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균도와 세상 걷기’
    [다큐 사진] 장애인의 삶, 핵 없는 세상을 위해
        2016년 02월 11일 09: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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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는가? 현재 시험 가동 중인 부산 기장의 핵발전소 신고리 3호기가 올 상반기 준공,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이 지역에서 가동하는 핵발전소가 2016년 무려 스물다섯 기가 된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이 지역은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 지역이 된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말이다.

    여기에다 2016년 현재 신고리 4~6호기, 신울진 1~4호기, 영덕 1~2호기와 아직 장소가 확정되지 않은 핵발전소 2기 등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핵발전소까지 합하면? 동시에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떠올리면? 그대는 그 두려움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2015년 연말에 부산시는 고리 앞바다 바닷물을 수돗물로 전환하여 각 가정에 공급하겠다고 하였다. 이것이 알려지자 그 지역 주민들은 미친 듯 강력하게 항의하였다.

    지금 ‘핵수’는 부산 지역 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군 문제다. 주민들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을 목도한 후 핵문제에 대해 적극 나서고 그것을 대대적 저항 운동으로 이어 가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극도에 달했으니 특히 핵 문제가 식수로 연결되는 데서 그 두려움은 제어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져 가고 있다.

    이러한 주민들의 저항이 표출되기에는 작년 하반기 10월에 일어난 한 작지만 엄청난 큰 의미를 던진 한 사건의 역할도 컸다. 이 지역에서는 널리 알려진 ‘균도 아빠’의 승소 소식이었다. 이는 한국 탈핵 운동에 실로 한 획을 그은 사건이 되었다.

    ‘균도 아빠’ 이진섭(1964년 생)씨와 그 가족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이진섭씨 부부와 아들 균도에게 발병한 갑상선암, 직장암 등에 대한 책임 소송을 진행해 이씨의 부인이 승소하였다.

    이진섭씨는 자폐증 환자인 아들과 함께 ‘균도와 세상 걷기’를 하며 전국을 돌며 장애아동복지지원법과 발달장애인법 제정과 기초수급자에서 부양의무자 폐지를 외쳤다. 덕분에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은 제정되었으나(2011.8.4.) ‘발달장애인법’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고,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부양의무제 폐지’는 캄캄 무소식이다.

    이진섭씨는 1차 걷기를 시작하기 사흘 전 직장암이 발견됐다. 3차 걷기 이후 이번에는 자신의 처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그러면서 평생을 고리 원전 근처에 살았던 가족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이후로 네 번째 ‘균도와 세상걷기’부터는 발달장애인법 원안 통과, 부양의무제 폐지와 더불어 ‘탈핵’을 외쳤다.

    한편, 한국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페이스북에서 모여 매년 그 해의 가장 뛰어난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한 사진가를 골라 수상하는 온빛사진상이라는 게 있다. 일정 자격을 갖춘 회원들이 모두 심사위원이 되어 모두 동등한 자격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매우 민주적 선출 방식으로 운영되는 모임이다.

    여기에서 그 다섯 번째인 2015년 수상자로 사진가 하상윤이 작업한 ‘우리 균도’가 선정되었다. 그리고 그 사진전을 서울의 서촌에 자리한 류가헌에서 1월5일부터 1월10일까지 열렸다.

    사진가 하상윤은 2015년 여름을 관통하며 100일 동안 세상 방방곡곡을 돌며 발달장애인 문제와 탈핵을 외치는 이진섭 부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였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선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한 인간을 향한 기록 여행이었다. 사진가 하상윤이 기록한 ‘균도와 세상 걷기’는 세상의 무관심에 힘겹고 지쳐 외로워하면서도 자신들과 함께 뜻을 나누는 곳곳의 동지들에 대한 희망의 기록이다.

    같은 다큐멘터리 사진이라지만 어떤 사진은 냉정하고, 거리를 두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뜨거우면서 감동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다. 그들의 삶 자체가 드라마틱한데 그것을 굳이 일부러 관망하는 듯한 전지자적 시점의 기록으로 남길 필요는 없다. 독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줄 필요도 없다. 상투적인 내러티브나 익숙한 구도 자극적인 리터치가 있어도 관계없다. 사진을 통해 그들의 외침이 이웃에 알려지고, 그것이 감동의 물결을 타 방방곡곡 퍼질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장애인에 대한 법이 제정되고 탈핵이 이루어지는 날만 오면 그것으로 사진가는 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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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상윤

    “균도가 일곱 살 되던 해 제가 하던 사업도 망하고,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균도와 함께 죽을 결심을 했습니다. 무작정 찾아간 바닷가에서 균도가 처음으로 두 단어 이상의 말을 했는데, 바로 ‘아빠 살려주세요.’였습니다. 그때 ‘이 아이의 인생도 있는데 내가 큰 잘못을 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후부터 남은 삶은 장애인과 그 가족의 복지를 위한 운동에 뛰어들기로 했습니다 … 균도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 날 저도 대학을 졸업했지만, 성인이 된 균도는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들을 데리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무작정 걷기로 했습니다. 아들과의 추억 만들기로 시작했던 여행은 언론의 관심과 주민 성원이 더해지면서 다섯 차례에 걸친 3000㎞의 국토 대장정이 됐습니다.”

