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전달체계,
    더 근본적 대책이 필요
    [민중건강과 사회] 진료의뢰와 회송
        2016년 02월 17일 08: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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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11일 설명회에서 올해 상반기 ‘진료의뢰-회송수가 시범사업’에 본격 착수하기로 발표했다. 메르스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부실한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확립하는 것이 이번 시범사업의 목표이다.

    진료의뢰-회송이란 지금도 존재하는데, “1·2차 의료기관에서 진료의뢰서를 작성해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하고 상급병원에서 진료가 마무리된 경증환자들을 다시 1·2차 의료기관으로 ‘회송’하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회송 시에는 상급병원에 1만원 가량의 회송 수가를 책정하고 있었으나 회송 시 환자가 부담하는 본인부담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회송을 기피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에서 회송 시 건당 수가를 4만원 수준으로 책정하고, 본인부담금을 없앴다. 또한 진료의뢰 수가를 신설하여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는 진료의뢰를 관리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혔으며 회송 후 환자 관리의 명목으로 원격의료에 대한 수가를 마련하였다.

    진료의뢰-회송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바로잡을 필요는 있다. 하지만 수가를 높여 인센티브를 주는 단편적인 대안만으로 부실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며 시범사업의 내용 중 뜬금없이 원격의료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어 시범사업 목적의 진정성마저 의심이 든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의 필요성

    의료전달체계란 의료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환자들이 필요할 때에 적절한 의료기관에서, 적합한 의료인에게, 적정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구체화하면 의료전달체계란 의료서비스의 지역화와 단계화다.

    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1,000명의 성인 중 1개월간 약 750명이 아프거나 다치지만, 이 중 의사를 찾는 인구는 1/3인 250명에 지나지 않고,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아픈 사람은 9명, 3차 병원에 입원할 사람은 1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동일한 방법으로 2005년 일본에서 이루어진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산출되었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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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지역사회 내 1개월간 질병 유병률의 분포 (출처: 신영수, 김용익 외 ‘의료관리’)

    이처럼 경증환자는 많은 반면, 입원을 해야 할 정도의 중증환자는 적다. 따라서 경증환자에게 필요한 1차 의료는 비교적 간단한 인력, 시설, 장비, 기술을 통해 충족할 수 있는 반면 수요가 크기 때문에 공급량이 충분하고, 지역적으로도 촘촘하게 분포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증환자에게 필요한 2,3차 의료는 고도의 인력, 시설, 장비, 기술을 통해 충족될 수 있으며, 이 같은 고도화된 의료자원은 일부 기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요와 복잡성에 따라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의료자원의 구성과 배치는 단계화하고, 진료의뢰를 통해 단계별로 기능이 적절하게 분화되어야 한다.

    한국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

    의료기관이 부족했던 1960년대부터 줄곧 한국이 의료서비스 제공을 확대해온 방법은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의료기관을 짓는 대신 민간의료기관을 늘리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지역사회의 의료 수요에 알맞은 규모로 재원이 투자되거나 병원이 설립되지 못하고 민간의료기관의 이윤추구 논리가 주도하면서 무질서하게 병·의원이 난립했다.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지 못한 것이다.

    동네의원은 1차 의료를 위한 외래진료, 병원은 2,3차 의료를 위한 입원치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동네의원과 병원은 모두 병상을 보유하고 외래진료와 입원진료를 병행하고 있다(표 1). 1차 의원과 2,3차 병원이 사실상 같은 기능을 수행하며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 간의 의뢰·회송을 통한 단계화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의료기관의 규모 및 시설경쟁이 심화되면서 동네의원은 비급여 진료를 늘리거나 고가의 시설과 장비에 투자함으로서 살아남았다. 그 결과로 메르스 사태 때 문제가 된 ‘의료쇼핑’의 관행이나 과잉진료, 국민의료비 상승과 같은 문제들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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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1. 의료기관 종별 외래/입원 진료비 비중(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4). 입원 중심이어야 할 상급종합병원이 오히려 지난 10년간 외래 비중이 높아졌다

    한편, 의료기간 간 경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인력 집적도와 투자 규모에서 강점을 지닌 수도권·대도시 중심의 대형병원으로 의료자원과 환자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실제로 서울의 빅5 대형병원의 환자들은 절반 이상이 타지역에서 유입된 환자이다(표 2). 이렇게 수도권·대도시 중심으로 의료시장이 형성되는 반면 지방에는 필수적인 의료시설인 응급실이나 분만실조차 없는 곳도 있다. 부실한 의료전달체계로 인해 지역적 의료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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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데일리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과제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각각의 기능을 규정하고 그 규정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의료기관 기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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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규정이 작동하도록 하려면 ‘진료의뢰-회송수가’와 같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원칙을 어길 시 패널티를 부과하는 강제성도 동반돼야 한다.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외래 확대를 통제하고, 과잉공급 상태의 병상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 최근 병상총량관리제를 통해 과잉진료를 일삼고 의료전달체계를 저해하며 지역적 필요성이 떨어지는 중소형병원의 진입을 통제하자는 주장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 1차 의료가 본래 수행해야 하는 기능인 전인적이고 포괄적인 치료 및 건강관리를 지역주민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도입되어 있는 만성질환관리제를 넘어서 환자가 주치의를 정할 수 있도록 해 주치의 제도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공공의료기관인 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 간 의료전달체계를 우선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공공의료기관은 이윤 추구 속성을 가진 민간 의료 기관을 견제하고 지역적 접근성과 필수 의료, 적정 진료를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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