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 맞춤 특혜법,
    '기활법' 본회의 통과
    김제남 "재벌에 포섭된 나쁜 정권"
        2016년 02월 04일 05: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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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벌 대기업 특혜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기활법)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 기활법을 상정해 재석의원 223명 중 찬성 174명, 반대 24명, 기권 25명으로 가결했다.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기활법은 기업 간 인수합병과 관련한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의 규제를 풀어 기업의 사업 재편을 쉽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야당은 기활법으로 인해 소액주주, 노동자, 소비자의 권리가 희생당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왔다.

    기활법은 당초 일본의 법안을 가져온 것으로 일본에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반면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우리나라의 기활법은 ‘재벌 맞춤형 특혜법’이라는 비판이 많다.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법 적용 대상에서 10대 재벌 대기업을 빼자는 제안을 여당이 극구 반대한 것 또한 기활법이 재벌에 특혜를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원샷법의 본질은 재벌 특혜를 위해서 소수주주, 노동자, 소비자의 권리를 희생하자는 것이고 재벌을 위해 시장의 경쟁 질서가 어지럽혀져도 괜찮다는 법”이라며 “국가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민생불안을 야기하는 이 정부는 ‘재벌에 포섭된 나쁜 정권’”이라고 기활법 등 경제법안 통과를 위해 관제성명까지 나선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를 맹비판했다.

    김 의원은 “일본 원법에서 재벌에게 불리한 내용은 삭제하고, 재벌에게 유리한 내용은 없는 것까지 만들어 집어넣었다”며 “존재하지도 않는 소규모 분할 특례를 집어넣고, 소규모 합병 등 상법의 각종 특례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특례에 특례를 얹혀 놓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재벌과 삼성을 도와야 한다면 국민, 소수주주, 노동자, 소비자의 최소한의 권리는 보장해야 하지 않나”라며 “일본법은 최소한의 시장 경쟁 질서를 보장하고, 사업자와 이해관계자의 권리의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우리 원샷법에는 재벌만 남고 국민과 이해관계자는 ‘투명인간’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샷법이 현해탄을 건너오는 도중에, 정부가 중소기업, 소수주주, 노동자, 소비자 그리고 국민을 바다 속으로 밀어 내버린 것”이라며 부결을 호소했다.

    반면 이 법안을 발의한 이현재 의원은 “기활법이 대기업 특혜법이라는 데에는 심히 유감스럽다. 경제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한 오해”라며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1등에서 작년에 5등으로 추락했다. 경제 현실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특정 업종 된다, 안된다 하는 것은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정부는 경제를 살리라고 야단치고 우리 경제계도 원하고 정부도 하겠다는데 야당은 반대만 한다”며 “한쪽만 보고, 한쪽만 대변해선 경제 살릴 수 없다. 기업구조조정을 통한 경제활성화를 위한 기활법을 찬성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본회의는 한때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사진행발언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난하고 더불어민주당에 민주노총과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의 2중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 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은 강하게 항의했고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가 정회를 요청했다.

    조 원내수석은 “선거구도 중요하지만 민생이 더 중요하다”며 “지난달 23일 여야 간 29일 본회의에서 원샷법과 북한인권법 처리를 합의했는데 국회의원도 아닌 분이, 비대위원장인가? 하는 분이 국회의원이 합의한 안을 뒤집어 버린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야당 의원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또 “정년 60세까지 연장됐는데 이렇게 되면 청년 고용되지 않는다는 거 야당도 다 알지 않나. 그런데도 야당은 청년 고용을 증대할 수 있는 법안을 논의하지 않는다”며 “민주노총 얘기만 나오면 무조건 잘못된 법안이라고 하고. 더민주는 민주노총 2중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새누리당이 합의 파기한 건 왜 얘기 하지 않나”, “어디서 삿대질이야”, “당장 내려와라” 등 항의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조 원내수석은 “야당은 떠들지 말고 민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받아쳤다.

    조 원내수석은 그치지 않고 “야당에서 민생법안 처리하지 않고 선거법만 처리하면 어떻게 국민을 보고 어떻게 20대 총선을 치를 수 있겠나”라며 “서비스법도 일자리 난다고 하면 정부여당이 일할 수 있게 법을 만들어줘야지. 바깥에 있는 진보좌파 시민단체에 묶여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더민주가 한심하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원샷법도 합의해놓고 비대위원장이 의총에서 합의 파기하고, 법사위에서 야당 위원장이 통과하니까 통과시키자 하고. 우리는 하자면 하고 하지 말자면 안하는 상황인가”라면서 “지금 더민주가 생각하는 민생의 목소리는, 민주노총, 진보좌파 시민단체 목소리”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조 원내수석이 발언을 끝내고 내려온 뒤에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 의장에게 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우리 당 대표와 같은 분이다. 어떻게 이렇게 모욕을 할 수 있나”라며 정회를 요청했다. 다른 더민주 의원들도 “대통령 말 한마디에 뭐든 하는 새누리당이야 말로 2중대인 건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조 원내수석의 의사진행발언으로 고성이 오가는 등 소동이 벌어지자 정 의장은 “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들 앞에 면목이 없다”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일 수도 있는 이 순간까지 국민들에게 추한 모습을 보여 정말 참담하다”고 장내 정리를 시도했다.

    정 의장은 “의원들끼리 서로 예의를 갖춰야 하고 상대당 지도부에 대한 예도는 당연하다”며 “회의가 끝나고 양당 지도부가 만나 사과를 포함해 그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당에 탄소산업육성지원법의 본회의 상정을 요구하기 위해 나온 김성주 더민주 의원은 “조원진 수석님, 맹연설을 하시는데 명연설은 아니다”라며 “국회가 국민들이 보는 가운데서 여야 상대에게 해야 할 표현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표현이 있다. 상대를 매도하고 공격하는 건 좋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당은 법사위에서 아무 문제 없이 통과된 탄소법안을 기활법과 연계하며 발목 잡았다. 진짜 경제활성화법안을 정부여당이 발목 잡고 있다”며 “그러면서 가짜 경제활성화법안은 일사천리로 통과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기업과 집단 이익을 반영한 기활법이 정말 급한 법안인가. 정부는 무수히 통과된 법안이 얼마나 많은 일자리 창출했는지 증거를 내놔야 한다”며 “단순히 발목 잡기 프레임을 통한 총선전략 아니라면 법안 통과로 몇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만들어낼 수 있는지 증거 내놓으라”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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