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인 “통일대박론도 쪽박 차게 돼”
        2016년 02월 12일 08: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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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을 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와 함께 남쪽 인원을 모두 추방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한편 개성공단 지역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했다. 또 남북 간 군 통신과 판문점 연락 통로도 폐쇄하겠다고 밝혀 남북 대화 채널은 모두 끊겼다. 섣부른 대북 제재 정책으로 인해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과 이른바 ‘통일대박론’도 실패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2일 오전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물 건너가게 된 것이고 통일 대박론도 완전히 쪽박을 차게 됐다”며 “박근혜 정부가 표방했던 중요한 정책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 통일 대박론 이 모든 것들이 완전히 중지되는 상태가 됐는데 임기 1년 반 남겨놓고 (현 대북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물론 지금 당장은 우리 대통령께서도 화가 많이 치밀었을 것이고 엄청난 무력감도 느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강경 조치를 북한에 대해서 하신 건데 결국 북한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풀어야 하는 문제고 그러려고 하면 보다 상상력 있는 외교정책이 필요하다”며 외교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또한 “대북 제재를 위해서 국제 공조를 할 필요는 있고 거기에서 한국이 솔선수범을 해야 중국을 포함해서 모든 국가들이 따를 수도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 중단 선언을) 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국민의 안정과 재산에 대한 고려가 최우선해야 하는데 이번에 그것이 모자란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러한 초강경 대북 제재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쉬울 것 같지는 않다”며 “북한의 대외 경제 의존도가 상당히 낮고 중국이 얼마만큼 여기에 동참할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런 제재가 북한에 대해서 얼마나 효과적인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지적에 정부여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의 실패를 주장하며 북한의 도발을 전 정부들 탓으로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정부가 성급하게 나가더라도 여당에서 이런 얘길 먼저 꺼내면 안 된다. 햇볕정책 덕분에 개성공단을 보루로 남북이 그나마 대화가 가능했고 군사적 긴장도 피할 수 있었다”며 “햇볕정책 실패란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가 뭔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시간이 꼭 우리 편이 아니고, 북한이 5차 6차 7차 핵실험 하게 되면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 핵보유 국가로 완전 자리를 잡게 된다”며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막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북한을 도덕적으로 비난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또한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게 최상의 방법”이라며 “6자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그리고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북미관계, 북일관계 정상화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 같다. 6자 회담은 죽은 게 아니고 살려야만 북한이 핵무장을 해제할 수가 있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6자 회담이 오히려 북한에 핵개발 시간을 벌어줬다’는 정부 측 고위관계자의 주장에 대해선 “우리 정부의 직무 유기를 스스로 고백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2013년 9월 6자회담 10주년 기념회의가 북경에서 열렸을 때 북한과 중국 등은 조건 없는 6자 회담 재개를 공식적으로 제의를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가 이것을 단숨에 거부를 했다. 결국 6자회담을 제대로 활성화 못 시킨 것은 우리 정부의 역할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북한 핵에 대한 위협을 가장 많이 느끼는 나라는 우리다. 그러면 우리가 나서서 6자회담을 활성화시키고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장과 미사일 발사를 못하도록 만드는 게 정부의 존재 이유인데 그걸 결국 안 했다는 것”이라며 “미국 측하고 항상 같은 행보를 취하면서 결국 상황의 반전을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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