    ⓒ 하상윤

    ⓒ 하상윤

    “발달장애인법이 19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됐다. 하지만 소득보장은 빠진 껍데기 법안이었다. 우리는 원안 통과를 외치며 삭발식을 하기로 했다. “아빠, 균도도 할래요.” 이번엔 균도가 삭발을 자청했다. 내 손으로 균도의 머리를 깎기 시작했다. 균도의 커다란 흉터가 드러났다. 태어나자마자 살려고 사투를 벌이던 균도의 얼굴이 떠올랐다. 난 또 울고 말았다 … 나는 서울에 도착하면 꼭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울지 않으려 해도 나를 바라보고 있는 부모님들을 보면 어쩔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균도는 물었다. ‘아빠 왜 우나요?’ 아빠는 울고 있는데 옆에서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아이. 그런 모습이 우리의 처지를 대변한다고 기자들은 연방 셔터를 눌러 댔다. 그래도 난 내 이야기를 토해 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울어야 그 열매가 열릴까?”

    ⓒ 하상윤

    ⓒ 하상윤

    “균도가 (동생) 균정이와 전쟁 중이다. 혼을 내느라 효자손을 들었더니 이번에는 반항하며 나를 때렸다. 균도 엄마가 앉혀 놓고 타이른다. ‘아빠 아파서 이제 너랑 세상걷기 안 한다.’ 그랬더니 이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싹싹 빈다.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할게요.’ 나는 눈물이 난다. 장애인 문제에서는 당사자도 중요하지만 가족도 중요하다. 장애인 가족이 어찌 사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이런 가족들을 누가 보듬어 줘야 할까? … 균도는 오늘도 묻는다. ‘내일은 어디 갑니까?’ 오늘도 우리는 세상 속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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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상윤

    “균도의 장애는 환경 문제라고 생각했고, 원전 관련 소송은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시작한 것입니다. 원전 주변 주민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 장애인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죠. … 4차 걷기는 고리 원전 근처에서 평생을 살아온 우리 가족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원자력발전의 책임을 묻는 행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발달장애인법 원안 통과, 부양의무제 폐지와 더불어 탈핵을 외치며 동해안 원자력 발전소를 따라 걸었습니다. 나는 이를 ‘원자력 밟기’라 불렀습니다.”

    균도와 균도 아빠가 세상을 걸으면서 외치는 것은 단 한 가지, 사람 사는 세상 만들기다. 장애인도 똑같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살게 해달라는 것 그리고 그 문제의 근본이 되는 핵발전소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좁혀 말하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고통을 사회가 보듬어줘야 한다는 것이고 넓혀 말하면 핵 없는 세상에서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것이다.

    현재 전국의 발달 장애인은 약 20만 명인데 이들은 충동적 돌출 행동 즉 행동 과잉이 심해 부모가 항상 붙어 있어야 한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80만 명이 고통을 겪는 셈이다. 부모의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겪으면서 일부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같은 사람인데, 국가가 건설한 핵발전소 때문에 피해를 이렇게 본 가족이 있으니, 다시는 그러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외침이다. 장애인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삶을 누릴 수 있고, 핵발전소 주변 주민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사진가가 사진을 하는 이유는 여럿 있다. 외로운 사람은 카메라 앞에 나타난 대상과 교감하면서 사랑을 찾기도 하고, 따뜻한 사람은 세상에 상처 받아 세상 안으로 나오지 못하는 사람에게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따뜻하게 안을 수 있는 힐링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예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바꿔 그것을 통렬하게 재구성해보기도 하고, 기록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일어난 가치 있는 일을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고 감성적으로 기록한다.

    그 기록의 사진, 다큐멘터리 사진을 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하는 제1의 덕목은 사람에 대한 사랑, 사람을 우선시 하는 시각,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행동을 갖추어야 한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 아주 작은 한 부분만이라도 만들고 싶어 하는 이진섭-이균도 부자의 뜨겁고 애잔한 사랑과 그것을 감동적으로 기록한 사진가 하상윤의 헌신을 읽는다. 이제 우리 세상 사람들이 그들이 내민 손에 응답할 차례다. 장애인의 사람다운 삶과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응답이다.

    필자소개
    이광수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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