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OA, 3년만 첫 정산
    마냥 축하만 할 일일까?
    "소속사-연예인, 불균형 시정 필요"
        2016년 02월 18일 11: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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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 연습생의 노예계약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올랐다. 최근 노골적인 계급상승 피라미드로 논란과 화제를 한꺼번에 몰고 온 Mnet 예능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출연료 0원·소송 금지를 골자로 한 노예 계약서가 발단이 됐다. 이는 소위 연예계의 ‘특수성’을 운운하며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권이 얼마나 박탈당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명배우나 소속사 연습생의 빈곤문제와 노예계약 문제는 이미 수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사건이나 연예인과 소속사 간 법적분쟁 등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비극’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찾아보긴 어렵다. ‘대중문화예술인 표준계약서’가 있긴 하나 법적 강제력은 없어 유명무실한 형편이다.

    일례로 걸그룹 AOA가 데뷔 3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활동을 정산 받은 것에 대한 언론 등의 반응은 주목할 만하다. 아이돌 그룹의 ‘임금’은 연습생 과정부터 소속사가 이들에게 투자한 비용을 고려해 데뷔 후 얻은 수익이 손익분기점을 넘었을 때 지급되는데 3년만이면 ‘대박’이라는 것이다. 반면 이들이 지난 3년 간 연습생 과정과 데뷔 이후 발생하는 투자비용 부담 부분 및 생활비 등으로 인해 아무런 수익도 내지 못한 사실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는 듣기 쉽지 않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기간이 3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인식은 어쩌면 문화예술노동자의 낮은 노동권에 대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는 연예계의 ‘특수성’이라는 변명으로 무마되기 일쑤다. 이는 타 업계에서도 흔히 끌어다 쓰는 핑계거리인데, 지난해 패션업계의 ‘열정페이’ 논란이 있었을 때에도 패션업계는 업계의 특수성을 들어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정당화했었다. 일부지만 최저임금도 주지 않으면서 밤을 꼴딱 새워야만 해낼 수 있는 업무량을 던져주는 언론계나 방송계도 업계의 특수성을 들이대곤 한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프로듀스101’의 노예계약서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연예계는 특수해서 열정페이로 볼 수 없다면 같은 논리로 디자인업계 특수하고, IT업계 특수하고 이런 식의 ‘우리 업계는 특수해서 어쩔 수 없어’ 타령이 노동을 왜소하게 만든다”면서 “노동의 원칙이 뿌리 내려야 산업의 특수성도 빛날 수 있다. 업계 종사자와 지망생의 자부심을 착취해서 연명하는 일은 그만하자”고 비판했다.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도 18일 ‘AOA의 첫 정산을 축하하며’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투자에 대한 부담을 일하는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관행은 유독 연예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그들이 안정된 생활환경 안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갈 때 더 큰 재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어둠의 유혹도 쉽게 떨쳐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예술위는 “2014년 9월 제정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계약서가 유효한 기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연예인 ‘단체’의 단체협약, 매니저 자격제도의 도입, 연예인 지망생을 위한 필수법령정보 제공 지원 등을 제도화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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