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하라! 심판하라!
    귀향선전전에 어버이연합 '난동'
        2016년 02월 05일 02: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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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를 맞아 노동·시민사회·청년단체 등이 귀경길에 나선 시민들을 대상으로 노동개악 저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서명운동과 기자회견 등을 연이어 개최했다. 기자회견 도중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이 진행을 가로막으며 서명운동과 기자회견 모두 중단돼 서울역 광장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어버이연합 소속 관계자가 폭력을 행사해 경찰에 연행됐다.

    민주노총, 백남기농민대책위원회,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 4.16연대,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등은 6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7일 있을 서울시청광장 범국민대회 지지를 촉구했다. 고향으로 떠나던 일부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민주노총이 기획한 ‘노동자·서민 살리기 범국민서명운동’ 서명에 동참하고 선전물을 읽는 등 관심을 나타냈다.

    서울역 귀향 선전전(사진=유하라)

    서울역 귀향 선전전(사진=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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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하라! 분노하라! 심판하라!
    노동·시민단체 27일 ‘범국민대회’ 동참 호소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명절 고향에 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며 “지금 우리 노동자들의 처지는 어떤가. 사용자 마음대로 해고되고 임금이 깎이고 근로조건이 바뀌는 무법천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이 재벌 대기업과 짜고 서명운동을 하기 위해 거리에 나오고 지자체는 통반장까지 동원해 서명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직무대행은 “지난 3년 박근혜 정부 아래서 우리는 상식도, 이성도 없는 너무나 폭력적인 모습을 목도했다”며 “세월호 대학살을 자행하고 책임규명과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막고 탄압했다. 친일 역사를 미화하는 국정교과서 강행에 이어 국가 책임도, 사죄도 없이 주권을 팔아먹는 위안부 합의를 목도하면서 이것이 국가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질타했다.

    최 직무대행은 “우리는 민중들의 요구를 담은 민중총궐기를 통해 2016년에도 싸울 것”이라며 “고향에서 돌아오시면 2월 27일 민중총궐기로서 서울에서 모이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영준 백남기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백남기 대책위와 가족, 농민들은 2016년 설이 참담하다”며 “백남기 회장이 물대포에 쓰러진 지 84일 째이지만 정부와 경찰은 어떠한 사과도 책임지는 사람도, 말 한마디 건네는 사람이 없다.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도 없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11월 14일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그 현장을 기억해야 한다”며 “경찰이 백남기 농민에게 한 직사 살수는 한국 민주주의와 인권, 농업, 농촌을 향한 것이다. 2월 27일 범국민대회로 모여 국가 폭력 사건을 제대로 알리고 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끝까지 기억하고 행동할 것”이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가장 즐겁고 기쁘고 설레야 할 이 명절에 우리 가족들은 이 자리에 나와 있다”며 “우리 가족들은 늦게 깨달은 만큼 앞으로 더 앞장서서 권력으로부터 죽임을 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준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본 공동집행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통과시키려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보건의료 뿐 아니라 교육, 통신 등 모든 공공서비스의 규제 완화와 민영화 추진하는 법”이라며 “이 법이 통과되면 공공이 요금 인상되고 의료비가 폭등하는 등 규제완화로 인한 대형 참사가 노동자, 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고 우려했다.

    최 공동집행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또 다른 악행은 지난 12월 18일 제주 영리병원 설립을 허가해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만든 것”이라며 “이 정부는 가벼운 질병도 수천만 원이 드는 미국과 같은 의료체계 갖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민영화 추진이 아니라, 건보 흑자 17조원을 국민 건강과 복지에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이 한참 진행되는 도중 뒤편에는 노동·시민사회·청년단체·정당 등은 노동개악 저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을 위한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은 ‘경제법안 입법 촉구 서명운동에 동참해야 한다’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나타나면서, 어버이연합과 기자회견 참여 단체들이 엉켜 한때 서울역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상황의 발단은 어버이연합이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이들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하면서다. 여러 그룹을 갈라진 어버이연합은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곳에서 고성을 냈고 서명운동 현장에선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 팻말을 휘둘렀다. 경찰이 상황 정리에 나섰지만 어버이연합 관계자들은 계속해서 “해고는 무슨 해고, 헛소리 하지 말라” “저것들 다 죽여야 해” “이 XXX들아 너네가 일자리 다 까먹어” “XX새끼” 등 온갖 욕설을 쏟아냈다.

    기자회견을 중단하라며 성을 내던 어버이연합 한 관계자는 이를 말리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향해 주먹을 휘둘러 얼굴이 붓고 코피가 나는 일까지 벌어졌다. 폭력을 휘두른 어버이연합 관계자는 현행법으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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