통제 탓에 운동이 수그러들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이 투쟁들은 경제 위기라도 단호하게 싸우면 커다란 양보를 얻어 낼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이 책은 세계 노동운동 역사 속의 주요 점거파업 운동들을 다룬다.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사회주의자들이 점거파업 운동의 역사를 살피고 그 교훈을 오늘날 노동운동에 적용하는 데 이 책은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사람들은 왜 진보는 무능하고 보수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장신기 (지은이) | 시대의창

    사람들은 진보 무능

    최근 한국 사회의 보수화는 하나의 대세로 굳어진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보수 자민당이 장기 집권하고 있는 일본과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보수화의 원인을 알려면 보수화된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아야 한다. 진보에서 보수로 정치적 정체성의 변화를 보인 평범한 시민 32명을 심층 인터뷰한 뒤 쓰여진 책이다.

    저자는 정치사회 보수화의 실질적인 주체인 시민들에 초점을 맞췄다. 보수화된 사람들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보수화 현상에는 계급, 가치, 세대 등 여러 원인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엘리트 세력에만 국한되어 있던 기존 진보 담론에서 벗어나 엘리트 세력의 행위와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 사이의 역학관계를 복합적으로 분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악의 남용>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은이) | 류지한 | 조현아 (옮긴이) | 울력

    악의 남용

    21세기를 위한 주제 7권. 9/11 이후에 범람하고 있는 오도된 악에 대한 담론이 초래한 정치적, 종교적, 도덕적 혼란에 대한 철학적 진단과 해법을 담아낸 책이다. 저자 리처드 번스타인은 경직화된 이분법에 따라 세상을 선과 악으로 양분하는 9/11 이후의 선과 악의 담론을 ‘악의 남용’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9/11 이후 악에 대한 호소는 복잡한 이슈들을 모호하게 만들고, 진정한 사유를 차단하며, 공적인 토론과 논쟁을 막는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악의 남용을 초래하는 것은 절대성, 도덕적 확실성, 단순한 이분법에 이끌리는 절대주의의 멘탈리티이다. 저자는 절대주의적 멘탈리티가 정치와 종교 영역에 침투하게 되면, 정치와 종교의 부패는 불가피하고, 절대주의적 멘탈리티의 상호 충돌로 인한 테러와 보복전쟁으로 대표되는 폭력과 비참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절대주의적 멘탈리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실용주의적 가류주의의 멘탈리티를 제안하고 있다.

    <두근두근 한국사 1>

    배성호 | 박찬희 | 김종엽 (지은이) | 양철북

    두근두근 한국사

    이미지와 대화하면서 역사적 상상력을 키워 주는 어린이 역사책이다. 각종 영상과 현란한 비주얼에 노출된 우리 아이들에게 이미지는 아주 친숙한 정보 전달 매체이다. 역사 이미지는 ‘역사적 상상력’을 키우는 데에 아주 좋다. 아이들이 매번 그림책을 새롭게 보는 까닭도 그림이 주는 무한한 상상력 때문이다. 억지로 외운 정보는 금방 잊히지만 이미지로 상상하고, 생각을 나누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역사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김영란의 열린 법 이야기>

    김영란 (지은이) | 어진선 (그림) | 풀빛

    김영란의 열린 법

    비행청소년 시리즈 10권.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 김영란이 청소년들에게 ‘정의로운 법, 참여하는 법’에 대해 들려주는 법 교양서이다. 생각하는 열린 법을 말하기 위해, 그는 법의 기원부터 살핀다. 법이 태초에 등장하게 된 배경을 말한 뒤 법이 발전하게 되는 역사적 경로를 차근히 밟아 나간다. 그 과정을 살피기 위해 정의관 및 헌법정신을 자연스럽게 끌어내 설명한다.

    사람들의 상식을 반영하는 정의로운 법에 대한 요구는 어느 때나 동일하지만, 각 사회마다 생각하는 정의의 관념은 다르기에 상이한 정의관을 비교 분석하며, 정의와 연관시켜 각 나라의 최고법인 헌법정신이 담고 있는 기본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또한 법치주의라는 이념이 어떻게 현실 속에서 구체화되어 구조화되는지에 관해서도 차근차근 정리해 준다. 사법부의 독립 및 상소제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준 및 방식에 대한 구체적 설명들이 차례로 나온다.

    <핫>

    리사 비에르보 등 | 이매진

    핫

    무지개 반사 시리즈 4권. 스웨덴 청소년 문학 작가들의 사랑에 관한 짧은 소설 모음집이다. 스웨덴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어구스트 상과 대작가 상을 받은 이, 신인만 받을 수 있는 슬랑벨란 상 후보에 오르거나 상을 받은 이를 비롯해 스웨덴의 주목받는 젊은 작가 10인이 ‘뜨거운 사랑의 순간’을 주제로 쓴 짧은 소설 10편을 모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10대 또는 갓 10대를 벗어난 주인공들의 처지는 욕망과 불안과 사랑의 화신이다. 그러나 한 꺼풀 벗겨 보면 삶이라는 바다에 아직 내쳐지지 않은 만큼 세상의 때가 덜 묻은 맑은 마음이 똬리를 틀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하고, 관계 속에서 자기를 확인하며, ‘하루하루가 끔찍해 미칠 지경’이어도 ‘기브 미 섬 러브!’를 외치면서 ‘썸’을 타고 ‘선’을 넘는다.

    지구 반대편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10대들의 사정도 드러내놓고 이야기되지 않을 뿐 크게 다르지 않다. 달뜬 욕망을 어찌하지 못해 가끔 잘못도 저지르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도 주지만, 여전히 사랑에 목마른 영혼들이다. 꼭 같아 보이지만 다 다른 우리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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